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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에 사용된 ‘셀라’가 하박국서에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신 정 일
1. 들어가면서
‘셀라’(הלס)라는 용어는 시편 150편 중에 39편의 시들 사이에서 모두 71회 사용되었으며, 다른 구약의 책에서는 하박국 3장에서만 3번 사용되었다(합3:3, 9, 13). 물론 하박국 3장이 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셀라’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편 외에도 많은 시나 노래가 구약에는 등장한다. 그런데 다른 곳에는 ‘셀라’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고 왜 하박국에만 등장할까?
이에 본 보고자는 먼저 시편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시편에 ‘셀라’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으며, 과연 ‘셀라’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 후에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시편 외의 시들을 살펴보고, 특히 ‘셀라’가 사용된 하박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며, 하박국에서 ‘셀라’가 사용된 이유들을 알아보기로 하겠다.
2. 시편과 셀라
1) 시편과 예배음악
시편은 여러 가지 예배 상황을 암시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성전에 대한 것들, 예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들, 희생 제물을 바치고 있는 모습들, 춤추는 장면들, 노래, 여러 가지 악기 등 예배를 떠 올릴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특히 시편에는 예배를 드릴 때 사용하는 음악에 관련된 것도 많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시를 나타내는 히브리어인 “미츠몰”(רומזמ, 현악으로 반주하며 부르는 노래)이라는 말이 가리키고 있듯이 시편은 노래로 불려지도록 만들어졌다.
시편에는 34개의 시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편들에는 다양한 길이와 성격을 지닌 표제어가 있다. 이것은 각 시편의 작가가 직접 쓰지 아니하고, 후대에 와서 수집자나 편집자들에 의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 표제어에는 많은 예배음악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개역한글판에 “영장으로”라고 표현된 “람나체아하”(חצנמל)는 “성가대장에게”, “성가대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또는 “연주를 위하여”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표제어에는 해당 시편의 연주방법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는데, “현악에 맞춘 노래”(4편), “관악에 맞춘 노래”(5편), “깃딧(악기 또는 조성)에 맞춘 노래”(8편) 등이다. 또 표제어에는 해당 시편이 불려질 때 따라야 할 가락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앨렛샤할-새벽의 암사슴”(22편), “소산님-백합”(45, 69편), “알다스헷-멸망시키지 마소서”(57, 58, 59, 75)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표제어뿐만 아니라 각 시편의 내용에서도 음악적인 요소는 많이 등장한다. 다양한 악기들이나 앞으로 본 보고자가 연구할 ‘셀라’ 등 시편은 이스라엘 민족의 예배와 그 예배에서 사용된 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2) 어떤 시편에서 셀라가 사용 되었나
시편에서 71번이나 등장하는 용어인 ‘셀라’는 그 어원과 정확한 의미는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먼저 어떤 시편에서 ‘셀라’가 사용되었는지 <표 1>을 통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표 1> ‘셀라’가 사용된 시편
