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광장에서 오후2시에 출발할 벨로택시에 꼬마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일이다. 시민기자가 아니었다면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었을까? 이 나이에 호기심 많은 동화 속의 소년처럼 말이다. 꼬마장난감 같이 깜찍하고 별나게 생긴 '벨로택시'라는 것, 그것을 타보기 위해 길을 가다말고 되돌아와 서서 기웃거렸다.
팔달문시장에서 행궁광장을 질러 옛 신풍초등학교 뒷길을 갈 때였다. 전에 한번 팔달산 길을 걸으며 선경도서관 앞으로 내려온 적이 있어 그 길을 다시 가려는 참이다. 그런데 화성 주변을 운행한다는 벨로택시가 그곳에 서 있는 것 아닌가. 날씨도 오늘따라 뜨겁기도 하여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알고 보니 신풍초등학교 후문이 '벨로택시' 차고지라고 한다.
마침 기사님이 곱게 생긴 여자 분인데다 뒷자리에는 다른 여자 손님 한분이 승차해있다.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한번 타볼 수 없겠는가 물었더니 탈 수 있단다. 여자 운전기사님과 함께 여 승객 사이에 동승을 하는 것도 싫지 않았다. 목적지는 묻지도 않은 채 그냥 타 보는 것만도 무료라고 하니 더 없는 횡재다. 그런데 그때 후문 안에서 또 다른 벨로택시 한 대가 나오며 날더러 그쪽으로 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옛 신풍초교 뒷문에서 만난 벨로택시
그러나 남자 기사님이다. 그렇다고 싫다고 할 수도 없었다. 뒷자리는 2인승이지만 혼자 탔으니 전세를 낸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 손님 맘대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팔달산 화성열차 타는 곳으로 일주를 하자고 했더니 기사님은 안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행궁광장을 위주로 하고, 어른들은 요청에 따라 화성주변만 가능하고 한다. 전에 처음 소개할 때는 1코스와 2코스가 있으며, 팔달문방향과 장안문방향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다. 팔달문방향은 교통이 복잡하여 운행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팔달산 길은 경사가 져 오를 수 없다고 한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할 줄 알았는데 전기만으로는 힘이 약해 발로 페달을 돌려주어야 하며, 그러기에는 너무 힘들고 무리가 간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기사님은 친절하게 팔달산 올라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벨로택시를 타고 다시 행궁광장으로 가는 길, 호사를 하는 기분이다.
기사님은 운전대를 잡고 두 발로 열심히 페달을 돌린다. 그러나 바퀴 구르는 노면상태는 매끄럽지 못하고 울퉁불퉁, 승차감은 좋다고 해야 할지 몰랐다. 털썩거리는 것이 마치 백마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게다가 운전기사님의 뒷모습이 만화 속의 말을 타고 달리는 흑기사나 왕자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흔들흔들 흔들리니 상상은 자유이다. 마음속으로는 이랴! 소리치며 말고삐를 쳐들고 박차를 가해본다. 황야의 무법자처럼 드넓은 벌판을 달리기도 하고, 강감찬장군이 되어 칼을 휘두르며 적을 무찌르기도 하고 희열해보는 것이다.
페달과 전기동력의 겸용으로 독일산이라고 한다.
그러면 기사님이 누르는 경적소리가 '히~히~'하고 울리며 백마의 포효하는 모습이 상상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꿈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그 기분은 우주를 떠돌다 온 착각이 들고도 남을 것이다. 황홀해하는 내 얼굴 표정이 그랬을까, 기사님은 아마 독심술을 가진 모양이었다. "손님! 기분이 어떠세요? 황금마차라도 탄 것 같지 않으세요?"하고 넌지시 웃는다. 그리고 다 왔다며, 행궁 앞 광장이 종점이라는 것이다. 또 행궁광장 주차장 뒤쪽의 팔달산 올라가는 곳을 가리키며 알려준다.
수원화성벨로택시는 지금까지 모두 3대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용객 수는 얼마나 되는가 물었더니 1대당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50-60명 정도이고, 평일은 20명 정도라고 한다. 앞으로는 1대 더 추가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하며, 10월 10일까지는 무료운행 된다고 한다. 화성관광, 어떤가. 벨로택시를 타며 상상 속 우주를 안아보는 꿈을 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달리는 기분은 울퉁불퉁 상상 속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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