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고(古)의 것을 변(辨)하다
종자(種子)의 법(法)에 대한 고인(古人)들의 말은 적지 않다. 내가 '전부 옳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한 것은 또한 의(疑)하는 바가 있어 그렇게 말한 것이다.
삼가 이를 열거(列)하여 변(辨)하였으니, 또한 통달(達)한 자들이 바르게 재단(:裁)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一. 광사결([廣嗣訣])에서 이르기를,
"30시진(時辰)인 2일 반(半)과
28~29일을 그대가 계산(:算)하여야 한다네.
낙(落)하는 홍(紅)이 지(地)에 가득(滿)할 때 좋은 기(期)이고,
금수(金水)를 과(過)하는 시기(:時)라면 단지 곽란(霍亂)이니,
곽란(霍亂)의 시기(:時)에는 부질없이 공(功)만 쓴다네.
수(樹)의 머리(:頭)에서 바닥(:底)까지 남은 홍(紅)을 찾아서(:覓)
단지 헤쳐서(:解) 개화(開花)한다면 자(子)를 결(結)할 수 있으니
어찌 단계(丹桂)가 군락(:叢)을 이루지 않는다고 근심(:愁)하는가?" 하였다.
생각(:按)하건대, 이는 부인(婦人)의 경기(經期)가 막 지(止)할 시(時)에 자궁(子宮)이 바로 열리니 곧 종(種)을 포(布)하는 시(時)이고, 이러한 좋은 기(期)를 지나면 자궁(子宮)이 닫혀 수태(受胎)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10일, 15일, 20일의 후에 수태(受胎)하는 경우는 또한 어째서 그러할까?
또 어떤 철부(哲婦)가 이르기를 '이 설(說)에 의거(:依)하자면 단정(:端)하지 못한 자가 단지 15일이 지나 (성교를) 한다면 저절로 별다른 (임신의) 염려(:慮)가 없으니, 좋도다! 이 말이여!' 하였다.
과연 이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一. 도장경([道藏經])에 이르기를 "부인(婦人)의 월경(:月信)이 그친 후에 1일, 3일, 5일에 합(合: 성교)한다면 건도(乾道)로 남(男)이 되고, 2일, 4일, 6일에 합(合)하면 곤도(坤道)로 여(女)가 된다." 하였다.
생각하건대, 이는 홀수(:單數)는 양(陽)에 속(屬)하므로 남(男)이 되고 짝수(:偶數)는 음(陰)에 속(屬)하므로 여(女)가 된다는 말이다.
과연 그러하다면 누가 그걸 몰라서 자(子)를 득(得)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겠는가?
결국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一. 저씨유서([褚氏遺書])에 이르기를 "남녀(男女)의 합(合)은 두 정(情)이 교(交)하여 창(暢)하는 것이다.
만약 음혈(陰血)이 먼저 이르고 양정(陽精)이 나중에 충(衝)하면 혈(血)이 개(開)하여 정(精)을 과(裹)하니, 정(精)이 들어가 골(骨)이 되어 남(男)의 형(形)이 된다. 만약 양정(陽精)이 먼저 이르고 음혈(陰血)이 나중에 참(參)하면 정(精)이 개(開)하여 혈(血)을 과(裹)하니, 혈(血)이 들어가 본(本)이 되니 여(女)의 형(形)이 된다." 하였다.
생각하건대, 이 일설(一說)을 내가 처음에 볼 때는 심(甚)히 그 미(味)가 있고 일리(:理)가 있는 듯 하였으나, 오래 살펴보니 절대 그러하지 않았다. 상합(相合)하는 때에 어찌 동혈(動血)을 할(:堪) 수 있겠는가? 오직 이미 결(結)한 후에라야 정(精)은 시작하는 기초(:肇基)가 되고 혈(血)이 자육(滋育)하여 태(胎)가 점차 된다. 곧 혈(血)의 글자를 정(精)의 글자로 고쳐서 '음정(陰精)이 먼저 이른다.'고 한다면 되지 않음이 없을 듯 한다.
