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적상마을 늬우스
소소한 일상 (몸살)-25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한 미래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
청룡영화제 "눈이부시게"로 대상을
수상한 김혜자씨의 영화 대본 중
나래이션 글 발췌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무주 덕유산 설화 눈꽃의 향연
첫눈이 내린 뒤 지금까지 계속되는 한파
덕유산은 여전히 하얀 설산이다.
11월11일 우리집에 찾아 온 손님
블랙 토끼 한마리
아침 마당에 내려서며 토끼부터 찾는게
일상이 되어 갔다.
안보이면 혹시 간밤에 붙잡혀 먹혔나
맘이 쓰여 종일 토끼를 기다리고..
들고양이가 지나가면 닭들도 토끼도
놀라서 아우성을 치고 달아난다.
그런날은 밤새 나무위에서 자는지
닭도 한두마리 집에 안들어오고
다음날 아침 닭장앞을 서성이는 닭을
보고 겨우 안심하는데 토끼도 놀라는지
하루이틀 안보이다 들어 온다.
늘 불안하고 맘 졸이던차에
한쪽 구석으로 도망친 토끼를
쉽게 포획할 수 있었다.
급히 철망 개집을 보완하여
토끼집을 만들어 입주시키고
닭장 앞 양지바른곳에 놓아 주었다.
다행히 옥수수도 배춧잎도 사료도
오물오물 잘 먹는다.
넓은 세상 맘데로 돌아다니며 사는게
토끼한테 훨 좋은줄 알면서도
야행성인 토끼가 밤에 돌아다니다
다른 짐승에 잡아 먹힐까봐 노심초사
불안한 내맘 편하자고 가둬 놓는게
잘하는 짓인지 싶어 마음이 쓰인다.
봄이 되어 장에 토끼가 나오면
토끼장도 크게 만들어주고
두어마리 사다 같이 놀게 해줘야겠다.
낑낑대며 농사지은 배추 무우가 아까워
닭과 토끼 먹을거 좀 남겨 놓고
사나흘 걸려 총각김치 다듬고 간해서
담아 놓고 우리 먹을양만 남기고
주위에 조금씩 나눠드리고 ..
날씨가 땡고추같이 춥고 물이 얼어
좀 풀리길 기다렸다 또 사나흘 걸려서
배추 다듬고 절여서 담그고 했더니
기어이 몸살이 나고 말았다.
작년 재작년 두해를 배추 키워가며
배추벌레한테 다 상납하고 실패해서
올해 한번만 더 도전한다 맘 먹고
모종 한판 사다 심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배추밭에 다니며 벌레 집어내고 물주고
정성을 들였는데도 남들 배추 크기에
비해 반이나 될까 싶은 정도인데
그래도 배추는 먹어보니 고소하고 달다.
아뭏튼 시골에선 김장하고나면
한해살이가 마무리된다.
열흘에 걸쳐 그 마무리를 하고
몸살이 나 버렸다.끙~
이루저루 어떻게 있어도 쑤시고 아프다.
몸이 쉬어가라는 신호겠지요.
저 위에 눈이 부시게 時처럼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올 한해도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들
망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달려 왔습니다.
지금은 쪼끔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 세상
올 한해도 살아 있어서 좋았습니다.
2023.12/6.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