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준 에세이 『나를 깨워줘』
김기준 지음 발행 : 2023년 6월 15일 규격 : 170x225mm (무선) 정가 : 23,000원
하늘이 치유하는 것을 아는 의사/ 그가 곧 명의이다 (「명의」에서)
김기준의 교수의 에세이집 『나를 깨워줘』에는 40여 편의 산문과 40여 편의 주옥같은 시들, 그리고 의사-시인으로서의 그의 생활현장 속의 사진을 담았다. 시인은 인간의 영혼을 치료하는 의사이고, 의사는 인간의 육체를 치료하는 시인이다. 이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된 대서사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김기준 교수의 산문집, 『나를 깨워줘』라고 할 수가 있다. 『나를 깨워줘』는 ‘시인-의사 정신의 진수’, ‘천의무봉’. 삶이 시 같고, 시가 삶 같다. 진한 감동, 깊은 울림----, 이 아름답고 슬픈 진정성의 세계는 그 어떤 원수나 악마마저도 다 그 죄를 고백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이다. 상징과 은유, 그 어떤 아름다운 말이나 수사학적인 장식조차도 필요가 없다. 단어 하나, 토씨 하나, 문장 하나에도 산과 강과 들과 바다, 아니, 나와 너,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환자와 의사 등과도 같이 자연 그대로의 삶의 풍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태초의 마취 의사 하나님의 믿음직한 후배들이다 ― 「후배들아」에서
착한 아가. 잘 자거라. 착한 천사. 다시는 아프지 말거라 ― 본문 중에서
우리는 확실하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고백하듯 나는 분명하게 죽음을 향해 길을 가고 있다 ― 「의미심장」에서
운구를 해 보면 안다 저 길이 곧 나의 길이라는 것을 ― 「공부」에서
의학 자체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마취는 하늘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담을 잠재우시고 갈비뼈를 취한 최초의 마취 의사가 하나님이시니까요. 어쩌면 마취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겸손과 믿음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침마다 마취하기 전, 스스로에게 주문을 겁니다. 마음의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본문 중에서
회복실에서 환자의 이마 위에 손을 올려보았습니다. 혹시나 하구요. 환자가 갸름하게 눈을 떴습니다. “여기 어딘가요? 나 살아있는 건가요?” “그럼요. 위에 계신 분이 아직 올 때가 아니니, 더 있다가 오시래요.”
‘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코끝이 아리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나로 하여금 시인의 길을 걷게 만든 산모로부터 비누 두 장을 받고 흘린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흘려보는 눈물이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구급차에 아버지를 모시고 앰부배깅을 하며, 김해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습니다. 강도 울고, 새도 울고, 바람도 울었습니다. 참 서럽고 서러웠습니다. 의사인 내가, 대학병원 교수인 내가. ― 본문 중에서
나도 대학생 때, 심한 우울증에 빠져, 음독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희망이 없어 보여도,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른답니다. 우리 살아서 끝장을 봐요. 함께 해 봐요. ― 본문 중에서
우리들 모두는 지상에 잠시 머무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사랑할 날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미워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오늘 저녁 장미꽃 한 다발 준비하여, 아내의 품에 안기려 합니다. 그리고 말하려구요. ― 본문 중에서
― 연세대 의대 김기준 교수의 『나를 깨워줘』, 도서출판 지혜, 값 23,000원
저자 소개
김기준 연세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1963년 경남 김해에서 출생했고, 1990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연세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국의사시인회 및 서울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월간 시see 제7회 추천시인상, 2018년 ‘월간시 올해의 시인상’을 수상했고, 시집으로는 『착하고 아름다운』과 『사람과 사물에 대한 예의』, 그리고 사진 에세이 집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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