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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 모포가 잔뜩 쌓여있다. 제주도 등은 제주공항 체류객에게 지급하기 위해 제주시 대형마트와 동문시장 등지에서 모포를 싹쓸이하고도 부족해 대형 타올을 구입했다.
제주공항이 3일간 폐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공항 체류객을 위한 갖가지 지원대책이 펼쳐졌다.
제주공항 폐쇄 1일째인 23일 밤부터 24일 새벽까지 공항에서는 제주에 고립된 관광객 약 1500명(제주도관광협회 추산)이 노숙에 나섰다. 제주공항은 태풍이 불어닥칠 때마다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지만 공항 노숙 문제가 이슈화된 지난 2014년 8월 태풍 '나크리' 때도 공항에서 밤을 새운 체류객은 300여명에 불과했다.
공항 체류객이 당시의 5배에 달하자 제주특별자치도와 유관기관은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준비한 모포 700여개는 어린이와 노약자를 우선으로 지급했지만 "아내가 임신 중인데도 모포를 받지 못했다"거나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담요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특히 공항 폐쇄 2일째인 24일에는 체류객이 약 3000명으로 불어나 준비한 물품이 턱없이 부족해져 그야말로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생수와 빵 등 간식은 곳곳에서 지원이 이어졌지만 밤을 새우는 데 필요한 담요가 문제였다. 결국 제주도 등은 제주시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찾아 담요를 싹쓸이하고도 모자라 제주시 동문시장 이불가게와 함께 서귀포시 이마트에까지 원정에 나서 담요를 구입했다. 그것도 부족해 수건가게에 있는 대형 타월 300여개를 사들여 이날 하루에만 약 2000장 가까운 담요와 대형 타월을 지급했다.
덮을 것을 마련했더니 이번엔 깔 것이 필요했다. 종이상자와 신문지에 의지해 찬 바닥에 누워있는 체류객들이 태반이었다. 결국 제주도는 한라체육관의 매트리스를 공급하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한 건설사에 요구해 스티로폼을 긴급 공수했다. 집을 지을 때 단열재로 쓰는 건축자재가 제주공항 체류객들의 비상용 침대로 이용됐다.
공항 노숙이 3일째 이어지면서 체류객들로부터 제대로 씻고 싶다는 하소연도 들려왔다. 그동안 공항 화장실에서 칫솔질하는 것으로 참아야 했던 체류객들에게는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제주도는 전세버스 3대를 긴급 투입하고 원하는 체류객들을 공항 인근 사우나로 안내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사우나와 협의해 제주도민 할인가보다 1000원 더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사우나에서 돌아온 전세버스는 노숙 대신 사우나에서의 하룻밤을 택한 관광객들도 싣고 왔다.
제주공항에 등장한 노숙텐트.
카트를 이용해 비닐텐트를 마련한 모습도 보였다.
모포와 매트리스를 구하지 못한 체류객들은 신문지를 이용해 노숙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