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여성민우회는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며 빠른 대응으로 기자회견을 조직했습니다. 춘천을 비롯한 강원지역의 23곳 단체와 함께 2024년 9월 10일 오후 2시 30분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성명서)
정부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근절 대책을 강구하라!
최근 참여 인원만 22만여명에 이르는 불법합성물 제작 텔레그램 채널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서 지인인 피해자를 특정하고 딥페이크 즉 불법합성물을 제작·유포하는 범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범죄는 일부 대학에 그치지 않고 지역·학교로 세분화해 전국 주요 대학 학생들, 심지어 중·고등학생 등 미성년자까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텔레그램 채널은 간단한 검색으로 접근이 가능하여 사용자들은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이 장난처럼, 놀이처럼 불법합성물 제작을 의뢰하고 있다. 이런 텔레그램방에서 만들어진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이후 단체대화방 등으로 공유돼 집단 성범죄가 시작된다. 제작 단계부터 22만명 넘게 참여하고 있다면 유포로 인한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실제로 지역의 학교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참여자 규모에 유료화로 수익 모델까지 갖춘 텔레그램 방의 존재 자체는 불법합성물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는 실태를 반영한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수익구조화돼 있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라며 “여성에 대한 성적 혐오가 온라인상에서 하나의 ‘콘텐츠’가 돼버렸는데도 이를 경미한 사안이라고 보는 사회 인식이 성범죄를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미지는 물론 음성까지 합성할 수 있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여성 피해자 얼굴에 성적인 이미지를 합성한 뒤 신상 정보와 함께 유포하고, 이런 피해를 당사자에게 알려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성범죄는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 공백이 크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불법촬영이나 불법촬영물 유포에 대한 법정형(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낮다.
불법합성물 성범죄는 2019년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인 n번방’ 사건으로 그 심각성이 알려져 2020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14조의2) 처벌 조항이 신설되면서 디지털 성범죄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불법합성물를 만들어도 ‘반포 등을 할 목적’이 없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불법촬영물과 다르게 불법합성은 단순 소지·저장·시청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지 않다. 허위영상물도 성적 대상화가 되는 방식은 불법촬영물과 같고 가해자는 진짜냐 가짜냐 구분하지 않고 소비하고 있어 피해자의 피해는 심각하다. 따라서 허위영상물 성범죄도 최소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
외국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에서 유포되는 불법합성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포함한 국내 기관이 삭제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 수사에 착수해도 압수수색 영장의 강제력이 적용되지 않아 피의자 특정부터 난항을 겪는다.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개정해 한국 지사를 둔 해외 사이트들이라도 의무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딥페이크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를 해도 텔레그램은 가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2020년 추적단 불꽃은 개인이 가해자를 특정했다. 다른 방식으로 추적이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반포 목적으로 딥페이크물을 제작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집행유예, 기소유예 등 처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 없는 일상을 요구한다!
정부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근절 대책을 강구하라!
- 국회는 한국 지사를 둔 해외 사이트들도 의무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개정하라!
- 국회는 불법합성물을 반포 목적 없이 단순 소지•시청한 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
법원은 불법합성물을 제작, 소지, 공유한 딥페이크 성폭력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라!
- 강원도교육청은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하라!
- 강원도교육청은 딥페이크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라!
2024년 9월 10일
텔레그램딥페이크성폭력대응 강원미투행동연대
(사)강릉여성의전화, 강원서부해바라기센터, 강원아동⦁청소년인권지원센터,
강원여성연대, (사)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강원이주여성상담소, 강원인권교육연구회 울림,
강원특별자치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강원특별자치도청소년성문화센터, 강원학부모연합회, 마들렌의집,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여성위원회, 시소!강릉시청소년성문화센터, 여성가족인권상담센터 한삶, 원주시청소년성문화센터, 원주여성민우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강원지부여성위원회, (사)전문직여성한국연맹춘천클럽, 춘천길잡이의집, 춘천시여성단체협의회, 춘천여성민우회, 춘천여성회, 한삶쉼터 (23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