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2
심지어 문맹자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거기에 더해 국제화시대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다
영어를 모른다면 그렇다
미루던 영어알기를 위해 문화센터에 큰맘 먹고 찾아갔다
등록창구에는 여러개의 반이 개설되어 있고 그것들을 훑어보다가
무조건 기초, 초급, 첫걸음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반을 찾는
내눈에 들어온것은 <이지 영어> <주니어 영어>였다
<이지 영어>는 쉽다고 하나 내수준에 비춰서 얼마나 쉬운지 모호하고
수업시간도 아침 일찍이라 부담스러웠다
나머지 <주니어 영어>의 수준을 조심스레 창구직원에게 문의해보았다
어감이 어쩐지 내가 필요한 기초부터 가르켜줄것 같은 생각에서..
<아~! 주니어 영어는 아이들이 배우는 반이예요..>
선택의 여지없이 <이지 영어 초급>과 <중급>중
<초급>으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수강생이 되었다
나는 엄마가 성에 안차는 학교에 보내주었다는 핑계로 삐딱해져 공부 안하고,
연애하느라 정신나가 공부는 뒷전이였으며
여드름쟁이 노처녀 영어 선생님의 히스테리가 얄미워서 공부를 더 멀리했다
그녀의 초승달 같은 예민한 얇은 입술에서 나오는 영어 발음은 부담스러 듣기 싫었고
날카롭고 차가운 그녀는 아이들이 수업에 열중하든 말든
혼자 떠들다 나가면 그만이었다
국어선생님을 사모해 잘 집중했던 것과는 달리 그런저런 이유로
영어시간은 나도 신경질적이 되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만 손해라는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중요한 시기에 실력을 쌓아놓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할것인데
언젠가 해외여행을 같이간 그에게 내실력을 완전히 들통 나게되었다
무안할까 그랬는지
<멀쩡하게 생겨 못해도 너무 못한다.... 당신 학교는 영어를 왜 그리 못 갈키었냐....>
우회적으로 돌려 이야기하는데
영어 안해 공연한 제 모교를 욕보이고 말았다
사실 얼굴 두껍게도 못하는것을 그다지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른나라를 다니며 낮은 학력이나 신분의 사람들이
영어 못하는것을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도 차츰 자존심이 상했다
삼십년이 흐른후에 다시 시작하는 영어이다
수업내용이 어떤식인지 모르고서 이미 12과가 시작되어진 초급반에 합류했다
기초공사도 안된데다 단어는 까먹고
쓰기 해야할때는 스펠링이 온전히 생각나지 않기 일쑤였다
그 많은 지난 시간동안 그나마 잊지 않은것은 어릴때 입력되어진
쥐방울 정도의 영어가 전부이다
예전 우리가 배우던 문법 위주의 수업이 아닌 회화로 이루어진 수업이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기초가 부실한 나는 수업방식도 은근히 주눅이 들었다
익숙치 않은 회화를 공부하고 우선 모르는 단어 투성인것도 급한 나머지
옆의 사람과 묻고 답하라는 강사 말에 대화해야 하는
옆자리 아줌마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 무서웠다
음음....만 연신해가며 얼렁뚱땅 떼우고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만일 강사가 나에게 영어로 질문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그땐 어떻게 대처하지
수업중 그런 생각이나 하며 방비책 연구에만 잔머리 굴리고 있었다
묻지 마세요.. 그럴수는 없고 씨익 웃어주며 때울까?
그래서 영어수업이 있는 화 목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 겁이 났다
뭐든 잘해야 신이 나는것인데..
깜찍한 모습의 처녀 강사는 발음의 액센트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잉글리쉬 네임을 묻길래 <산드라>라고 했다
<호호~ 너무 정직한 발음이네요 a 에다 액센트를 주어 샌드라라고 하세요>
우아한 <발레>를 <벌레>라고 발음해야 한다고도 배웠다
처삼촌 벌초하듯 대강 임할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시작한것 성실하자고 마음 다잡아 먹었다
영어와도 참고 하다보면 친해지겠지
실실 웃으며 딸래미가 묻는다
< 엄마 영어 배운다며 어떤거해?>
놀리는건지 신통해하는건지 관심을 갖길래
그애에게 답답한 내가 가정교사 노릇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들어준다
미리 배워 예습해가면 더듬거리지 않고 감쪽같이 우등생이 되겠지?
난생 처음 딸의 제자가 되어 아니꼬와도 참고 배우기로했다
공부하라고 면박을 주던 엄마가 딸의 박식한(?) 영어강좌에 꼬리를 내리고
공부시간 그애의 또 다른면도 보게된다
요즘 아이답게 생각했던것 보다 영어를 많이 알아 내게는 분에 넘치는 선생였다
겨우 두쪽을 하고 요것만 하자고 꾀를 부렸다
오래하면 숨이 막힌다
아이구 늙그막에 뭔 바람이 불어 과외까지 해가며 이 난리람!
가족이 모두 타고 가는 자동차안에서
단연코 화제는 나의 영어도전이었다
신통치 않은것을 알기에 그난관을 어찌 헤쳐나갈지
모두들 새는 웃음을 참느라 애쓰며 가소롭다는듯 내가 얼마나 버틸지를 이야기했다
적금 탄것으로 하루아침에 살수 없는 영어 잘하기다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조금씩 하다보면 가까워지겠지
비록 오늘 배운것 다음에 가면 깨끗히 잊는 증세가 있지만
자주 찾아 가야겠다 영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