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녀석 맛나겠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가야 하는 소중한 인연
맛깔나는 영화여행/2011 건방떨기
2011-07-07 17:31:21
주의: 스포일러~
<2011년 7월 7일 개봉작 / 전체관람가 / 89분>
<후지모리 마사야 감독 / 출연 : 최재호, 정선혜, 야마구치 캇페이, 카토 세이시로>
여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육식공룡이 하나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하트>. 티라노사우르스라는 공룡 대장이죠. 하지만, 그는 마이아사우라라는 초식동물의 손에 키워집니다. 그래서, 그 초식동물을 엄마라고 따르죠. 원래는, 이 엄마도 그가 육식공룡이라는 것을 알고, 그를 버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버리려 하자, 그 아기의 구슬픈 웃음소리가 '엄마'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그가 육식동물이든 아니든, 그는 아직까지 어린 아이. '엄마'는 차마 그 어린 것을 져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리를 이탈해서라도 그를 키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하트에게는 동생 '라이트'가 있습니다. 그와 사이좋게 지내던 어느 날, 라이트는 하트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다르다는 말에 서럽에 우는 하트. 그러나, 아무리 울어도 다른 것은 다른 것. 하트는 머지 않아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엄마'와 라이트를 떠나게 됩니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꺠달은 계기는 바로 "고기 맛' 때문! 그는 낯선 곳에서 육식공룡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잘근잘근 씹어먹는 고깃덩어리들을 보고 놀라게 됩니다. 그 중에 한 공룡이 자신을 쫓아왔고, 동생 '라이트'에게 위협을 가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의 꼬리를 물게 되었고, 그 꼬리를 잘라 잘근잘근 씹어먹은 후에 말합니다. "어떡하면 좋아, 고기가 맛있어!"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가 절망하며 떠나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고녀석, 맛나겠다>는 하트가 엄마를 떠난 시점부터, 하트의 또다른 인생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단지, 고기가 맛있기 때문에 떠나야만 했던 그의 고통. 사실은, 그가 떠난 것은 그만큼 가족이 소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육식공룡이기에 자신을 키운 엄마와, 또한 동생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를 더욱 더 심한 절망감에 빠뜨렸고, 결국 그는 육식공룡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됩니다. 하트는 육식공룡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여기서 한가지 또다른 발견을 하게 됩니다. <고녀석, 맛나겠다>의 고녀석은 '맛나'이기 이전에, '하트'일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하트'라는 고녀석은 타고난 싸움꾼으로 성장합니다. 그는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혼자서 사냥을 하고 다닙니다. 티라노사우르스라는 공룡의 대장답게 그에게 싸움으로 이길 적수는 없습니다. 그럼, '맛나'는 누구냐구요? 하트가 다 자란 후에 태어난 고녀석, '맛나'의 이름은 하트 자신이 육식공룡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있을 수 있는 절묘한 이름입니다. '고녀석, 맛나겠다'며 잡아먹으려던 하트는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는 이 초식동물을 차마 잡아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맛나'와의 인연 때문에, 하트는 '아버지'로서 필사적으로 '맛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죠.
<고녀석 맛나겠다>에서는 서로 다르지만, 그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참, 질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르기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맛나'는 안킬로사우르스라는 초식공룡이라고 합니다. 하트가 사는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온 공룡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하트의 고뇌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녀석 맛나겠다>에는 참 많은 인생의 고뇌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봐야, 애니메이션 아니냐구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든 어른이든 한번쯤은 고뇌에 빠져들게 할 만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식성이 안 맞아서 고생한 적이 있으시지요? 외국일 경우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인데도 불구하고, 지방마다 다른 음식. 물론, 같은 한국 내에서는 큰 차이가 없긴 하지만, 간혹 가다 보면 한국 내에서조차도 식성에 전혀 안 맞아 고생한 적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트는 자신이 살아야 할 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자신의 식성에 맞지도 않는 음식을 먹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느 정도 길들여지기는 하지만, 본능이란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고녀석, 맛나겠다>의 고뇌는 우선, 이 '식성'부터 시작됩니다. 그리하여, 식성에 대한 고뇌가, 자신이 정말 맛을 느낀 "다른 공룡의 꼬리" 를 씹어먹으면서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거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고뇌를 하게 됩니다. 고뇌를 하다보면, 무언가를 새롭게 깨닫게 되죠! 저도 리뷰를 쓰면서 많은 고뇌를 합니다. 때로는 '유레카'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내 '머리'에 감탄할 때도 있습니다. 어쩔 때는 고뇌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녀석, 맛나겠다>의 고뇌는 '식성'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맛나'를 보았을 때의 갈등. 이 녀석, 잡아먹어야 하는데로 시작된 갈등이, 결국, 이 녀석 지켜줘야겠다, 로. 또,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은데, 만나서는 안 될 것만 같다는 고뇌. <고녀석, 맛나겠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서, 많은 고뇌를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너무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고뇌'하는'고녀석'을 보면서, 우리는 그저 웃으면 됩니다. 고뇌는 영화가 끝난 후에 '깊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언젠가는 '깊은 고뇌'가 우리에게 다시 희망의 불씨를 자라게 할 것입니다. 결국, 엄마를 만나러 간 하트. 그리고, 또다시 다르다는 이유로 헤어져야만 하는 아픔.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하트는 또 한번 이별을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진정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에게는 '맛나'가 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그와 함께 또 일생을 짊어지고 가는 소중한 인연이죠. 하지만, ''맛나' 역시 하트와는 다른 무리이기에 언젠가는 또 헤어져야 하겠죠. 우리 인생이 이렇게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이듯이, <고녀석, 맛나겠다>의 공룡들 인생도 그렇게 그렇게, 이별과 만남의 반복을 하면서 흘러갑니다.
<전창수의 건방떨기 : Blog.chosun.com/helpme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