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7월 10일 수요일
성동구청 신우회 예배 설교
시리즈 주제: 하나님의 경륜 7
제목: 기억상실증의 시대
느헤미야 9:36~37
설교 목적
기억은 우리가 무엇을 한 일을 잊지 않는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를 망각하는 것이며, 그것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기억상실은 곧 방황이다. 우리가 과거에 내린 신앙적 결단이 오늘 여기로 우리를 인도했다. 그러나 그 결단이 무엇이었는지를 잊으면 우리는 여기서 방황한다. 나는 느헤미야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의 회개 기도 속에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이 설교의 목표는, 우리의 현재에 대한 신앙적 반성을 통해 우리가 과거에 주님 앞에서 결단한 것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 것을 다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설교 내용
1. 기억이 안 나요
저는 오늘 기억상실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최근에 저는 제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걱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지하 1층과 2층, 두 개 층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지하1층에, 그리고 때로는 지하2층에 차를 주차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를 때 고민이 됩니다. 차를 몇 층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애쓰다가 결국 지하2층에 내립니다. 그리고 없으면 1층으로 걸어 올라갑니다. 이런 일이 싫어서 어떤 날은 차를 주차하면서 여기에 둔 것을 잊지 말아야지 하고 집으로 올라갑니다. 그렇게 하면 주차 위치가 더 명확하게 생각납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지하 1층 기둥 옆에 주차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2. 기억이란?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기억은 우리가 한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일을 잊지 않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우리가 과거에 한 어떤 일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거에 한 일을 잊어버리면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한 목적을 잃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목적을 잃으면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 비유컨대, 자동차를 어디에 주차해 두었는지를 모르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가 우리를 이리로 데려다 놓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 자신이 과거에 어떤 결정을 내렸으므로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과거에 내렸던 그 결정과 결심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가야 할 길을 잊은 사람이 됩니다. 목적을 상실한 사람은 더 이상 열정도 기쁨도 보람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일을 처리할 뿐입니다. 그것은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것입니다. 연어와 같은 물고기를 회귀성 어류라고 합니다. 회귀본능을 가진 물고기는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서 그곳에 알을 낳기 위하여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살아 있는 물고기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어떤 물고기가 허연 배를 드러내고 떠내려 가고 있다면 그것은 죽어가는 것이거나 이미 죽은 것입니다.
3. 인생의 획을 그은 결정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과거에 내렸던 중요한 결단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중에 세 가지가 생각났습니다.
그 하나는, 대학 1학년 때 공과대학 식당에서 열린 대학생선교회(CCC)의 집회에서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바칠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서라는 초청이었습니다. 열아홉살 청년이었던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을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는 서약을 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공과대학에 다니면서 신학공부를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많은 대가를 지불했지만 그 결단이 오늘 저를 목회자로 인도했습니다.
두번째는, 제가 교제하던 아가씨와 결혼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굉장히 심각해졌습니다. 그 동안 좋아하면서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막상 결혼을 결정해야 한다고 하니 왠지 신중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에 하나를 했습니다. 그 아가씨에게 나의 인생을 바칠 것을 다짐하고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5년이 되었습니다. 그 결정으로 저는 많은 대가를 지불했지만 오늘과 같은 소중한 가정을 얻었고 손자들도 얻었습니다.
제 인생에 기억나는 세번째 중요한 결정은 13년 전에 있었습니다. 저는 군자동에서 부목사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 교회에서만 6년째 사역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교회를 개척해야 한다는 소원이 마음에서 솟았습니다. 그 이전에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얼마동안 기도를 드리다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때 저는 하나님께 그렇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저에게 다리 저는 교인 한 사람만 붙여주신다면 제가 교회를 개척하겠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말을 하고 사임을 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며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떤 결정은 우리의 인생에서 큰 획을 남깁니다. 그런데 인생의 길은 더 작은 결정과 결심들로 채워집니다. 소중한 깨달음과 다짐들이 우리의 인생길에 힘을 실어주고 신바람을 일으켜주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결심을 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약속이며 자신에게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4. 나는 왜 공무원이 되었는가?
