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앞에 ‘독재’ 지운 새 역사교과서...“왜곡된 수업 우려”>
최근 역사 논쟁으로 집필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린 새 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교과서 가운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처음 출간한 한국학력평가원(평가원) 교과서가 필수 학습 요소인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설명이 부실하고, 이승만 정권을 독재 정권이 아닌 ‘장기 집권’이라고 표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검정을 통과한 역사 교과서는 중학교 역사 7종, 고등학교 한국사 9종으로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 쓰인다.
교육부가 제시한 중·고등 역사 교과서 검정 기준을 보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설명은 한국사 교과서에 필수로 들어가야 할 ‘성취기준별 학습 요소’ 가운데 하나다.
평가원 교과서는 ‘위안부’에 대해 “젊은 여성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참고 자료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자”는 등의 연습문제를 제시했지만, 두쪽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의 개념, 관련된 주요 인물,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와 역사 부정의 세계화 등을 다룬 동아출판사 교과서에 비하면 비중이 낮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선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이 전 대통령 사진을 제일 앞에 실었다. 여기에서 이 교과서는 “광복 후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신탁 통치 반대와 남한 단독 임시 정부 수립을 주장했다”고 했다. 또한 주제 탐구라는 이름으로 이승만의 ‘정읍 발언’의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도록 서술해, “만약 이승만이 남한 단독 정부론을 주장하지 않았다면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이승만이 통일 정부가 아닌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한 이유를 알아본다” 등의 질문과 지시문을 넣었다. 또한 이승만 정부에 대해 ‘장기 집권’이라고 표현했으나, ‘독재 정권’(해냄에듀), ‘독재 권력 구축’(미래엔), ‘장기 독재 체제’(씨마스)라고 쓴 다른 교과서와 차이가 났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관련된 서술에서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쓴 것은 다른 교과서들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마련된 2022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연구진은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동의 없이 추가하자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다양성과 포용적 가치를 좁혀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반발했다.
평가원 교과서에 대해 한 고등학교의 ㄴ 역사 교사는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역사 교사가 어떻게 활용하고, 유도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새 역사교과서 출간 #일본군 위안부 설명 축소 #이승만의 치적 위주로 기재하고 친일 독재 관한 내용은 제거 #다방향으로 해석가능한 개념을 편협한 기준에 국한 #왜곡된 역사인식 심을 우려
<[단독] 새 역사 교과서 필자 “5·18은 민주화운동 아닌 사태”>
보수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새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진인 배민 부산외대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5·18 ‘사태’라고 하고, 한국 현대사에서 전두환씨가 “지극히 악마화돼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 조선 시대 내내 계속된 정부의 착취와 수탈이 제한되기 시작했다”고도 주장했다.
30일 정무위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인한 배 교수의 블로그를 보면, 배 교수는 2023년 1월20일 ‘지만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역사 인식’이라는 글을 작성해 올렸다. 지만원씨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 지칭하고 비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은 2023년 1월12일 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배 교수는 이를 두고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지만원 박사가 과격한 표현을 쓰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과, 그가 연구한 사건에 대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광주 5·18 사태라고 적었다. 불행한 일이었지만,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홀로코스트처럼 반인륜적인 범죄 사건이 아니라) 이는 사회 집단 혹은 정치 세력 간의 (광의의) 권력에 대한 투쟁이라는 정치사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마치 프랑스 시민 혁명 사건과 같은) 극심한 ‘정치적’ 사건이었다”며 “그 의미에 대해, 그리고 그 진상 규명을 위해 아직 한참 더 학문적, 전문가적 연구가 많이 필요한 분야”라고 주장했다.
2023년 12월에 작성한 다른 글에서는 학교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냈다. 그는 “한국 현대사에서 전두환이라고 하는 역사적 인물은 5.18 사건과 관련되어 사회적으로 지극히 악마화되어 있다”며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가장 전성기가 1980년대 후반이었다고 생각하며, 전두환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한국인은 교육과 미디어에 세뇌되어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왼쪽이라고는 생각지 않는 모습”이라며 “정치적으로 세뇌당해서 자신들이 마치 왼쪽이나 오른쪽이 아닌 중간, 혹은 자신들의 생각이 사회적, 역사적 진실이라고 의심 없이 믿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두환의 소위 3S 정책을 유식한 채 비판하는 많은 깨시민들은 그보다 훨씬, 아니 진정으로 한국 학생들의 우매화를 가져온 정책이 순 한글 표기와 무상 급식 확대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일제 강점기를 ‘착취와 약탈’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해 잘못됐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2020년 12월 그는 수업 도중 ‘토지조사사업이 일본인이 한국에서 쉽게 토지에 투자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 사업’이라고 발표한 학생과 반박을 주고받은 일화를 소개하며 “나는 한국사 교과서에 회사령과 광업령의 의도를 기술한 부분이 마치 북한 교과서에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적 행위를 묘사하고 있는 문구와 어조가 너무 흡사하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지만 학생을 몰아세우고 싶진 않았다. 단지 그 근거가 어디에 있을까라고 조용히 되물었다”고 했다. 배 교수는 당시 숭의여자고등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근무 중이었다.
그는 이어 “어떤 면에서 봐도 일제 시대에 들어와 (민본주의를 내세웠던 조선 시대 내내 계속된) 개인에 대한 정부의 착취와 수탈은 비로소 현격히 제한되기 시작했다”며 “불법적이고 약탈적인 정부의 탐욕은 조선총독부 통치하에서 비로소 사라지게 되었음은 분명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김용만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계속되는 역사 훼손이 학생들 교과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뉴라이트 사관 역사 교과서의 검정 과정을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검증하고 따져 물을 것”이라고 했다.
배민 교수는 과거 발언 등이 알려지자 “나의 개인적인 역사학적 시각을 내가 집필진으로 포함된 교과서 내용과 연관시키는 기사 내용은 그 근거가 없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극우파가 아닌 역사왜곡의 선구자 #배민교수의 지만원박사 옹호 #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 보수편향 집필진의 영향이 분명해 보#5.18운동을 '사태'라고 표현 # 민중에 가한 폭압의 역사를 배우게 하는 것을 정치적 세뇌라고 표현 #뉴라이트 사관 역사교과서가 될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