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많으면 포터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포터 서비스는 가방을 저울에 달아서 kg당 5달러를 내면, 여기서부터 라반라타 산장까지 1박2일에 거쳐 왕복으로 날라 줍니다.
(포터 서비스)
이렇게 입산 수속이 완료되면 차량으로 탐포흔 게이트까지 올라가고요. 탐포혼 게이트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탐포혼 게이트는 해발고도가 1,866m입니다. 우리나라 산으로 치면 거의 지리산의 천왕봉과 비슷한 높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체적인 산행 흐름을 간략하게 설명 드리면 여기서 출발하여 라양라양 산장을 경유하여 라반라타 휴게산장에서 1박 하고, 다음날 사얏사얏 산장으로 해서 로우봉 정상을 오르고, 하산은 올라갔던 코스를 되내려옵니다. 1박2일 동안 18km 정도를 걷습니다. 오늘은 6km 지점에 있는 라반라타 휴게산장까지 올라가면 되는데 대충 5~6시간이 걸립니다.
(SELAMAT MENDAKI는 "안전산행 하세요"라는 말레이시아 말입니다 )
(정상까지는 8.72km)
산행을 시작한 탐포혼 게이트에서 칼슨 폭포까지는 이 산의 유일한 내리막 길입니다. 산은 높고 큰데 폭포는 작고 별로 볼품도 없습니다.
(칼슨폭포)
폭포를 지나면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오르막은 경사각이 심하고 경사진 길은 돌이나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두었는데 계단 높이가 상당히 높아 오르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지리산과 비교해 볼까요. 중산리에서 천왕봉 코스의 경우 해발고도 600m에서 시작해 5km를 걸어 고도를 1300m 높이면 1,900m의 천왕봉에 올라가잖아요. 키나발루는 해발고도 1,800에서 시작해 8.5km를 걸어 고도를 2,300m 높여야만 4,100m의 정상에 다다를 수 있으니 경사각이 가파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한라산 높이보다 더 올라 왔습니다.
산길은 500m마다 올라온 거리를 표시해 두었고, 1km마다 쉼터가 있습니다. 쉼터에는 쉴 수 있는 밴치등 공간이 있고 화장실과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수도꼭지도 있습니다.
(1km걸었고, 해발고도는 2,039m지점)
(1km마다 있는 쉼터)
(다람쥐와 놀기)
길은 전부 열대우림이고 길섶으로는 희귀한 식물과 처음 보는 꽃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피느라 몸이 바쁘고 눈도 분주해집니다.
라양라양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갑니다. 아까 공원 본부에서 받아온 도시락인데 먹을 만하게 쌌습니다. 알랑미 밥 위에 계란후라이를 덮었고 닭다리와 닭날개에 물 한 병입니다.
이 약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고산병 예방약입니다. 성기능 개선제로도 쓰이는 약이지요. 고산 증상은 보통 3000고지쯤에서 온다고 합니다만 저는 아직 젊고 팔팔한 청춘이니 아니 먹어도 되겠지요 ㅎㅎ
(팔팔정)
이 친구가 우리 가이드 겸 포터 서비스를 해 주는 짐꾼입니다. 왜소한 체격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일행이 맡긴 14kg의 짐을 지고도 잘도 올라갑니다. 제가 조금 빨리 걸었더니 슬로우~ 투게더~하면서 제동을 겁니다.
이 식물은 우리나라의 소나무에 붙어있는 ‘송라‘같기도 하고, 가정에서 공기 정화용으로 키우는 '틸란드시아'와도 닮았습니다.
빨강초롱 같은 꽃은 우리 산하의 붉은병꽃인 듯하고요,
산딸도 있네요 잎이며 딸이며 우리꺼와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가이드가 따 먹어도 된다 해서 먹어보니 새콤하면서 단맛이 나는게 영락없는 산딸이네요
고사리도 있어요. 근데 너무 크고 굵어요 내 스틱보다 굵다면 이해가 되는지요.
이 꽃은 벌레를 잡아먹고 산다는데 이름은 까먹었습니다.
현지인은 요런 신을 싣고 산행을 합니다.
산행하면서 짐꾼을 여러 명 만났는데 이렇게 한 짐을 지고도 가볍게 오르고 내립니다. 제가 ‘프리즈 포토’ 라고 하니까 웃으면서 폼을 잡아 주네요 모두 라반라타 산장에 식료품 등을 대 주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5km 걸었고요. 3000고지 올라왔습니다. 3000이라는 숫자는 고소를 느끼기 시작하는 높이입니다. 우리팀도 두 사람이 빌빌 거리기 시작하고 우리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해서 올라온 서울팀 6명은 모두가 바위에 주저앉았네요 저야 뭐 점심 먹고 먹은 팔팔정의 효과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아무렇지도 아니합니다.
이제 산장까지 1km 남았습니다. 등로는 안개가 짙게 깔리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냉기를 동반한 바람은 낯선 산객의 볼을 어루만지고 떠나갑니다.
산길은 대강 만들었는지 좀 엉성해 보이고 그 길가에는 민들레와 양지꽃을 닮은 꽃이 피어 있고 난초와 자주여로 같은 꽃도 눈에 보입니다.
(민들레)
(양지꽃과 비슷)
(자주여로와 닮은 꽃)
라반라타 산장입니다. 고도는 3,273m고, 출발지인 탐포흔 게이트에서 6km 올라왔습니다. 10시 30분에 걸음을 시작해서 4시에 도착했으니 올라오는데 5시간 30분 걸렸네요.
산장에서 저녁을 먹고, 내일 정상 오르기 전에 간단한 새벽 참을 먹어요. 아침은 정상에서 내려와 먹습니다. 식사는 뷔페식인데 아주 깔끔하게 잘 나옵니다. 하기야 산장비가 1박 2끼 1참에 40만 원이라고 하니...
작은 구멍가게도 운영하고 있는데 가격은 비싸네요. 캔맥주 한 개가 우리 돈 6,000원이고 미니 웨하스 과자가 4,000원입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한 방에 2층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습니다. 화장실과 세면은 공동시설이고 남녀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세면장에는 찬물만 나옵니다.
혹시 해넘이나 볼까 해서 밖을 나가보니 고음을 동반한 바람이 차갑게 불고, 노을은 이름 모르는 바위 뒤로 기울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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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많아서 1.2부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짖궂은 날씨에 산행하느라 고생 했네요
저는 돈도 힘도 안들이고 펀안하게 산행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