편 | 절 | 표 제 어 | 양식 |
3 | 2, 4, 8 | 다윗이 그 아들 압살롬을 피할 때에 지은 시 | 개인 탄식시 |
4 | 2, 4 | 다윗의 시, 영장으로 현악에 맞춘 노래 | 개인 탄식시 |
7 | 5 | 다윗의 식가욘, 베냐민 인 구시의 말에 대하여 여호와께 한 노래 | 개인 탄식시 |
9 | 16, 20 | 다윗의 시, 영장으로 뭇랍벤에 맞춘 노래 | 개인 탄식시 |
20 | 3 | 다윗의 시, 영장으로 한 노래 | 왕조 시편 |
21 | 2 | 다윗의 시, 영장으로 한 노래 | 왕조 시편 |
24 | 6, 10 | 다윗의 시 | 찬양시 |
32 | 4, 5, 7 | 다윗의 마스길 | 개인 감사시(참회시) |
39 | 5, 11 | 다윗의 시, 여두둔으로 한 노래 | 개인 탄식시 |
44 | 8 | 고라 자손의 마스길, 영장으로 한 노래 | 공동체 탄식시 |
46 | 3, 7, 11 | 고라 자손의 시, 영장으로 알라못에 맞춘 노래 | 시온의 노래 |
47 | 4 | 고라 자손의 시, 영장으로 한 노래 | 찬양시 |
48 | 8 | 고라 자손의 시 곧 노래 | 시온의 노래 |
49 | 13, 15 | 고라 자손의 시, 영장의 한 노래 | 지혜 시편 |
50 | 6 | 아삽의 시 | 계약 갱신 제의문 |
52 | 3, 5 | 다윗의 마스길, 영장으로 한 노래, 에돔인 도엑이 사울에게 이르러 다윗이 아히멜렉의 집에 왔더라 말하던 때에 | 개인 탄식시 |
54 | 3 | 다윗의 마스길, 영장으로 현악에 맞춘 노래, 십 인이 사울에게 이르러 말하기를 다윗이 우리 곳에 숨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던 때에 | 개인 탄식시 |
55 | 7, 19 | 다윗의 마스길, 영장으로 현악에 맞춘 노래 | 개인 탄식시 |
57 | 3, 6 | 다윗의 믹담 시, 영장으로 알다스헷에 맞춘 노래,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굴에 있던 때에 | 개인 탄식시 |
59 | 5, 13 | 다윗의 믹담 시, 영장으로 알다스헷에 맞춘 노래, 사울이 사람을 보내어 다윗을 죽이려고 그 집을 지킨 때에 | 개인 탄식시 |
60
| 4
| 다윗이 교훈하기 위하여 지은 믹담, 영장으로 수산에둣에 맞춘 노래, 다윗이 아람 나하라임과 아람소바와 싸우는 중에 요압이 돌아와 에돔을 염곡에 쳐서 일만 이천 인을 죽인 때에 | 공동체 탄식시 |
61 | 4 | 다윗의 시, 영장으로 현악에 맞춘 노래 | 개인 탄식시 |
62 | 4, 8 | 다윗의 시, 영장으로 여두둔의 법칙을 의지하여 한 노래 | 신뢰의 노래 |
66 | 4, 7 | 시, 영장으로 한 노래 | 찬양시, 개인감사시 |
67 | 1, 4 | 시 곧 노래, 영장으로 현악에 맞춘 것 | 찬양시 |
68 | 7, 19, 32 | 다윗의 시, 영장으로 한 노래 | 시온 제의 기도문 |
75 | 3 | 아삽의 시, 영장으로 알다스헷에 맞춘 노래 | 공동체 감사시 |
76 | 3, 9 | 아삽의 시, 영장으로 현악에 맞춘 노래 | 시온의 노래 |
77 | 3, 9, 15 | 아삽의 시, 영장으로 여두둔의 법칙에 의지하여 한 노래 | 개인 탄식시 |
81 | 7 | 아삽의 시, 영장으로 깃딧에 맞춘 노래 | 계약 갱신 제의문 |
82 | 2 | 아삽의 시 | 제의 기도문 |
83 | 8 | 아삽의 시 곧 노래 | 공동체 탄식시 |
84 | 4, 8 | 고라 자손의 시, 영장으로 깃딧에 맞춘 노래 | 시온의 노래 |
85 | 2 | 고라 자손의 시, 영장으로 한 노래 | 개인 탄식시 |
87 | 3, 6 | 고라 자손의 시 곧 노래 | 시온의 노래 |
88 | 7, 10 | 고라 자손의 찬송시 곧 에스라인 헤만의 마스길, 영장으로 마할랏르안놋에 맞춘 노래 | 개인 탄식시 |
89 | 4, 37, 45, 48 | 에스라인 에단의 마스길 | 개인 탄식시 |
140 | 3, 5, 8 | 다윗의 시, 영장으로 한 노래 | 개인 탄식시 |
143 | 6 | 다윗의 시 | 개인 탄식시 |
3) 셀라의 의미
<표 1>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셀라’는 시편의 전 부분에 걸쳐 나타난다. 이 용어는 때때로 절이나 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의 마지막에 사용되어져 있으며(예; 시3:2, 4 등), 때로는 시편의 마지막에 사용되어져 있고(예; 시3:8 ; 9:20 등), 또 때로는 인용문으로 여겨지는 것 다음에 사용되어져 있다(예; 시44:9 등). 그러나 때로는 그 위치를 일정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곳에 사용되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옛 히브리 시의 인용문으로 보이는 시문의 한 가운데에 사용되어지기도 한다(예; 시68:7 등).