저는 오늘 신우회 예배에 오신 여러분에게 여러분이 공무원이 되기 전에 어떤 결심이 있었는지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왜 공무원이 되셨습니까? 공무원이 되겠다고 다짐할 때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떤 꿈이 있었습니까?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여러분은 하나님과 자신 앞에 어떤 약속을 했습니까? 제 경험을 돌아볼 때,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게 된 데는 반드시 매우 중요한 결심이 있었고 다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했던 그 결심과 약속을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어쩌면 앞으로 갈 길을 잃어버린 사람과 같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목표와 이상이 있었지만 어느새 나도 속물처럼 왜곡된 목표를 향해 경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별로 재미가 없게 느껴지고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길을 잃었다는 증거이며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5. 기억을 잃어버린 이스라엘
성경을 읽어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그렇게 자기들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기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느헤미야 9장이 그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길을 잃은 것처럼 방황했습니다. 그들은 나라를 잃고 오랫동안 포로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찌어찌 하여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현실의 암담함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던 에스라가 백성들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주었습니다.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비로소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이 잊고 있었던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자기 조상들에게 하신 일과 약속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되찾았습니다. 그렇게 기억의 회복을 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이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종이 되었는데 곧
주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주사 그것의 열매를 먹고
그것의 아름다운 소산을 누리게 하신 땅에서
우리가 종이 되었나이다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주께서 우리 위에 세우신
이방 왕들이 이 땅의 많은 소산을 얻고
그들이 우리의 몸과 가축을 임의로 관할하오니
우리의 곤란이 심하오며
느헤미야 9:36~37
이 고백은 현실에 대한 한탄이며 탄식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조상들을 이 땅으로 인도하실 때는 다스리고 정복하라고 하셨는데 지금 자신들은 종이 되었고 이 땅의 많은 소산을 이방 왕들이 얻고 우리의 몸과 가축을 임의로 관할하기에 삶이 많이 척박하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열방을 위한 제사장의 나라로 부름을 받았으나 지금은 열방의 통치를 받고 그 앞에서 보잘것없는 백성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하는 고백입니다.
6. 찾고 또 찾으라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깨닫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사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제가 블루투스 이어폰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좋은 강연과 설교를 들을 때 그 이어폰을 사용했습니다. 운전할 때도 산책할 때도 정말 잘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안보여행에서 돌아와서 보니 이어폰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저는 정말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못 찾았습니다. 어느 날 제가 우리 교인의 가정을 방문하려고 가게에 들렀습니다. 그 가정에 작은 선물을 사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계산을 하는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주인은 약간 놀라면서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것을 어디에 두었는지 깊이 생각해 보면 기억이 날 거라고요.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에 제 아내가 자기 가방에서 제 이어폰을 찾아서 주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했던 약속과 우리가 뜨거운 열정으로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한 그 서약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그것을 찾으면 우리는 다시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텐데요. 만약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렸고 그것이 정말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찾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푼수 같아 보여도 결국 찾고야 말 것입니다.
7. 어떻게 찾을까?
이스라엘 백성은 자기 민족의 정체성과 소임을 되찾을 때 이렇게 했습니다:
그 달 스무나흗 날에 이스라엘 자손이 다 모여 금식하며
굵은 베 옷을 입고 티끌을 무릅쓰며
모든 이방 사람들과 절교하고 서서
자기의 죄와 조상들의 허물을 자복하고
이 날에 낮 사분의 일은 그 제자리에 서서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의 율법책을 낭독하고
낮 사분의 일은 죄를 자복하며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께 경배하는데
느헤미야 9:1~3
이스라엘 백성이 무엇을 했습니까? 그들은 자기 민족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 모임, 금식, 절제, 회개, 성경읽기, 기도에 시간을 들였습니다. 이것은 민족의 갱신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이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하여 수고한 일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기도를 드릴 것을 결단하는 일이 곧 여러분의 소중한 언약을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 일은 저에게도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저도 때때로 길을 잃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흥미를 잃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삶이 답답하고 다른 사람만 쳐다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꿈을 향해 노력하고 달음질하는 방법을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8. 번영이 기억상실증의 원인이다
너무 편해지고 너무 풍성해지면 과거의 일을 잊는다고 합니다. 번영은 기억상실증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쩌면 번영의 대가로 기억상실증을 앓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는 매우 큰 기대와 꿈을 가지고 신우회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소중한 은혜를 여러분과 나누면서 우리 가운데서 하나님이 하실 일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꿈과 기대가 시들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그럴까 하고 고민도 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설교를 준비하면서 저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성동구청 신우회에서 사역을 기쁨과 보람으로 감당하기 위해서 제가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잃어버린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은 것처럼 말입니다. 저도 여러분의 보물찾기를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