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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에서 발제할 글인데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올립니다.
여성주의 의료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어서
다른 분들의 의견이 듣고 싶기도 하구요.
중요한 얘기가 빠지지는 않았는지,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면 대충 괜찮을지
고민이 되어서요...
의견을 달아주실 분들은, 구체적으로^^ 달아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발제인데, 주말에 바빠서.. ㅋㅋ
특히, 여성주의 공동체, 의료생협, 여성주의 의료에 대해서 쓴 부분에
첨가하고픈 내용들이 있으면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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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 엿보기
민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
1. 우리는 왜 여성주의 의료생협을 생각했던가
1) 여성주의 공동체
여성주의 의료생협 모임에 대한 최초의 제안은 “60살까지 여성운동을 하면서 여성주의 공동체를 이뤄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은 비혼의 여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이 나이 들어서까지 여성주의자로 살 생각을 하다보니 공동체를 꾸리지 않고서는 결혼 권하는 사회, 보험 권하는 사회, 부동산 권하는 사회의 압박을 이겨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도달한 겁니다. 그 중에서 특히 건강과 의료 관련하여 공동체 필요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건강과 노후 생활의 책임이 모두 개인과 개별 가족에게 전가되는 현재의 사회적 안전망 하에서 비혼 여성, 레즈비언, 트랜스 젠더, 이혼 여성은 말 그대로 매우 불안한 위치입니다. 빈곤의 여성화가 진행되면서 늘어가는 가난한 여성, 노령화와 더불어 늘어가는 여성 노인 역시 건강 문제에서 이중 삼중으로 취약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준비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친구의 경험인데, 비혼 여성인 한 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요. 친구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맡았다고 합니다. 간병 품앗이라고나 할까요?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든든한 친구들의 네트워크 자체가 그 언니가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퍼트남은 사회관계망과 건강 수준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사회관계망이 돈독하면 이를 통해 물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회관계망을 통한 상호작용이 실제 신체적 면역수준을 자극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로 든 간병 품앗이가 이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것입니다. 퍼트남은 그 외에도 사회관계망을 통한 협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건강에 대한 규범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사회관계망이 건강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로 제시했습니다. 여성주의 공동체가 바로 이런 사회관계망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공동체를 구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평등하지 않습니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특히 소득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사람들 사이에 신뢰수준이 약화되고 공동체 생활에 대한 참여도가 저하되어 스트레스 요인이 되며 우울증, 폭력, 약물 등 건강 악화 요인을 증대시킨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동체의 지원과 지지가 절실한 여성들 그러니까 앞서 나왔던 비혼 여성, 레즈비언, 빈곤 여성, 여성 노인 등등은 공동체 생활에서도 배제되기 쉽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래서, 시작은 우리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발로하였으나 ‘우리끼리의 모임’이 아니라, 정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에게로 열려있는 여성주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는 논의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여성주의 공동체를, 여성주의 공동체 논의를 사회화하자고 생각한 것입니다.