또 <표 1>에서 보듯이 이 용어는 주로 시편 제1-3권에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시편 제4권(90-106편)에서는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시편 제5권(107-150편)에서는 겨우 두 차례 사용되어졌다. 버나드 W. 앤더슨은 그의 저서 「시편의 깊은 세계」Out of the Depths - The Psalms Speak for Us Today에서 원래 시편의 핵심 덩어리는 시편 3-41편의 다윗 모음집이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편 51-72편과 같은 또 다른 다윗 시편 모음집이 보충되었고, 또 제2성전시대 때 성전에서 작시되거나 사용된 여러 시편 모음집들이 따라서 덧붙여지게 되었으며(시42-49, 73-83, 84-89편), 더 후대에 와서 마지막으로 시편 90-150편에 있는 시편 모음집들이 더 첨가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주로 시편 제1-3권에 많이 등장하는 ‘셀라’는 오래 전부터 시편에 사용되어졌다 할 수 있다.
또 이 용어는 표제어를 가진 시편들에서 발견된다. 이 용어가 사용된 시편의 대부분의 제목들은 다윗이나 레위 지파의 음악가들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표제어 중 “영장으로”와 관련되어 있는데, 시편 150편 중 “영장으로”라는 표제를 가진 시편은 55개의 시이며, 이 중 약 1/2인 27개의 시에서 ‘셀라’가 사용되었다.
또 양식적인 면으로 볼 때 개인 탄식시에 ‘셀라’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개인 탄식시가 시편 유형 중에서 가장 흔한 유형의 시들이며 시편의 약 1/3이 이 유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개인 탄식시 중 약 1/3의 시편에서 ‘셀라’가 발견된다.
이 용어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이해는 ‘일으키다’, ‘높이다’를 의미하는 어근 ללס(살랄)에서 파생된 것으로 간주하여 ‘목소리를 높이다’ 혹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다’, 또는 (악기들의) ‘음조를 높이다’를 뜻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용어가 다른 히브리 어근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에 이런 이해가 완전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헬라어 구약성경은 이 용어를 διαψαλμα(디아프살마)로 해석하고 있는데, 그것은 ‘쉼’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쉼’(break)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 이유는 ‘셀라’가 시의 맨 끝, 즉 시가 완전히 끝난 다음에 나타나기도 하며, 시 구절의 일정한 부분이 아닌 중간에도 나타나며 시가 시작하자마자 곧 바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적인 표현에서 볼 때 ‘쉼’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격정적이고 힘이 느껴지는 음악을 연주한 후 갑자기 모든 악기나 합창이 ‘쉼’을 가진다면 오히려 큰 소리에서 느끼는 긴장감보다 더 큰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런 ‘쉼’은 또한 준비의 ‘쉼’이라 할 수도 있는데 다음 부분을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악기를 든다거나 호흡을 가다듬는 ‘쉼’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 음악이 없는 ‘쉼’이 아니라, 노래가 잠깐 ‘쉼’을 가지고 있을 때, 다른 성가대나 악기 등이 팡파르를 넣어 시의 연과 연 사이를 연결하는 ‘간주곡’이나 ‘간주 장단’(interlude)을 연주하는 것이라면 ‘쉼’에 대한 또 다른 이해가 가능해 진다. 물론 맨 마지막에 나타나는 ‘셀라’는 ‘후주곡’이 되는 것이다. ‘셀라’가 ‘간주곡’의 성격이라는 것은 ‘영장으로’라는 표제어를 적절하게 수용할 수 있는데, 예배음악을 이끌어가는 “음악가의 지휘로” 성가대나 악기의 ‘간주곡’을 적절하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쉼’이 기도를 위한 멈춤이라는 견해도 있다. 미쉬나에 따르면 제2성전의 매일 시편은 세부분으로 노래를 했는데, 각 부분의 마지막에는 ‘쉼’이 있었다. 