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박해
왕태삼
한때는 아메리카 도심 속 꽃집의 꽃
본명은 핑크 플리베인 세련도 해라
오래오래 사랑 받다 주인의 눈빛이 시들어
스스로 유리문을 박차고 바람 타고 발굽 타고 온 밀항꽃
장미와 튤립의 찬란한 감옥의 성을 거부하며
변방에 폐허에 무명의 무덤가에
희망처럼 성지처럼 찾아가는 하얀 순례단
때론 가난뱅이풀로 망초대로
온 세상 주홍의 돌팔매란 돌팔매 다 거두어
박토마다 비탈마다 대속의 뿌리로 내렸어라
아직도 박해의 상처들 화전난민의 향기들
바다로 갔으면 이랑이랑 물비늘꽃 피웠어라
지옥으로 갔으면 천국의 구름꽃 피웠어라
막막한 곳에 어두운 곳에
가장 먼저 와 내일을 춤추는 촛불들이여
우리들의 보릿고개도 구원한 풍년초들이여
슬픈 유배라도 강제이주라도
돌 틈마다 새 뿌리 내려 새 향기 피운 그곳이
세상의 성지임을 안다
우리들은 모두 귀화의 후예
나를 버리고 고향도 버리고
지금도 항구마다 하늘마다
또 다른 신화를 꿈꾸는 침묵의 하얀 실존들이 몰려오고 있다
카페 게시글
☆―왕태삼시 ☞
개망초 박해
왕태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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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
24.08.16 04:2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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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교수님 잘 감상하고 갑니다. 좋아요
샤스타 데이지에 치여서 처량한 신세 되어가는 개망초가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아주 멋지게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절초와 개망초를 혼동하고 잠시 꿈속에서 헤매였네요 ㅎ ㅎ
개망초!
해마다 나를 설레게 하고
해마다 나를 그립게 하고
개망초!
너의 깊은 사연 그리 많았더냐
내년에는 널 더 많이 눈길 주고 보듬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