2) 의료 생협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은 의료복지영역에서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고 건강한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추구하는 협동운동입니다.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건강, 의료와 관련한 생활 속의 문제를 다루고자 조직체를 구성하여 의료기관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하게 됩니다. 조합원들은 그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임원과 직원, 의사를 비롯한 의료전문가들과 협동하여 당면 문제해결을 위한 의료활동을 추진하게 됩니다. 의료생협은 생협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1994년 시작된 의료생협은 건강 관리와 예방 강조 활동, 조합원 중심의 운영, 조합원 능력 강화 활동 등의 역할을 해 오며 15년의 역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조합이 연 6백억원 가량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는데, 위에 말씀드린 생협운동의 취지에 동감하여 한국의료생협연대에 함께 하고 있는 의료생협은 12개이고,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이 13번째 주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료생협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사고할 경우, 의료생협이 지역사회 주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건강 운동의 일환으로서,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모순을 돌파하는 전망의 물꼬를 텄으면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예방과 건강증진보다 치료를 중심으로 하고, 일차의료보다 3차의료가 중심이 되며,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기에 바쁜 한국 보건의료에서 튼실한 일차의료, 특히 주민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일차의료의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의료생협운동을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지역사회 대중운동으로 보면서, 지역사회 대중들이 의료생협을 통해 현재와는 다른 보건의료 체계를 경험함으로써 집단의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의료생협이 그 자체로 대안이 되거나, 보건의료체제 개혁이나 전복으로 직접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의료생협의 의료를 경험한 주민들에게 문제의식을 촉발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사실 월례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 중 의료인이나 의대생이 많다보니, 의료인에게 의료생협이 갖는 의미도 우리가 의료생협에 주목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치과의사 조합원은 ‘우리 치과 열게 되면 미용 시술은 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쌍꺼풀 찝고, 예뻐지고 싶어서 교정도 했던, 소개팅 따라가고 싶은데 ‘얍실한 애’ 데려오라는 선배 말에 충격받았던 자기 경험을 살짝 털어놓으면서 말이죠. 그런 그녀의 경험은 이제 외모 지상주의에 편승해 건강과는 관련없는 온갖 시술로 돈버는 의사들의 자화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의료생협에서 일하는 것은 내가 대단한 희생정신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치지 않아도, 적정 의료할 수 있도록 나를 지지, 감독해주는 조합원들과의 연결을 의미하지 않을까 합니다. 더 나아가 의대나 병원에서 배운 지식 외에도 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을 조합원들과 함께, 조합원들로부터 배우고 익히고 발전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현재 준비모임에서는 의사 과잉으로 이들 의사를 모두 고용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전망이긴 하지만요.
한편 우리는 생협 혹은 의료생협이 가지는 여성주의적 가능성에도 주목하고자 합니다. 소비자 중심의(특히 먹을거리 소비) 생협운동이 여성들이 관여하고 있는 생활영역 및 과제를 주로 다루면서, 이를 여성들의 역할로 한정시켜 성별분업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역시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협운동이 여성들이 직면한 생활과제를 이슈화, 사회화하여 공/사구분에 도전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또, 생산중심적이고 이윤지향적이며 가부장적인 현 경제체제에 대해 살림이나 관계성, 연대와 같은 새로운 가치관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은 의료생협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무급 보건의료종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급 보건의료종사자의 대다수 역시 여성들입니다. 이런 돌봄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왔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여성의 역할’로 여겨지는 돌봄 영역의 이슈를 사회화하는 역할, 이제 보건 영역에서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불평등과 경쟁의 논리에 맞서 돌봄과 연대와 같은 가치관을 지향하는 공동체의 형성과 운영이 여성운동의 주체와 영역을 넓히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 여성주의 의료
앞서 나온 얘기들도 일부 ‘여성주의 의료’의 상을 그려가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아직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 내에서도 ‘여성주의 의료’가 무엇인지 뚜렷한 의견이 정립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는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과, 여러 가지 여성건강 문제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대의료를 여성주의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포부는 있습니다만, 아직 그 구체적인 상을 그려나가는 수준은 못 됩니다. 다만, 여성주의 의료생협이 출발하는 지점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주의 의료는 일단, 말 그대로 성인지의학, 성인지의료를 전제해야 할 것입니다. 젠더나 섹슈얼리티에 따라 취약한 질병이 다르고, 같은 병이라도 서로 다른 증상과 경과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는 간단하면서도 자명한 원리가 현대 의료에서는 거의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여성들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연구된 진단, 치료 방법에 따라 치료받았습니다. 90년대에 시행된 조사에 따르면 당시 남성과 여성이 모두 걸릴 수 있는 질병 가운데 2/3는 전적으로 남성만을 대상으로 연구되었다고 합니다. 남성중심적 사고와 관행, 여성에 대한 보호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 여성들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에서 멀어졌다는 것입니다. 진단이나 치료 뿐 아니라, 다양한 보건복지제도나 심지어 건강불평등에 대한 연구마저 남성중심적이었으며, 여성들은 가시화되지 못하거나 주로 가족과 모성 영역에서만 다루어져 왔음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극복, 개선하는 것 역시 여성주의 의료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인식은 ‘여성주의 의료생협’의 것이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영역에서 채택되어야 할 기본적인 시각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런 관점을 확산, 유행시키는 것 역시 여성주의 의료의 할 일이겠습니다.