노래를 하다 이 ‘쉼’에 오면 두 제사장은 그들의 나팔을 불었고 이 신호로 예배자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했는데, 이 ‘쉼’과 ‘셀라’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셀라’는 예배 때에 시편이 노래로 불려지는 동안에 회중들이 하나님에 대한 복종의 표시로 땅에 부복하는 시기를 지적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또 이 용어는 탈굼역 성경의 해석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Jerome과 같은 초기 기독교 해석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팔레스타인 유대 전승은 이 용어를 ‘영원히’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본다. 이것은 이 용어가 사용되어져 있는 곳에서 축도합창이 행해졌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원히’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어원학적인 근거가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므로 ‘셀라’라는 용어의 기능과 의미는 다만 추측일 뿐이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 용어는 이스라엘의 예배, 특히 예배음악 - 시편에 주로 사용되었고, 표제어를 가진 시편에 잘 나타나며, 그 표제어 중 ‘영장으로’라는 단어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 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이런 ‘셀라’를 두 가지로 정리하면 첫 번째로 ‘셀라’는 노래나 찬양의 응답이요 반응이다. 그것이 성가대나 악기들의 간주형식이든, 축도합창이든, 나팔을 불어 모든 예배자가 부복하고 기도하게 하든 그 앞 구절의 노래에 대한 응답이요 반응인 것이다. 두 번째로 ‘셀라’는 ‘쉼’, 즉 노래를 잠깐 정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높은 음으로 올라가기 위한 정지이든, 노래의 내용을 생각하고 여호와 앞에 더 복종할 것을 다짐하기 위한 정지이든, 간주를 위하여 노래가 정지하든, 나팔과 같은 악기들이 합주를 위해 준비하는 정지이든 ‘쉼’과 연결되어 있다.
3. 하박국과 셀라
1) 시편외의 구약에 등장하는 노래들
성경을 순례하는 하나님 백성의 이야기로 본다면 이 순례하는 백성의 노래는 시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구약을 포함해서 성경전체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 노래들은 대부분 예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구약성경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시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홍해를 건넌 후 부른 노래로 이집트에서 그의 백성을 구해낸 야웨의 구원을 기념하기 위해서 작시된 것이며 출애굽기 15:20-21에 나타나 있는 “미리암의 노래”에서 기초한 바다의 노래(출 15:1-18), 이스라엘의 믿음 없음과 대조적으로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대조시키고 있는 모세의 노래(신 32:1-43), 전쟁에 임한 자기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 오신 야웨를 기념하기 위한 승리의 노래인 드보라의 노래(삿 5:1-31), 실로에 있던 사무엘에 관한 이야기 속에 삽입된 감사의 시편인 한나의 노래(삼상 2:1-10), 다윗이 노래한 구원의 시편으로 시편 18편에 보존되어 있는 감사의 시편(삼하 22:2-51), 이사야서의 첫 단락의 결론으로 사용된 감사의 노래(사 12:4-6), 성전에서 감사 제물을 드릴 때 사용되던 감사의 시편인 히스기야 왕의 노래(사 38:9-20), 야웨께서 그의 백성을 위해서 승리하게 하심을 노래하는 찬양시편인 하박국의 기도(합 3:2-19), 사실상 감사시편인 물고기 뱃속에서 드린 요나의 기도(욘 2:1-9), 제2이사야 예언에 배어 있는, 땅으로 하여금 새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찬양시(사 42:10-12 ; 52:9-10), 욥기의 찬양시들(욥 5:8-16 ; 9:4-10 ; 12:7-10 ; 12:13-25)과 탄식시들(욥 3:3-12, 13-19, 20-26 ; 7:1-10, 12-21 ; 9:25-31 ; 10:1-22), 예레미야에 나오는 탄식시들(렘 15:15-18 ; 17:14-18 ; 18:19-23), 예레미야애가의 탄식시(렘 3, 5장) 등이 구약성경에 나오는 노래들이다.
