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que Torri의 아침이 밝았다.
어제에 이어 분에 겨운 행복해했던 날이었다.
고봉으로 둘러 쌓인 저지대라 일출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멋진 풍경을 보여 주었다.
"혼자 맞이하기 너무 아까워요. 이렇게 아름다운데.."
유럽다운 발상이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홀라당 벗고 들어 앉아 보는 풍경은 또 다를까?
아침은 호텔 뷔페식
부자님은 아예 Cinque Torri가 바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떠나가야 할 시간이다.
한 번 더 눈에 담고 준비를 서두른다.
"잘 있어 제뤼~"
자진해서 한 장
끌려와서 한 장
출발은 Averau 아래 Rifugio Averau까지 오르막으로 시작된다.
떠나기 전 단체 사진
일 시 : 2024.08.11 일요일
목적지 : Rifugio Scoiattoli - Rifugio Passo Staulanza
지금까지와는 달리 오늘은 10마일이 넘는 거리로 높지 않아도 3개의 패스를 넘어야 하는 날이지만 오늘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많은 것을 보여줄 생각에 설레임까지 든다.
Rifugio Scoiattoli에서 아름다운 Ra Gusela 봉우리 아래 Passo di Giau 산장까지는 2개의 트레일이 있는데 조금 길지만 멋진 오른쪽 트레일로 걷기로 했다.
먼저 시작되는 오름길은 Rifugio Averau까지 이어진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힘차게 출발
봉우리 아래 조그맣게 보이는 건물은 산장이 아닌 산장에서 필요한 자재를 실어 나르는 리프트 건물이지만 보통은 사륜 자동차를 이용해 나른다고 한다.
하여간 조금 높다 하면 케이블카나 곤돌라가 설치되어 있고 조금 더 험한 봉우리에 있는 산장은 리프트를 설치해 물건을 나르는 리프트의 천국이다.
신씨 왕조로 왼쪽부터 중전마마 해모수님 그리고 주몽 왕자
아침 발걸음이 상쾌하다.
어제 울컥해지게 만든 풍광과 좋은 기를 받으며 휴식을 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된다.
이 능선 후에는 안녕을 고해야 하는 라가주오이도 점점 멀어져 간다.
원정을 떠나기 전 오랫만에 설레임과 기대치가 컸는데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봐왔던 세상이 아닌 눈으로 보는 세상 중 으뜸이었다.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니겠지만 더 이상 기대한다는 것이 의문일 정도였다
또한 매일 매일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고 보내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매일매일이 설레일 수 밖에 없었다.
Rifugio Averau
"좋지?"
"인터넷이 잘되니 좋아요"
이렁 ㅠㅠ"
능선에 서면 올라온 쪽과 내려갈 쪽을 완전히 갈라 놓은 듯 풍경이 완전 다르다.
올라 온 쪽이 바위 사막이라면 내려갈 쪽은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맥주 한 잔 음료수 한 캔 없이 잠시 쉬어간 산장은 이 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좀 더 높은 곳에 있어 뷰가 좋았지만 우리가 머무른 Rifugio Scoiattoli가 훨씬 낭만이 분위기가 시설이 좋았다.
만약 또 다시 찾아온다고 해도 우리가 머물럿던 산장을 택할 것이다.
그것도 Cinque Torri가 바로 보이는 5번 방으로.
잘 쉬었다 내려 간다.
야생화의 천국이다.
이 곳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만나는 길이 있는데 너무 밋밋해 엑티비티한 트레일을 걷기로 한다.
룰루랄라 푸른 초원을 잠시 걷는가 싶더니 심하게 꺽어지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마치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다.
가끔은 이래야 걷는 맛이 있는 법.
조금 무서워 하는 척이라도 하면 얼마나 부드러울까
우리 산우님들은 남자고 여자고를 떠나 오히려 즐기고 있으니 예효...
나만 무서운가?
돌아서 본 Averau
앞서 걸으며 바라 본 봉우리와는 천지차이로 변해 있다.
거칠게 조심스럽게 안전하게..
가끔은 두 손 두 발을 사용해 오르고 내려갈 수 있는 길을 만나야 지루하지 않는다.
물론 돌로미테에서 지루할 틈이 없지만 오늘처럼 가끔은 이런 트레일을 만나 신선함을 느끼는 것도 피로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일명 박카스 트레일이라 블리고 있다.
돌에 핀 꽃 (어니언스 노래)
떨어지는 꽃잎을 아쉬워하는
나는 너를 위해 돌에 핀 꽃이런가
실바람 타고 올까 꽃구름 타고 올까
차가운 돌에 피는 외로운 꽃
이름 모를 꽃내음 쉬어가는 나비처럼
돌아와 줄 너를 위해 돌에 핀 꽃이런가
실바람 타고 올까 꽃구름 타고 올까
차가운 돌에 피는 외로운 꽃
- 유튜브에 있으니 들어보는 것을 추천함
"이런 길 너무 좋아요"
유럽은 서쪽 포르투칼에서 스페인을 거쳐 알프스 산맥을 넘은 후 동쪽 발칸반도가 있는 조지아까지 북으로는 노르웨와 스웨덴에서 남쪽 이탈리아까지 전 유럽에 걸쳐 있는데 두루두루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늘 있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뚝뚝 튀어나오는 트레일은 우리에겐 달콤한 사탕처럼 유혹하는데 충분하다.
특히 GR시리즈나 하이루트등은 아직도 꿈의 트레일로 여기며 눈여겨 보고 있지만 걸어 볼 날은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다.
이유는 체력적인 문제와 시간, 경제적인 관문을 통해야 하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잊지않고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괜찮으면 경제적인 문제가 따르고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시간이 모자라고..
그래서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과연 우리들의 체력이 얼마나 보장될까 하는 의문이 따른다.
이래저래 장기간의 여행이란 결단력과 얻는 만큼 버리지 않으면 가능성은 희박해지니 자신의 몫이리라.
보통에 비하면 자주 떠나려 하는 우리를 보고 가정을 버리네 여행하기 위해 사네 하는 말도 있지만 열심히 일하고 아직 체력이 남아있을 때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기에 그렇게 비쳐질 수 있지만 또 다시 욕심 아닌 욕심을 부리는지도 모르겠다.
혼자라면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하기에 미리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니 나 역시 1년 365일 떠날 준비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지니 남의 눈엔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은 꼭 가는 것도 좋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며 상상속에 걸어보는 것도 좋으니 머릿속엔 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상상속의 트레일을 직접 걷는 날이 다가오면 그 설레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론은 점점 시들해지는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한 걸음이라도 더 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늘 기나긴 후유증에 시달리며 되씹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시점에서는 흥얼거릴 수 잇는 레파토리와 언제까지라도 함께 친구만 있다면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
그래서 돌로미테를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주어진 숫자가 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주절거리다 보니 Passo di Giau에 도착했다.
이 곳은 야간에 찍은 사진 한 장이 나를 이끌엇던 곳인데 원만한 일정을 게획하다 보니 머무르지 않고 스쳐 지나는 곳으로 되어버렸다.
에쁜 사진 한 장을 위한다면 하루 머무를 이유는 충분한 산장이다.
하루는 아닐지언정 잠시라도 배낭을 벗고 쉬어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