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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년 기자회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모두발언: 모두가 존중받고 함께 협력하는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기자회견에서 한 2024년 신년사입니다. 서울교육이 작년 이룬 바, 우려하는 바, 새해에 이룰 목표 등을 전달합니다. 원문을 조금 편집했습니다.
C.F. 중간에 ‘관내 초등학교 선생님과의 작별’이라는 내용이 갑자기 나옵니다. 2023년 7월에 있었던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지칭하니 참고바랍니다.
Glossary
1. 도시형 캠퍼스 정책: Urban Campus Policy (비공식)
2. 서울교육 국제화 종합 계획: Comprehensive Plan for Internationalization of Seoul Education (비공식)
3. 인공지능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 Plans for strengthening AI-assisted English Public Education (비공식)
4. 국제공동수업: International Joint Class
5. 생태전환교육: Education for Ecological Transition (비공식)
6. 교권보호4법: 4 Key Laws for Protecting Teachers’ Rights (비공식)
7. 아동학대처벌법: Special Act for Punishment of Child Abuse Crime
8. 전인적 성장: holistic growth
9. 공동체형 학교: community-based school (비공식)
분량: 398단어, 5분 15초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교육공동체 여러분!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았습니다. 서울교육을 향한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교육공동체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힘과 용기를 한 아름 안고 좋은 일만 가득한 한 해를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지난해 서울교육은 미래로 열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과대·과밀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도시형 캠퍼스’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열린 다문화 시대로의 이행을 위해 ‘서울교육 국제화 종합 계획’과 ‘인공지능(AI)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도 발표했습니다. 국경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지구촌화, 인공지능과 기후 위기 등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는 국제공동수업, 토론 수업, 인공지능 및 생태전환교육에도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 켠이 무겁습니다. 관내 초등학교 선생님과의 작별은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큰 슬픔이었습니다. 공교육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선생님의 절규로 교권보호 4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는 등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극의 여파가 아직도 교육공동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넘길 수 없는 새로운 교권 침해 유형도 등장했습니다.
‘학교의 사법화’도 걱정스럽습니다. 과거 교육공동체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학교폭력 문제가 지금은 사법적 잣대로만 판단 내려집니다. 학교폭력이 입시와도 연계되면서 처벌을 우회하거나 피하기 위해서 교육공동체가 충돌하고, 학교가 소송의 전쟁터로 변했습니다. 학교는 배움을 위한 공간입니다. 갈등을 조정하는 방법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폭력에 대해 단호한 대응과 처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범죄로 다뤄야 할 폭력과 일상적인 갈등은 구별되어야 하고, 화해 등 교육적 해결 공간도 넓혀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권위주의적 학교를 극복하고 민주적 학교를 만들어왔습니다. 민주적 학교의 핵심은 모두가 존중받는 것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역할을 담당하는 개인으로, 당당한 주체로서 존중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 초등학교 비극 이후 민주화의 ‘그늘’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주체별로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게 된 민주적 학교에서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관철하기 위해 자신의 견해만을 최대주의로 내세우는 갈등이 심화했습니다. 여러 주체의 권리가 상호충돌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각종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내 자식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일부 학부모의 권리주장이 교육활동 침해로 이어지는 현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모두가 당당한 민주적 문화는 학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기관과 공간에서 추구해온 가치입니다. 그러나 학교, 병원, 법원, 기업, 시민단체, 노조 등 각각 그 기능과 목표가 다릅니다. 학교는 다른 기관과 달리 교육을 목표로 존재합니다. 학생의 학습과 전인적 성장을 목표로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그 점에서 다른 기관들과 매우 다릅니다.
그동안 민주적 학교를 만들어오는 과정에서, 모두가 당당해지는 과정에서, 소홀함이 있었습니다.결국 선생님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다치면, 정상적인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제 민주적 학교를 기반으로 '공동체형 학교'를 향하는 새로운 도전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공동체형 학교를 위해선 교사의 역할이 중심이 되고, 교사를 중심으로 모두가 당당하면서도 공동체적인 관계를 이뤄야 합니다.
올해 목표는 분명합니다. 학생의 교사를 향한 존경심, 교사의 학생에 대한 존중심, 학부모의 교사를 향한 협력심 이3심이 긍정적으로 교차하면서 모두가 존중받고 함께 협력하는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교육공동체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