이상과 같이 시편 외에도 구약에는 많은 노래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시편을 제외하고 ‘셀라’라는 용어는 하박국 3장에만 등장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하박국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2) 하박국과 예배
하박국서는 소예언서의 여덟 번째에 속한 책으로 1:1에 나타난 표제에서 말하듯 “예언자 하박국이 보았던 신탁(맛사, אשׂמ)”이다. 하박국서에서는 하박국 개인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학자들은 그를 예배와 관련된 제의 예언자로 보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표제어에 신탁이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적인 양식이나 그 내용에 있어서 다른 예언서와는 매우 다른 독특한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구약의 예언서는 “메신저 양식”이라는 “야웨께서 말씀하시기를(코 아마르 야웨, הוהי רמא הכ)”이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그런데 하박국서에는 “메신저 양식”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 반면에 시편에서 주로 발견되는 개인 탄식시(1:2-4, 12-17)와 하나님의 현현을 보여주는 예언자의 찬양시(3:1-19)등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두 개의 독립적인 문학 작품이 발견된다. 그 하나는 1-2장이요, 다른 하나는 3장이다. 하나의 표제로 시작하는 1-2장의 경우에는 당시의 세계의 문제에 대한 탄식시의 형태를 가진, 대화 형식인 두 개의 하박국의 질문들(1:2-4 ; 1:12-17)과 이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들(1:5-11 ; 2:2-4) 그리고 저주 신탁(2:5-20)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의 경우는 1:1의 표제와는 달리 단독적인 표제를 가지고 있는 3장으로 ‘하박국의 기도’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에 있어 예배가 하나님의 임재의 현장이기에 다른 예언자들과는 달리 하나님과의 대화(1-2장)와 그의 기도(3장)로 구성된 하박국의 예언은 예배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3) 하박국 3장과 시편, 그리고 셀라
하박국 1장과 3장에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두 개의 독립적인 표제어가 등장한다. 1장 1절의 “선지자 하박국의 묵시로 받은 경고라”와 3장 1절의 “시기오놋에 맞춘바 선지자 하박국의 기도라”가 그것이다. 이런 독립적인 표제어로 인하여 3장을 첨가문으로 간주한다. 이런 이유 외에도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하박국 주해에 하박국 3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더욱 3장을 독립된 작품으로 간주하게 한다.
그리고 이 독립된 3장은 예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미스(G. A. Smith)는 하박국3장이 출애굽 이후 제의적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그 후 시편 77:17-20에 인용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많은 학자들이 하박국 3장을 다른 시편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예배 중에 고난 가운데서 하나님의 개입을 바라는 기도로 사용되었다고 말한다. 이에 본 보고자는 하박국 3장에서 예배와 시편의 흔적을 찾아보고 ‘셀라’가 사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표제어에서 예배와 시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표제어는 시편에 나타난 개인의 기도와 매우 흡사하다. 특별히 ‘시기오놋’은 시편 7편에 사용된 ‘식가욘’의 복수형태인데, “앞뒤로 움직인다”는 뜻을 가진 동사와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승리나 환희의 노래로 사용된 경우의 불규칙한 박자이거나, 비가(悲歌) 또는 변주형식의 비탄의 노래에 사용된 불규칙한 박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뜻은 현재 정확하게 알지 못하며, 70인역에서는 ‘노래’라는 말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기오놋’은 예배 가운데 불려진 노래의 리듬과 관련되어 있는 음악적인 형식으로 보인다.
그리고 1절의 표제와 관련되어 19절 후반부에도 예배와 음악에 관련된 구절이 나온다. 시편의 표제어에 많이 등장하는 “영장을 위하여 내 수금에 맞춘 것”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성가대의 지휘자를 뜻하는 ‘영장’, 예배 때 자주 사용된 현악기인 ‘수금(네기노타이, יתוניגנ)’이 하박국 3장이 다른 시편과 같이 예배에 사용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3장의 각 구절과 표현은 시편을 연상케 한다. 즉 3-7절은 하나님의 현현의 모습과 그로 인해 두려워하는 자연의 반응 나타내고 있는데, 사사기 5장의 드보라의 노래나, 출애굽기 15장의 바다의 노래를 연상하는 구절들이 등장한다. 이는 시편 68편, 95편, 107편, 136편 등과 같은 하나님의 현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역사적 시편들을 떠올리게 한다. 또 3절 후반부터는 하나님의 현현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편 18편 7-15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6절 이후의 하나님의 현현과 함께 자연이 떨며 파괴되는 것은 시편 97편 4-5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8-15절에는 적들과 싸워 승리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데, 먼저 8절에 강들과 바다가 하나님의 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용사 하나님은 이런 적들과 전쟁하시고 승리하신다. 이런 강이나 바다의 적을 대적하시는 하나님에 대해선 시편 29편, 74편 12-17절, 89편 9-10절 등에도 잘 나타난다. 또 9절 후반부에서 15절까지는 폭풍우를 일으키는 회오리 바람 속에서 나타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데, 폭풍우 속에서 천둥이 치며 엄청난 어두움 속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깊음의 샘들이 솟아오르며 땅의 기초가 보이는 현상들은 시편 18편 7-15절, 77편 16-19절, 89편 9절, 104편 3-10절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 노래의 마지막 부분인 16-19절에도 시편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있는데, 18절의 “나의 구원의 하나님”(엘로헤 잇시, יעשׁי יהלא)이다. 이 표현은 시편 18편 46절과 25편 5절에 동일하게 사용되었다.