여성주의 의료는 차별에 저항하는 의료여야 할 것입니다. 여성주의는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의학은 차별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쉽게 이용되어 왔습니다. 인종이나 성별 차이를 강조하고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던 골상학이 대표적인 예가 될 테지만, 아직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여성의 낙태권이나 반대로 지금도 행해지는 여아감별낙태는 바로 이 순간에도 의료가 차별과 불평등을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의학과 의료가 몰성적, 남성중심적이었다는 인식은 동시에 우리를 ‘기존의 의료가 이성애중심적이며, 다양한 성소수자를 병리화해왔다’는 인식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장애인 역시 존재 자체로 의학적 대상은 아니나, 한편으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영위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 현대 의료에서는 간과되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여성주의에 눈뜨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소수자를 발견하고 연대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처럼, 여성주의 의료가 기존의 의료체계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환자화’되어 온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연대의 실마리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여성주의 의료란 탈의료화를 추구하는 의료는 아닐까하는 고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현대의학의 성립 과정, 의료화 과정 자체가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타자화하고, 의료전문가가 ‘일반인’을 대상화하는 과정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보스턴 여성건강서공동체의 ‘우리 몸 우리 자신’은 분명 의료서적이 아니라 건강책입니다. 보건의료 서비스 소비자로서 지녀야 할 권리와 행동 지침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월경이나 임신, 출산 등 여성 몸의 변화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의료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성들이 스스로 몸과 자신을 돌보는 힘을 제공하고자 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합원 자신의 건강 관리 능력을 강화하자, 환자가 아니라 건강의 주체로 서자,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자는 의료생협의 취지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시각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이런 활동은 의료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의료가 중심일 필요조차 없는 활동입니다. 적절한 영양과 운동, 건강이 권리라는 인식, 건강을 저해하는 주변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감수성,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정치적이고 조직적인 활동 등이 핵심이 됩니다. 어쩌면 우리 여성주의 의료생협은 ‘여성주의 건강협동조합’이 되는 게 맞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2.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2009년 1월 1일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이 정식으로 발족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성과 노동, 젠더와 건강모임, 막달레나 진료소 모임 등 다양한 활동에서 만났던 보건관련 여성주의자들과 비혼운동, 여성공동체 운동 과정에서 만난 여성주의자들 중 여성주의 의료생협에 뜻을 모은 이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날총, 토리, 무영, 어라 4명이 준비모임을 제안했고, 1-2월 동안 첫 단추 연속 세미나를 열린 모임으로 꾸려가면서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고, 앞으로 답을 함께 모색해야 할 질문들을 탐구했습니다.
