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그물삽
가파른 산맥을 치고 달려온 북풍이 한숨 돌리는 곳. 겨울은, 잠시 능선 아래로 햇살 한 줌을 떨군다. 그 햇살에 풋잠을 깬 강물이 잠투정하며 흐르는 산골마을에 겨울이 성큼 왔다.
모든 생명이 잠들고 한가로운 산촌. 바람이 잠시 자는 오후. 아버지와 아들이 삽을 엮는다.삽. 잘 마른 수숫단을 가지런히 엮어 만드는 우리의 전통 그물이다. 무심하게 나누는 아버지와 아들의 정담이 얼기설기 성근 수숫단 사이로 함께 엮인다.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물같지 않은 그물, '삽'.
삽으로 물고기를 잡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강바닥에 돌담을 쌓는일. 삽이 그물 구실을 하려면, 반드시 이 돌담이 필요하다. 그래서 삽을 돌그물이라고 부른다. 물살이 빠르면서도 수심이 얕은 곳. 이런 곳이 돌담을 놓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드디어 길게 늘어 세운 돌담에 삽을 드리운다.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게 받침대로 받쳐주고 삽 뒷편에는 망태기도 걸어 준다. 하지만 이런 엉성한 그물에 과연 고기가 얼마나 잡힐지 모르겠다.
유달리 포근했던 지난 밤. 마을에는 눈이 내렸다. 바람이 자고, 안개가 피어 오르고... 시간마저 정지된 듯 신비로운 마을은 오늘 아침, 동양화 한 폭을 펼친다. 간밤, 그 눈 속에서도 삽은 무사했다. 밤새 눈을 맞으며 기다렸을 돌그물. 고기가 잡혔을까? 역시나! 돌그물은 큰 물고기만 그저 대충 잡고 말았다. 성근 발과 돌틈으로어린 물고기는 다 놓아 주는 착한 그물, '삽'. 자연과 더불어 살 줄 알았던 옛 사람의 그 넉넉한 마음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