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6
3 술회述懷 6 서감書感 느낀 것을 쓰다
불향금문랑괘명不向金門浪掛名 금문金門 향해 부질없이 이름 걸지 아니하고
각래청장해진영却來青嶂解塵纓 물러나 청산에 와서 세상 구속 풀었다네.
화여식면봉인소花如識面逢人笑 꽃은 얼굴 아는 듯이 사람 만나 웃어대고
조부지정수의명鳥不知情隨意鳴 새는 정을 알지 못해 제멋대로 울고 있다.
소원수음청뇨뇨小院樹陰青裊裊 소원小院의 나무 그늘 푸른 빛 흐늘흐늘 하고
만원소채록청청滿園蔬菜綠菁菁 원포園圃에 찬 채소들은 녹색이 청청菁菁해라.
일생가시무공업一生可是無功業 내 일생에 아무런 功業도 없을 것이니
관각청계세이성管却淸溪洗耳聲 맑은 시내에 귀 씻는 그 소리나 관리하리.
감회를 적다
대궐 향해 부질없이 이름 걸지 않고
물러나 청산에 돌아와 세상 구속 벗었다
꽃은 얼굴 알아보듯 사람 만나면 웃고
새는 정을 알지 못해 제멋대로 우는구나
작은 집의 나무 그늘, 푸른 빛 간드러지고
정원에 가득한 나물, 푸른 빛 짙어간다
내 평생 곧 아무 공적 없을 것이니
맑은 시내에 귀 씻는 소리나 관리하리
►금문金門 궁궐宮闕의 문.
►‘산봉우리 장嶂’ 높고 험險한 山. 산봉우리를 둘리다
►진영塵纓 먼지떨이. ‘갓끈 영纓’ 갓끈(갓에 다는 끈) 관(冠)의 끈. 노끈
‘먼지가 묻은 관冠의 끈’이라는 뜻으로 俗世의 官職을 이르는 말.
►뇨뇨裊裊 ‘간드러질 뇨(요)裊’ 끈목을 말에 걸쳐 꾸미다. 얽히다, 휘감기다
연기·냄새 따위가 모락모락 오르는 모양.
가늘고 부드러운 것이 흔들리는 모양. 하늘거리는 모양.
소리가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모양. 은은하다.
►청청菁菁 초목이 무성하다. ‘우거질 청, 순무 정菁’
►관각管却 다스리다
‘대롱 관/주관할 관管’ 피리(악기의 하나) 붓대, 붓자루
‘물리칠 각却’ 물러나다. 피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