이 때 야심차게 준비한 3개년 계획이 있습니다. 일단 3년 뒤에는 여성주의 의료생협이 정식으로 창립하고, 의원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목표로 가정의학과 수련을 열심히 받고 있는 조합원이 한 명 있습니다. 물론, 여성주의 의료생협 의원이 가정의학과 의사가 일하는 의원이 아닐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함께걸음 의료생협을 만들 때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의견 조사가 있었고, 한의원을 원하는 조합원 의견이 다수여서 한의원을 개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여성주의 의료생협 역시, 의원을 열지 말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어디에서 할 것인지, 미래의 조합원들과 함께 결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첫 한 해인 올해는 바닥 다지기의 해입니다. 월 1회의 정례회의와 세미나, 소식지 발간, 홍보 작업을 통해 내연을 탄탄히 하고자 합니다. 현재 5-10 명이 참여하는 월례회의가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고, 이 자리에서 여성 건강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다른 친구의 말마따나 정례모임을 꾸준히 해 온 것이 상반기에 ‘가장 잘 한 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소식지는 지금까지 2번 발간했습니다. 아직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한 번은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면서, 또 한 번은 페미니즘 캠프에 참여하면서 발간했거든요.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긴 하지만, 소식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식지 작업에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조금씩 공통된 고민과 의견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HPV 백신)이나 비만에 대해서 기사를 쓰면서 토론을 해 보기도 하고, 여성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시켜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또 한 편으로는 이렇게 불러주시기만 하면 온갖 자리에 나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우리를 알리고 소개한다는 의의가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자리에 참여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져오고, 고민을 얻고 배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임과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들을 확인하고, 다른 분들의 질문과 제언을 들으면서 여성주의 의료생협에 바라는 것들을 새로 알게 되는 것입니다. 실은 여성주의 의료나 지역사회 여성 건강 정책 등에 대해 고민이 부족하지만, 부딪치면서 내용을 쌓겠다는 전략인 셈입니다. 지금은 관심을 보이는 언론이나 여성주의 모임과 인터뷰가 주된 외부 활동입니다. 퀴어 퍼레이드에서는 부스를 차려서 무료 검진 행사를 하기도 했고, 언니네트워크 페미니즘 캠프에서는 여성주의 의료생협에 대한 이야기 방을 열어 스스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내년은 본격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사업내용을 구체화하면서 외연확장을 꾀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년부터는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의 상근 활동가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상근활동가가 있으면 보다 안정적이고 활동적으로 준비 모임을 꾸려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구상중인 사업에 ‘여성주의 의료생협 설명회’가 있는데, 아마 이 설명회가 본격적인 2차년도의 사업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부적으로도 설명회 준비를 하면서, 앞서 말씀드린 공동체나 여성주의 의료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다듬는 것이 과제이리라 생각합니다.
3차년도는 말 그대로 창립 준비의 해가 되겠습니다. 본격적인 조직 구성을 물리적으로 해 가면서 300명의 조합원과 3천만원의 출자금을 갖추어 여성주의 의료생협을 발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여성주의 의료생협의 목표와 가치를 설정하고, 의료생협의 지역 기반을 어디로 할지, 의원은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3. 자랑과 고민들
자랑으로 내세울만한 것 혹은 다른 분들이 주목하고 기대해 주시는 점들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 제일 큰 특징은 그 동안의 의료생협과는 달리 단체 중심도 아니고, 지역 중심도 아닌 것이, 여성주의라는 ‘가치’를 내세워 처음부터 의료생협을 염두에 두고 조직된 네트워크라는 것입니다. 즉, 여성주의 의료생협은 앞으로 어떤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 활동을 펼쳐 나가든지 관계없이 한국 사회에 여성주의 의료란 무엇인지, (의료)생협과 여성주의는 어떤 관계를 맺을지 고민을 본격적으로 던지는 모임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벌써, ‘성폭력 가해자 교육 담당자를 위한 강의’, ‘10대 여성 건강 연구 사업’, ‘지역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성폭력 상담 교육 중 의료지원 강의’ 등 함께 하기를 요청하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기획들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의료 영역의 적절한 도움을 구하지 못 했던 다양한 필요가 쏟아지는 것이겠지요. 