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으로 나가기 싫은 오늘, 현관문을 열었을 때 펼쳐지는 풍경이 보고 싶어 잠옷 바람에 손잡이를 돌려 빼꼼 밖을 바라봅니다. 어제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풍경이라도 가끔 매료되는 날이 있습니다.
매번 같은 시간에 현관 밖을 바라보는 건 아니기에 살짝 설레기도 합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해가 제 할 일을 다 하고 숨어버리기 한 두 시간 전, 주황빛이 온 세상을 덮는 그 시간. 그 따뜻함에 ‘아’ 하는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죠. 딱딱하기 그지없는 아파트 외벽에도, 앙상한 가지가 달린 나무도, 차가운 쇠붙이 자전거도 주황빛의 온기가 스며들겠구나.
오늘은 그렇게 문밖의 풍경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지독한 감기에 걸린 탓에 자연이 주는 따뜻함이 더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계절과 날씨에 여러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일상의 나날과 풍경들은 때때로 큰 위안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이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산에 올라 햇볕을 머금은 산과 그늘에 가려진 산의 조화에 마음을 두기도 하죠. 이렇듯 우리는 늘 그 자리에 있는 풍경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는 그 속에서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지만, 결국 사람에게 위안을 얻고 곁에 누군가가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마음에 생긴 생채기와 군데군데 뻥 뚫린 구멍을 메우기 위해 누군가의 토닥임도 필요한 것이죠. 그렇게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달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인과의 만남에서도 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구석은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그저 한결같고 과묵한 자연 속에서, 나의 시선이 머무르는 일상의 풍경에 마음을 놓아 보는 건 어떨까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너도 청춘의 기억을 하나둘씩 잃어버리는 구나.‘ 공감하고,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내 삶의 따뜻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크게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풍경일지 몰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번도 같지 않았습니다. 삶이 쳇바퀴 돌듯 똑같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완전히 어제와 같을 수 없는 오늘처럼 말입니다. 그 오늘이 힘들고 지치고 아프다면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모습에서 작은 위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의 햇살은 당신을 위해 환하게 비추고 있으니까.
오늘의 비는 당신을 위해 시원하게 울어 주고 있으니까.
오늘의 밤은 당신을 위해 조용하게 들어 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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