이상과 같이 예배와 시편의 흔적이 있는 하박국 3장에는 시편에만 등장하는 ‘셀라’가 3, 9, 13절 등 3회 등장한다. 시편에서 ‘셀라’라는 용어가 사용할 때의 상황들이 하박국서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저자인 하박국의 삶의 자리가 예배였다는 점, ‘셀라’가 등장하는 3장이 독립된 형태로 예배에 사용되었다는 점, 3장의 여러 표현들이 시편의 표현들과 유사하다는 점, 특히 시편에서 볼 수 있는 표제어와 악기가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그 표제어 중 ‘영장으로’와 관련이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셀라’가 처음 나오는 3절을 살펴보자. “하나님이 데만에서부터 오시며 거룩한 자가 바란 산에서부터 오시도다 (셀라) 그 영광이 하늘을 덮었고 그 찬송이 세계에 가득하도다.” 2절의 일종의 탄식시가 끝나고 3절에서 하나님께서 나타나신다. “하나님이 데만에서부터 오시며 거룩한 자가 바란 산에서부터 오시도다.”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오페라의 서곡처럼 노래한다. 다음에 노래할 하나님의 나타나심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을 더 강조하기 ‘셀라’로 ‘쉼’을 가진다. 이 때 다른 성가대와 현악합주단(수금)은 지휘자(영장)의 사인을 받으며 ‘간주곡’을 연주한다. 또 나팔수는 다음 부분을 준비하며 나팔을 든다. 다음 구절에서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이제 구체적으로 노래한다. “그 영광이 하늘을 덮었고 그 찬송이 세계에 가득하도다.” 나팔이 함께 연주되면서 합창은 큰 소리로 하나님의 모습을 노래한다. 여기에서 ‘셀라’의 ‘쉼’을 ‘간주곡’과 악기를 다음 부분을 위해 준비하는 ‘쉼’으로 생각해 보았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하나님의 나타나심이 더 극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될 것이다.
4. 마치면서
시편은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다른 구약성경의 내용과 달리 “하나님을 향한 이스라엘의 반응”이다. 이런 시편의 삶의 자리는 예배였다. 이 시편은 예배 속에서 단순히 시를 낭독하는 차원이 아니라 음악을 동반하여 노래되어졌으며, 예배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셀라’ - 명확한 의미는 확인되진 않지만 노래의 응답과 반응, 그리고 ‘쉼’으로 이해해서 - 라는 용어는 시편을 한층 더 아름답게 표현하도록 했다. 이렇게 시편에 사용된 ‘셀라’는 소예언서의 하나인 하박국 3장에 다시 등장한다. 시편에서 ‘셀라’가 사용되었던 것처럼 하박국에서도 ‘셀라’는 동일하게 사용되었다.
이렇게 하박국 3장에 ‘셀라’가 등장하는 이유는 하박국의 삶의 자리가 예배였고, 3장은 시편의 시들과 같이 예배에서 독립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음악적인 요소들인 ‘영장으로’와 ‘시기오놋’, 그리고 악기가 포함된 표제어를 가지고 있었으며, 시편과 유사한 표현들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시편과 하박국의 ‘셀라’를 살펴보면서 구약성경을 볼 때 “예배와 예배음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통해 현대 예배와의 접목도 시도해봄직하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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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naver.com/saiyp/60002706912 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