더 많은 필요를 발굴하고 촉발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모임에게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여성주의 의료생협의 특징이긴 하되 강점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느 순간 약점으로 돌변할 수도 있겠죠. 단체를 중심으로 의료생협을 준비할 경우, 이미 단체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약속된 조합원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또, 의원을 운영하기로 한다면 결국 어디든 지역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유지가 어려우리라는 점도 예상됩니다. 여성주의 의료 생협을 재생산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여성주의 의료를 확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여러 고민을 안고 출발하게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현재 준비모임에 많은 의료인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많은 의료생협에서 의사 등 직원을 안정적으로 충원하지 못하는 것이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의료인․예비의료인이 많은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에 관심과 기대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서 의료생협을 알게 되는 의료인․예비의료인이 늘어나고, 지역사회나 일차의료에 관심있는 의료인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의사나 의학연구자, 치과의사, 한의사, 의대생, 수의대생 등 다양한 의료인이 월례회의에 참여하고 준비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의료생협운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일차의료강화 사업들, 즉 만성병 관리, 건강검진, 자원봉사자 양성 및 활동, 방문진료, 건강습관과 환경 개선 교육에 대해 그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조사사업의 부재가 안타깝다는 평가를 본 적 있는데, 여성주의 의료생협의 많은 의료전문인력이 다른 의료생협과 함께 이런 조사사업, 성과의 측정과 연구 등에도 도움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꿈도 꿔 봅니다. 물론 이 역시 자랑만은 아닙니다. 의료의 문제를 형평성과 권리의 문제이자 그것들을 상품화하는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의료생협 활동의 핵이라고 할 때 비의료인들 사이에서 외연을 확대하는 것, 어쩌면 현재 스스로 여성주의자라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성주의 의료생협의 필요성과 가치에 공감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조직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사실 내부적으로 조직화의 과제가 조합원 300명으로 대표되고 있는데, 양적 성장보다 살림과 돌봄이라는 생협의 가치, 여성주의 가치, 연대와 신뢰의 공동체 가치로 주체를 조직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자고 다짐하는 중입니다. 이런 과제는 주민운동, 지역 운동에 대한 고민이나 전략과 연결될텐데, 이에 대해서는 경험과 토론이 너무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우리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이를 보강하는 것을 2년차 활동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이 있는 정도입니다.
그 외에 고민들과 과제는 사실 너무 많습니다. 어쩌면 앞에 떠들어낸 내용이 모두 과제가 되겠습니다. 여성주의 의료의 실내용을 채워가는 것, 그걸 실천으로 풀어내 보이는 것, 다양한 여성주의 모임이나 여러 보건의료 운동과의 연대, 연대와 공동체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의 조직화, 그들이 주인이 되는 조합 운영, 건강과 안녕의 책임을 개인에서 사회로 끌어당기고 개선시켜 나가는 것 등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습니다. 할 일이 많아서 걱정이 없다는 말씀으로 마무리한다면 현실감 떨어진다고 생각하실런지요. 하지만 혼자면 못 할 일도, 여럿이 함께라면 못할 것 없고 게다가 멋진 이상과 꿈도 있으니 허풍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첫댓글 완전 잘 썼더라 어제 민이랑 토리 만나서 한참 수다 떤 거 정말 완전 재밌었삼 민이는 달필~
아참, 잘 보이게 본문에도 넣어줘~ 우리 이걸 기초로 설명회 준비합시다 후후후후
이렇게 하라는거야?? 나 다음 까페에 너무 익숙하지가 않아서리
성공했구려
완전 잘하고 돌아왔으 민이 쵝오!!!!!(한노보연 사람들도 좋았고... 가길 잘했어 흐흐)
민이 쵝오!
ㅎㅎ 난 이제 요걸로 PPT
뜨아~ 치과의사 빼죠~~~~~!!!!!!!!
매우 좋아요 ~~ 여성이론 소개글로 강력 추천 ~~ 이 글을 계기로 각자의 여의생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 .. 11 월회의에서 ..
who is 퍼트남 ? 출처가 ? 우선 일반인의 시선으로 질문을 .. 일차진료와 삼차진료의 정의와 문제점, 왜 일차진료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
의료생협 운동이 분명히 기존 의료체계에 대안의 역할을 하다고 보는데 .. 여성의 무급보건의료 종사자라 함은 ? 보건 영역에서의 볼평등과 경쟁의 논리라 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