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어느새 마녀가 돼 버렸다
방송인 김새롬 씨가 GS홈쇼핑의 <쇼미더트랜드>에 출연해 제품을 소개하던 중 “<그것이 알고 싶다>가 끝났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얼른 사야한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2021.1)
경솔한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같은 시간대의 SBS-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시청자들의 큰 관심아래 방송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김 씨가 진솔한 사과와 함께 방송에서 하차하게 되자 하태경 국회의원은 과도한 매도는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마녀사냥은 옳지 않다. 사과 수용하고 계속 일할 수 있게 하자.”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자세는 질타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질타의 정도에도 온도차가 있기 마련입니다. 김 씨의 실언이 방송 일까지 그만둘 정도로 질타 받을만한 일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종종 보여준 과도한 분노 표출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차별적이며, 도를 넘는 인신 비방은 폭력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마녀사냥을 당연한 것 인양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후사정을 세심히 살피려 하지 않습니다. 그냥 욕부터 쏟아내야 속이 후련합니다. 어쨌든 잘못은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익명의 자유아래 타인의 자유를 속박하고, 그의 몰락을 기대하면서 괴기스런 미소를 짓습니다.
중세시대의 마녀사냥 역시 누군가는 짓밟혀 희생이 불가해야만 멈췄습니다. 계속되는 경제악화와 전염병 확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병들어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행의 사태를 설명해줄 수 있는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불행의 씨앗은 이교도의 악행에서 비롯됐다고 과장했으며, 이후ㅜ 이교도를 믿는 자들을 마법사나 마녀라 부르며 체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본보기로 이상한 행동을 한 여성을 체포해 벌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더 확실한 핑계거리가 필요했기에 누군가 조금만 기이한 모습을 보여도 마녀라는 누명의 씌워 마구잡이로 잡아들였습니다.
특별한 범죄 혐의도 없이 억울하게 체포된 이들은 형식상의 마녀재판을 받은 후 화형, 참수형, 교수형 등 극형에 처해졌습니다. 당시에 출간된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라는 보고서에는 마녀 감별법이 소개돼 있습니다. 마녀를 감별하는 방법이 아니라 마져로 낙인찍는 기술이 더 어울릴법한 감별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녀 혐의로 체포된 여성의 손을 뒤로 묶은 채 물속에 집어넣었는데도 만약 물 밖으로 떠오르면 마녀가 틀림없기 때문에 처벌해야 하며, 혹여 물 밖으로 떠오르지 않은 채 가라앉아 버리면 단순한 익사 사고로 처리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마녀사냥의 일반적인 공통점은 상대가 완전히 무너져야만 드라큘라 같은 이빨로 물어뜯기를 그만둡니다.
마녀사냥의 큰 폐해는 억울한 피해자가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진실을 삼킨 거짓이 횡행하면서 광기어린 혐오로 무장한 대중들의 칼춤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마녀사냥은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마녀로 지목했던 손가락질이 언젠가는 자신을 향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때는 후회해도 너무 늦습니다. 자신 또한 어느새 마녀로 낙인 찍혀있기 때문입니다.
“적극 찬성 합니다.”, “매우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집단지성이 맥을 못 출 때 마녀사냥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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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윗물이 탁해도 아랫물이 맑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