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 대부분의 꽃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릴 땐 향기롭고 아름답지만, 시든 꽃잎은 보기에 흉하다. 하지만 동백꽃은 다르다.
활짝 핀 꽃송이는 숲을 불태울 듯 한 기세로 화려한 풍경화를 그리고, 나무에서 생명을 다해 낙화했을 때는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장관을 연출한다. 그 모습을 보면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그런 동백을 두고 옛사람들은 나무에서, 땅 위에서, 마음속에서 세 번 꽃을 피운다고 말한다. 남녘 봄바람에 매서웠던 겨울 한파의 기세가 꺾이면서 남도의 동백꽃이 절정기를 맞고 있다. 그 기세가 서해를 타고 부상해 4월 중순이면 서천 마량포구에 당도한다. 나무와 땅바닥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숲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 여수 오동도 동백
◇ 여수 오동도= 여수 여행의 아이콘으로, 또 다른 이름은 동백섬이다. 이곳의 동백나무는 50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데, 시누대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들과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오동도의 등산로는 동백나무 그늘을 통과해 하얀 등대로 향한다. 밖을 훤히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붉게 물든 동백림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오동도 동백은 3월 중순경 절정을 이룬 뒤 4월이면 바닥에 송이를 떨군다.
▲ 서천 마량포구 동백
◇ 고창 선운사= 백제시대 고승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창건한 유서 깊은 천년고찰로, 봄바람이 대지를 감싸는 3월 중순이면 대웅전 뒤쪽 동백 숲(천연기념물제184호)에 하나둘씩 빨간 점이 박히기 시작한다. 선운사 동백은 개화시기가 늦다보니 춘백이라 불리는데, 보통 4월 중순이 되어야 제대로 된 꽃물결을 볼 수 있다. 선운사 동백은 500~600년 생 3,0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붉은색 꽃송이가 무더기로 꽃잎을 드러내 보이면 마치 꽃 병풍을 두른 듯 하다.
▲ 고창 선운사 동백숲
▲ 완도 보길도 윤선도 유적지(세연정)
◇ 완도 보길도= '어부사시사'의 작가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유배지로 곳곳에 동백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세연정 주변의 동백 숲이 가장 아름답다. 세연정은 고산이 직접 만든 정원인데, 풍류를 아는 선비의 낭만적인 안목이 그윽하게 담겨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보길도 동백꽃은 3월에 절정을 이룬다.
▲ 완도 보길도 동백꽃
◇ 강진 백련사= 백련사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돼 있다. 7,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동백 숲은 사시사철 푸르고 두터운 잎으로 인해 대낮에도 고즈넉한 분위기다. 3월말 동백꽃이 만개하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동백 숲은 붉게 물들어간다. 이후 꽃송이를 통째로 떨어진 바닥은 처연하다 못해 울컥 눈물을 쏟으리만치 가슴 저미는 감동을 안겨준다.
▲ 강진 백련사 동백
◇ 장흥 천관산= 단일 수종으로는 국내 최대(6만여평)의 동백 숲이다. 천관산에는 동백 1만2,000여 그루가 뿌리를 박고 있는데, 따로 조림한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자란 것들이다. 그렇다보니 수령도, 크기도, 굵기도 제각각이다.
▲ 장흥 천관산 동백숲
이곳 동백나무 중 오래된 것은 수령이 100년을 훌쩍 넘겼지만 어린 것은 30년을 갓 넘긴 것도 많다. 천관산 동백 숲은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임도의 협곡에 위치해 있어, 내비게이션에 휴양림을 입력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이곳 동백의 개화 시기는 3월 말이 되어야 절정을 이룬다.
▲ 장흥 천관산 동백
◇ 서천 마량포구= 서천의 봄이 시작되는 곳으로, 천연기념물 제169호인 동백나무숲이 유명하다. 마량포구 동백이 유명한 이유는, 이곳이 바로 동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상이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 뒤편 바닷가 언덕은 동백정을 중심으로 수령 500년 이상 된 동백나무들이 정원을 이루고 있다.
마량포구 동백나무는 키가 작은 대신 가지가 옆으로 넓게 뻗어 관상수를 보는 듯하다. 이곳 동백은 엄밀히 말하면 춘백인데, 3월 말부터 하나둘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5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절정은 4월 중순경이다.
▲ 서천 마량포구
◇ 거제 지심도= 하늘에서 보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는 데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데 폭 500m에 길이 1.5㎞에 불과한 아주 작은 섬이다. 이 섬은 전체 면적의 약 70%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있다. 그로인해 동백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선착장에 내리면 지심도 관광지를 잇는 둘레길이 뻗어있고, 그 길을 따라 동백나무 터널이 만들어져 있다. 그렇다보니 지심도에선 오붓하게 산책을 하며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다.지심도 동백은 12월부터 피기 시작해 2월말부터 3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 거제 지심도
◇ 통영 수우도= 통영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섬이다. 수우도란 이름은 생김새가 소(牛)를 닮고, 나무가 많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섬은 200∼500년 된 동백나무 2만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동백섬이라 불렸다. 수우도 동백 숲은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며, 3∼4월에 가장 붉은색을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