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정성 가득한 손끝에서 태어난 사랑의 맛, 부여 가림상회

[청포도]

정성으로 만들어낸 가림상회의 대표 메뉴들

흔히들 음식은 손맛이라고 한다. 손이 만능 양념장도 아닐 텐데, 손맛이 음식 맛을 좌우하다니. 아마 여기서 말하는 손맛은 정성 혹은 마음의 다른 표현일 터다. 그러니까, 조물조물 정성껏 나물을 무치던 어머니의 정성, 배고픈 손주를 위해 그릇 가득 밥을 담아내는 할머니의 마음 같은 것들. 부여 임천면에 자리한 가림상회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손맛 좋은 디저트 카페로 이미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에 고봉밥처럼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정성 가득 한 음식에 사랑 한 스푼 더

파란 하늘 아래, 보라색 지붕을 이고 앉은 가림상회는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가림상회는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선정되고 3년이 지난 2023년 7월에 정식 오픈을 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되돌아보면 어느 하루 추억 아닌 날이 없었다는 게 이순옥 대표의 감회.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는 의미일 터다. 왜 안 그럴까. 부엌 한 칸 빌려 사용하던 공간을 매입해 이렇듯 번듯한 카페로 키워냈으니. 가림상회를 운영하는 만세장터영농조합법인은 60세 이상 여성으로 구성된 만세장터 봉사회가 그 전신이다.

보라색 지붕이 매력적인 가림상회

산뜻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가정집 안방 같은 분위기로 꾸민 공간

디저트 카페에 왔으면 당연히 입이 즐거워야 한다. 가림상회에서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같은 커피류는 기본이고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을 슈페너와 스프레드 브레드도 준비했다. 슈페너에는 보늬 밤을, 스프레드 브레드에는 보늬 밤으로 만든 잼을 더해 가림상회만의 맛과 개성을 입혔다. 음료를 주문하면 디저트 카페답게 수제 오란다가 함께 제공되는데, 이게 또 명물이다. 수제, 그러니까 손맛이 들어간 가림상회의 오란다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부르던 시절에 아버지가 사 오시던, 이가 부러질 정도로 딱딱했던 정육각형의 오란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쫀득하다.

오란다 만들기에 사용되는 재료들

오란다 만들기 체험은 2인 이상이면 언제든 가능하다

디저트로 제공되는 반쪽짜리 오란다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가림상회가 자랑하는‘하트 오란다 만들기’ 체험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오란다 만들기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초청과 물, 버터를 프라이팬에 넣고 중불로 보글보글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오란다 콩이라 부르는 동글동글한 밀가루 튀김과 연근·계핏가루를 함께 넣고 주걱으로 버무리면 되는데, 버무릴 때는 주걱을 양손에 하나씩 나눠 들고 부지런히 저어주어야 한다. 잠깐의 방심으로 눌어붙기라고 하면 그야말로 낭패다.

눌어붙지 않도록 잘 저어주자

하트모양 틀을 이용해 완성한 오란다

토핑으로 사용하는 아몬드와 호박씨는 물기가 절반으로 줄었을 때 솔솔 뿌리듯 넣어주면 된다. 끓인 조청으로 곱게 코팅된 오란다 콩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트모양 틀에 부어 꼭꼭 다져주면 끝. 오란다 콩을 욕심껏 틀에 부었다간 배불뚝이 하트 오란다가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할 것.

가림상회에서는 하트 오란다 외에 하트 영양바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만드는 순서와 방법은 하트 오란다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해바라기씨, 땅콩, 건포도, 호두, 말린 대추 등 들어가는 재료는 훨씬 풍성하다.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 영양바에는 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완성된 오란다는 개별 포장해 가져갈 수 있다

다양한 강정으로 구성된 수제 강정세트

하트 오란다 만들기와 하트 영양바 만들기는 2인 이상이면 언제나 체험이 가능하다. 체험시간은 1시간 남짓. 오란다, 영양바, 약과 등으로 구성된 가림상회 할매표 수제 강정 세트도 인기 상품이다.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낸 수제 김밥과 수제 식혜

가림상회에서 수제 강정의 인기를 넘보는 메뉴는 보늬밤 스프레드 브레드도 보늬슈페너도 아닌 채소김밥이다. 분식집도 아닌 디저트 카페에서 김밥이 인기 메뉴라고? 맞다. 사랑나무로 유명한 성흥산성에 다녀온 이들을 위해 가볍게(?) 준비한 메뉴였는데, 반응이 의외로 좋아 이젠 김밥세트까지 준비 중이다.

가림상회의 다크호스 메뉴인 채소김밥

평범해 보이는 김밥 한 줄이지만, 사실 이 김밥이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올 때까지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의외의 반응’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소박한 김밥 한 줄에 지역 상생을 위한 가림상회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 완도에서 받아온 김을 뺀 쌀, 당근, 우엉, 궁채나물 등 김밥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지역에서 생산한 것들만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미의 건강과 백미의 식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7분도미를 사용하는 점도 인상적. 7분도미는 쌀눈과 호분층이 30% 정도 남도록 도정한 쌀을 가리킨다. 가림상회 할매들의 손맛으로 완성한 채소김밥은 커피와도 잘 어울리지만 수제 곡물라떼나 수제 식혜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수제 식혜는 오리지널 식혜뿐 아니라 수박, 당근, 딸기, 토마토 등 제철 채소와 과일을 활용한 다양한 맛의 건강 식혜가 준비돼 있다.

가지런히 진열돼 있는 다양한 밑반찬들

60대 이상 여성들로 구성된 가림상회

가림상회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밑반찬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주부 경력 30년 이상 된 베테랑 주부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밑반찬들이 맛없을 리 만무. 가림상회에서는 김치, 홍어무침, 진미채 무침 같은 밑반찬들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만들어 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간다.

해질녘 촬영해 합성한 사랑나무

사랑나무는 수령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의 애칭이다

사랑나무는 성흥산성(가림성) 남문지에 있다

가림상회에서 사랑나무로 유명한 성흥산성까지는 차로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성흥산성의 공식 명칭은 가림성(사적). 가림성은 백제 때 쌓은 성곽 가운데 연대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성으로 사랑나무는 가림성 입구인 남문지에서 우뚝 서있다. 수령이 400년을 훌쩍 이 느티나무가 ‘사랑나무’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건 늘어진 가지를 배경으로 촬영해 반전·합성하면 하트모양의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사랑나무가 유명세를 타면서 가림성은 ‘호텔 델루나’ ‘조선정신과 의사 유세풍’ 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사랑 받기도 했다. 사랑나무는 해질 녘,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촬영할 때 가장 아름답다.

여행정보

가림상회 
- 장소 :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97번길 4-5
- 문의 : 041-834-6797
- 체험 : 프로그램 수제 하트 오란다 만들기 1만원(2인 이상), 수제 하트 영양바 만들기 2만원(2인 이상), 단체 별도 문의

숙박정보

- 롯데리조트 부여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00/ 041-939-1000 / www.lotteresort.com/buyeo/ko/about
- 만수산자연휴양림  :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 휴양로 107/ 041-832-6561 / www.foresttrip.go.kr/
- 부여자온대펜션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 34-1/ 010-2478-6504 / https://jaondae.modoo.at

식당정보

- 강변가든 : 제육백반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 52 / 041-834-6889
- 구드래보리밥 : 보리밥·콩나물밥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 11 / 041-835-0750
- 송도회관 : 황태찜·아귀찜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 14-1 / 041-835-2345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4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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