그러나 처음 성년(:笄)이 된 여자(女子)가 한 번 합(合)하여 바로 잉(孕)하는 경우를 상견(常見)하는데, 이러한 시(時)에는 외피(畏避)할 겨를(:暇)이 없는데, 어찌 정(精)의 설(泄)을 말하겠는가? 단지 정(情)이 동(動)하면 기(氣)가 이르고 기(氣)가 이르면 음(陰)이 벽(闢)하며, 음(陰)이 벽(闢)하면 흡수(吸受)하고, 흡수(吸受)하면 잉(孕)이 되지 않음이 없으니, 이는 자연(自然)의 정리(正理)이다.
저씨(褚氏)의 설(說)은 천착(穿鑿: 견강부회)인 것 같으니라.
一. 동원(東垣)이 이르기를 "경수(經水)가 단(斷)한 후 1~2일에 혈해(血海)가 정(淨)하기 시작하여 정(精)이 그 혈(血)을 승(勝)하니 감(感)하면 남(男)이 되고, 4~5일 후 혈맥(血脈)이 이미 왕(旺)하여 정(精)이 그 혈(血)을 승(勝)하지 못하니 감(感)하면 여(女)가 된다." 하였다.
생각하건대, 이 설(說)도 또한 확론(確論)이 아니다. 요즘 다산(:多生)하는 여자(:女)를 보면 매번 월경(月經)이 처음 정(淨)할 때 공(功)을 가하여도 반드시 여자(:女)가 됨을 면(免)하지 못하니, 어찌 또한 혈(血)이 승(勝)하여 그런 것이겠는가?
一. 단계(丹溪)가 이르기를 "음양(陰陽)이 교구(交構)하여 태잉(胎孕)이 응(凝)하니, 장(藏)하는 처(處)를 명(名)하여 자궁(子宮)이라 한다. 일계(一系)는 하(下)에 있고 상(上)으로는 두 기(岐)가 있으니, 중(中)에서 분(分)하여 둘이 된다. 그 형(形)은 사발(:鉢)을 합(合)한 것과 같으니 하나는 좌(左)로 달(達)하고 하나는 우(右)로 달(達)한다.
정(精)이 그 혈(血)을 승(勝)하면 양(陽)이 주(主)가 되고 좌(左)의 자궁(子宮)으로 기(氣)를 받아 남(男)의 형(形)이 된다. 정(精)이 혈(血)을 승(勝)하지 못하면 음(陰)이 주(主)가 되고 우(右)의 자궁(子宮)으로 기(氣)를 받아 여(女)의 형(形)이 된다." 하였다.
생각하건대, 이는 성제경([聖濟經])의 '좌(左)가 동(動)하면 남(男)이 되고 우(右)가 동(動)하면 여(女)가 된다.'는 설(說)과 같으니라.
다만 자립(子粒: 씨앗)으로 증험(:驗)하자면 모두 두 개의 판(瓣: 쌍떡잎)이 있지 않음이 없다. 따라서 남자(男子)도 두 환(丸)이 있듯이 자궁(子宮)의 의(義)도 이와 같으니, 이를 믿으면 그 신(信)은 잘못(:謬)이 아니다.
오직 좌(左)가 받으면 남(男)이 되고 우(右)가 받으면 여(女)가 된다는 설(說)은 사후(事後)가 아니면 그러하다는 것을 헤아릴(:測) 수가 없다. 곧 다시 좌사(左射) 우사(右射)의 법(法)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만 음(陰) 중의 합벽(闔闢)은 스스로의 기(機)가 있으므로, 곧 좌(左)하려고 하여도 반드시 좌(左)가 되지는 않고 우(右)하려고 하여도 반드시 우(右)가 되지는 않다.
음양(陰陽)의 상승(相勝)의 이(理)는 천시(天時) 인사(人事)의 사이에 있으면서 별도의 일도(一道)가 있는 듯 하니, 비록 이 설(說)을 안다 할지라도 결국 무익(無益)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