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이 곡은 슈트라우스가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1844~1900)'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한 이른바 ’철학의 음악화‘ 였다. 나이 32세인 1896년 2월에 작곡을 시작해 8월에 완성되었다. 젊은 혈기로 의욕적으로 덤벼 든 力作(역작)이 분명하다. 그러나 초연 후 찬사와 함께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이유는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철학의 음악화’ 였다는 점이다. 슈트라우스는 재빨리 이를 부인했다. ‘나는 철학적인 음악을 쓴 게 아니다. 인류의 기원과 발전단계를 음악을 통해 표현해 본 것일 뿐이다.’
▲ 짜라투스트라는 누구인가? 기원전 600년경 태어난 고대 페르시아(현 이란) 북부 출신의 예언자이면서 ’조로아스터敎(교)‘ 의 창시자 ’조로아스터(Zoroaster)' 를 독일어로 표기한 것이 ‘차라투스트라’ 이다. 조로아스터敎(교)는 불을 신성시해서 ‘배화교(拜火敎)라 불린다. 차라투스트라는 20세에 출가하여 10년을 수행 끝에 30세에 세속으로 돌아와 가르침을 전파했다고 전해진다. 니체의 책은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을 설파한 것이 아니라, 차라투스트라의 이름을 빌려서 자신의 사상을 풀어본 것이다.
▲ 니체의 초인[超人,위버멘쉬(übermensch)] 니체라는 철학자는 철학사에서 생철학(生哲學), 실존철학과 니힐리즘(nihilism:허무주의)를 주창했다. 그리고 니체하면 ‘超人(초인)’인 ‘위버멘쉬(übermensch)'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초인이라는 말 대신에 ’克服人(극복인)‘ 으로 쓴다고 한다.
니체의 사상의 핵심은 ’신은 죽었다‘ 일 것이다. 초인의 개념은 불교의 사상을 조금만 인용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무신론(無神論)‘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불성(佛性)이 내재되어 있는데 이걸 깨우치면 누구나 ’부처(깨달은 사람)‘ 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하면 된다. 부처님은 실존했던 인물이고 가장 긍정적인 삶을 살다가 열반(涅槃)에 드셨다. 근현대 대한민국 최고의 선승(禪僧)이며 ’가야산 호랑이‘ 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성철(性徹)스님은 이런 법문을 하셨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에 잠꼬대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합니다.”
초인의 개념인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라는 불교의 말씀과 니체 철학의 요체(要諦)인 ‘편안한 삶을 박차고 가혹한 운명과 맞서라’,그러면 그 싸움의 결과로 인간은 완성된 자아의 존재 ‘超人(초인:위버멘쉬)’가 된다는 것은 완전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 해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 op.30」 이 곡은 ‘日出(일출)’로도 표현하는 서주를 포함해 8개의 작은 표제가 붙어있다.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4부의 구성인 때문이다. 책을 읽어보면 분명하게 조금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하지만 워낙에 난해한 책이다). 금관과 팀파니가 합세한 그 엄청난 팡파르 - ‘日出(일출)’로도 표현하는 서주 - 가 끝나면 다음과 같은 8개의 작은 표제가 음악으로 표현되어 이어진다.
1. 머리말(서주) ; 日出(일출) 2. 후세 사람들에 대하여 (of the people of the unseen world) 3.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of the great longing) 4. 환희(歡喜)와 열정에 대하여 (of joys and passions) 5. 무덤의 노래(輓歌) (the song of grave) 6. 과학과 학문에 대하여 (of science and learning) 7. 치유되고 있는 사람들 (the convalescent) 8. 춤의 노래 (the dance song) 9. 밤 산책자의 노래 (song of the night wanderer)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오르간의 선율위로 금관과 팀파니의 우렁찬 팡파르가 지나가면 저음의 현악기가 연주를 시작하는 부분이 ‘후세 사람들에 대하여’ 이다. 인간이 갈망하는 동경의 주제와 종교를 의미하는 여러 동기들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클라이막스를 만든다.
이어지는 봄을 연상시키는 밝고 화사한 선율은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의 시작 부분이다. 이제 템포는 급류를 만난 듯 다급해지면서 묵직한 울림으로 표현된다.
여기에서 ‘환희와 열정에 대하여’ 가 합류한다. 현악기가 토해내는 끈적이는 관능의 노래는 점차로 애절해 진다. 여기에서 목관악기가 이어받는 애수의 선율은 ‘만가’의 멜로디이다. 이제 멜로디는 잔잔한 물결처럼 가라앉으면서 ‘과학과 학문에 대하여’를 표현한다. 다소 음습하고 불길함마저 감지되는 불안정한 선율은 과학의 심오함과 어려움을 표현한 것 같다. 슈트라우스는 이 부분에서 다양한 악상이 혼재되는 조성을 실험해 보기도 한다. 다시 템포가 다급하게 빨라지는 부분은 ‘치유되고 있는 사람들’ 에 해당된다. 이 부분은 이 곡의 전체로 볼 때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웅장하고 치밀한 짜임새를 나타낸다. 이 클라이막스는 관현악의 장엄하고 웅대한 총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쓰나미처럼 빠르고 강력하게 연주되고 나서 침묵에 빠진다. 실제 연주회에선 여기서 음악이 끝났다고 박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음악은 다시 어둠속에서 소생하는 생물체처럼 꿈틀거리며 살아난다. 그리고 트럼펫이 연주하는 주제가 되풀이되면서 ‘춤의 노래’ 가 시작된다. 슈트라우스는 여기서도 마음껏 현란한 관현악 솜씨를 과시한다. 변형된 모습으로 표현되는 여러 가지 왈츠의 선율과 호른이 독주로 연주하는 ‘춤의 노래’ 주제 선율은 너무 아름답다. 이어지는 현악기 중심의 선율도 애수를 지닌 아름다움이 각별하다.
이제 음악은 플루트와 피콜로, 바이얼린이 힘을 모아 격정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이 부분이 마지막인 ‘밤 나그네의 노래’ 인데, 선율은 점차로 발전해 다시 한 번 종소리와 함께 강렬한 클라이막스를 이룬다. 그리고는 천천히 느릿느릿 기나 긴 하강을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교차되는 선율은 인간과 자연의 끊임없는 교감이나 대립을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저음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애처롭게 이어지면서 무겁게 끝이 난다. 듣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결말이다.
● 전곡 감상(해설) (35:47)
● 영화음악에 사용 Stanley Kubrivk 감독의 1968년 영화 <2001 : A Space Odyssey>에 'Opening Music>으로 ♬ 일출(Sunrise) ♬ 이 사용되었다.
이 영화는 우주정거장 내부가 보여지기 전까지 초반 20여분에는 대사가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암전으로 시작되는데, 이때 등장하는 음악이 헝가리 출신의 현대 음악가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의 〈아트모르스페르〉(Atmospheres)다. 원시 인류가 뼈를 도구로 사용하게 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Thus Spoke Zarathustra)이다. 이 음악은 이 영화의 테마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후 데이브의 죽음과 태아의 등장 때도 웅장하게 연주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푸른 도나우〉(The Blue Danube) 또한 여러 번 사용됐다. 특히 초반부, 우주정거장과 스페이스 셔틀이 보여질 때가 가장 인상적이다. 우주정거장이 회전하는 모습은 마치 이 왈츠곡의 리듬에 맞춘 것처럼 보인다.
감상 : The Dawn of Man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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