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을 떠나 충청북도 괴산으로 이주했습니다.
덩그러니 집 한 채만 지어져있던 180평 마당에 데크를 깔고 초보 목수는 서투른 톱질로 오두막을 지었어요. 전기톱같은 흔한 공구조차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며 '슬근슬근 톱질'로 나무를 자르고, 자기가 유일하게 만들 줄 알던 책꽂이 형태로 기둥을 세우더니 벽체를 이어 붙이고 지붕을 올렸습니다. 서툰 초보 목수의 놀잇감같은 오두막이었지만 이곳은 십 년 동안 책방에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책 읽는 해먹'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틈틈히 나무로 글자를 깎아 붙이고, 화분 받침대를 이어 붙이고, 사방에 돌아다니던 컬러박스들을 주워 모아 칸을 채워 넣었지요.
녹음이 짙어갈수록 "책읽는 해먹" 오두막은 책방을 찾은 모든 이들의 쉴만한 그늘이 되어주었고 가장 편안한 쉼터였습니다. 2013년 오두막을 처음 만들고, 아마도 한 두해 후부터 여기 해먹을 걸었는데요. 지난 7-8년 동안 이 해먹에 몸을 맡겼던 사람들의 수가 수만명은 넘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한 해 5천명 이상이 방문하곤 했는데 방문자들치고 이 해먹에 누워보지 않은 이들은 많지 않거든요....
늘 자질구레한 목공작업을 해가며 초보에서 점점 전문 목수로 변신해가던 책방 사장님.
자투리 나무들로 이런저런 예술작업도 하곤 했었죠.
미국 주택가에서 유행하던 "미니 라이브러리" 말 그대로 현관 앞 작은도서관을 본따 만든 '인형의 집'. 그리고 그림책 <푸른 개>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입에 책을 물고 있는 푸른 개에 이르기까지.....온전히 나무로부터 생명을 이어받았던 이들은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오늘, 다시 파편이 되어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마당에선 철거 작업이 한창입니다.
일은 기계가 하는 것이구나를 실감했던 하루.....
거대한 인형뽑기 같은 기계가 들어와 오두막을 우지끈 부숴버리고 그 잔해를 그대로 집어올려 트럭으로 옮깁니다.
마치 sf 영화에 나올 법한 엄청난 기계의 휘두름에 우리는 눈을 떼지 못하고 철거 작업을 지켜 봅니다.
지난 십 년 세월이 고작 반나절만에 무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특히 자연 소재인 나무는 고스란히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도무지 눈에 익숙해지지 않는 이 빈 자리....
허한 맘을 달랠 길이 없는지 책방 목수는 바로 다음날 벽돌로 그 자리를 이렇게 메꿔버립니다.
오두막이 사라진 자리....벽돌 데크가 남았습니다.
앞으로 십 년. 이곳엔 또 어떤 꽃들이 피고 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