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37-1 (2013. 11. 01) 광양시. 하동군
15.1km (서해안 : 845.6km, 남해안 : 392.3km, 합계 : 1237.9km)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 금이리 - 청암리 - 진월면 진정리 - 망덕리 - 선소리 - 신아리 - 경상남도 하동군 금성면 궁항리 - 고포리 - 갈사리)
11월 첫날 장정을 떠난다.
오늘은 길고 길었던 전라도의 장정이 끝나고 경상도로 들어가는 날이다.
2011년 5월 금강을 건너 전라도로 들어와 오늘 섬진강을 건너서 2년 6개월의 약 760km의 전라도 장정이 끝이 난다.
대전 진주 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내려가며 아버지 산소에 모두 같이 들려 경상도 입성을 보고 드렸다.
진주에서 영남 회장님을 모시고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상면에 도착했다.
경전선 진상역은 역이 식당이다. 하루에 10번 정도의 완행열차가 다니고 있는 역인데
역사를 고기집으로 단장을 하고 맛있는 고기를 구워 판다.
겉모습만 역이고 속안에는 옹기종기 모여 고기를 먹는다.
장정의 시작은 진상면 금이리 마을 입구이다.
마을을 통과하여 넓은 들로 나온다.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고속도로 바로 옆에 다리를 건너 수어천을 넘는데
그 유명한 재첩을 잡는 사람들이 보인다.
지난 장정에 불참한 나는 재첩국은 못 먹을 것 같다.
알알이 작은 조개가 모여 우윳빛의 국물을 만드는 시원한 재첩국,
군침만 삼켜야지.
다리를 건너니 진월면 진정리가 나온다.
고속도로와 평행으로 길을 잡고 망덕리와 선소리의 넓은 들을 가로 지른다.
추수가 끝난 들은 군데군데 볏짚이 쌓여있고 중간 텃밭에는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지나가며 인사를 하니 정겹게 고구마를 권하신다.
방금 햇빛을 본 고구마는 보라색이 수줍다고 한다.
손으로 살짝 문질러 고구마를 덥석 물며 진월면 사무소가 있는 선소리에서 잠깐 고된 다리를 쉬어본다.
바로 섬진강이 보인다.
이제는 섬진강 자전거 길을 따라 올라간다.
전라북도 진안군에서 시작하여 200여 Km를 흘러 광양만으로 흘러들며
이곳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를 나누는 남한에서는 4번째로 긴 강이다.
자전거 길은 좁은 국도에 파란 줄만 쳐져 있다가 섬진강 휴게소를 지나자 아스콘 포장이 잘 된 전용도로로 바뀐다.
이제야 섬진강의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재첩을 손질하여 까둔 껍질도 너무 신기하게 보여 한참을 들여다본다.
저 작은 조개를 한 알 한 알 까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일까?
가족에게 담백한 재첩국을 내기위해 어머니들은 얼마나 손을 움직이셨을까?
그 시원한 국물을 들이키며 좋아하는 아들네의 웃음이 보상이 될까?
또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하동에 넘어가서 기대해 봐야지.
드디어 섬진강교가 보인다.
그 바로 옆에 지금은 차는 못 다니지만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짝 열어둔 다리가 있다.
지금은 용도 폐기 되어 이름도 없는 이 다리 덕분에 하동읍까지 10km를 벌었다. 아니 왕복 20km를 벌었다.
물론 섬진강의 유유함을 즐기는 것을 잃은 버렸지만.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나쁠 수밖에 없는 세상이치다.
풍선 같은 삶이여서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튀어나오는 것 같이 매번 끝없는 결정이 인생인 것 같다.
하지만 결정의 순간 기다리지 말고 빨리 가자. 멈추지 않고 계속가면 끝까지 가겠지.
꼭 날라 가야 모든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은 분명 아니니까.
다리 중간을 넘어가니 영남지회 일동의 “경상도 입성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펄럭인다.
깜찍한 지회장님의 센스 있는 환영식에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주변에 낚시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각 지역 지회까지 두고 있는 일토장정을 대단히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 영남지회는 회원수 한 명이다.
다리를 건너 경상남도 하동군 금성면 궁항리로 들어서 다시 하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해는 서서히 지고 섬진강의 잔잔한 강물은 해님의 마지막 빛깔을 물속으로 빨아드린다.
문득 행복감이 가슴에 차오른다.
아니 나도 섬진강처럼 빨아드리는 것 같다.
이렇게 이렇게 계속 행복을 빨아드리면서 걸어가야지.
궁항리를 지나 고포리까지 섬진강 변에는 산책로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하구에는 광양국가 산업단지와 바로 이어지는 섬진대교가 있고 비로서 섬진강은 남해를 만난다.
남해를 만나면서 갈사리로 장정은 들어서고 해님은 산너머로 들어가시고 오늘의 장정을 여기서 마친다.
첫댓글 비로소 정확한 거리가 나오는구만...
그런데, 사진 정리할 틈도 안주고 이렇게 빨리 후기가 올라오면 안되는데...ㅎㅎ
역쉬 잘쓰누먼.................^^
잘 읽고 갑니다........................ㅋㅋㅋ
간만에 썼드니
쑥스럽게 ㅎㅎ
부드러움을 더하면 더욱 좋은글이 될거 같아요. ㅎ
알아서유
앞으로는 문자 뒤에 모두 유를
붙여서 부드럽게 쓸께유
부드럽지유?
부드럽쥬?..................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