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사람들 , 따뜻한 불
마치 전날 밤에 이룩한 성과를 축하하는 것만 같았다.
하디만 정찬에 초대한 손님들에게 믿기 힘든 경험을 자세히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오툴 부인이 불을 지피는 동안 ,
나는 페어리 동화책을 다른 곳으로 치우고 식탁을 꾸며서 거실을 깨끗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는 오툴 부인을 힐끔 보자 ,
부인이 말했다.
" 1시에 다시 올게요. "
' 왜 점심때까지 계시지 않고 다시 돌아가시는 걸까 ? "
나는 혼자 생각했다.
그 답은 곧 밝혀졌다.
정확히 오후 1시가 되자 , 오툴 부인이 성당에 갈 때 입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나타났다.
그녀는 새로 산 우비와 장화를 현관문에 벗어놓고 , 성당에 갈 때 신는 신발로 갈아 신었다.
청년들과 나는 여전히 편안한 차림이었다.
로버트와 친구들은 검은 가죽옷을 , 나는 청바지를.
아란 스웨터와 우비 그리고 신발이 벽난로 앞에서 김을 내뿜으며 말라가고 있었고
덕분에 아늑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화사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오툴 부인은
오두막의 아들인 로버트 데이비슨과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다.
" 오툴 부인 ,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
로버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 인사 한 다음 , 친구들을 부인에게 소개했다.
오툴 부인은 마치 무도회의 최고 미녀가 된 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으므로 정찬 식사를 위해 외출한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점점 더 오툴 부인이 좋아졌고 , 오두막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밀어놓고 , 나는 로버트에게 물었다.
" 오툴 부인과는 언제부터 알고 지낸 건가요 ? "
" 우리 가족이 오두막을 샀을 때 부터 , 그러니까 ...... "
로버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 오툴 부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 20년 전 부터네요. 아닌가요 ? "
" 그래 , 너는 그때 오줌싸개였어. "
오툴 부인이 로버트에게 살짝 장난을 치며 대답했다.
로버트는 얼굴을 약간 붉히기는 했지만 ,
기분 좋은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을 자리에 남기고 스튜를 가지러 갔다.
로버트의 두 친구는 그다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먹는 걸 봐서는 식사를 맛있게 즐긴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들이 아일랜드의 시골 여인 , 그리고 캐나다 관광객 (타니스) 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 로버트와 오툴 부인이 계속 대화를 주도해나가면서
지난 20년간 마을에 일어난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 겨울에 끔찍한 폭풍우로 저희 집 지붕이 무너졌던 일 ,
기억나시나요 ?
로버트가 오툴 부인에게 물었다.
" 이 지역에서 지낸 겨울 중 최악이었지.
온종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지붕을 고쳐야 했으니까.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
그녀가 대답했다.
' 날씨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군.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말이 많은 오툴 부인은 처음이었다.
로버트와 오툴 부인은 식사 내내 과거의 이야기들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냈고 ,
이제 대화 주제는 현재로 넘어왔다.
" 마을에 공예 전문점이 생겼단다.
패디의 여동생 메리가 그 가게를 열었어. "
오툴 부인이 말했다.
나는 그 곳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 곳은 유니콘 식당 근처의 허름한 오두막 가게였다.
손으로 직접 짠 아기용 니트 양말과 주방용 도자기들이 대부분의 판매 물품이었다.
그 가게가 지역 관광에 별 영향을 주진 못할 것 같았지만 ,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 그럼 꼭 가봐야 겠네요.
안 그래 , 친구들 ? "
로버트가 말했다.
로버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밖으로 나갔다.
두 친구가 그의 뒤를 따랐다.
오툴 부인은 벗어놨던 긴 부츠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신발을 갈아 신었다.
부인은 가방에서 스카프를 꺼내고 우비를 입은 다음 , 이렇게 말했다.
" 식사 고마웠어요. 훌륭했답니다. "
그런 다음 , 뒤를 돌아 떠나갔다.
내 어깨 너머로 어떤 말이 들렸다.
" 나는 항상 로버트가 좋았소.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 "
내 친구 레프리콘은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소파에 머리를 올리고 , 머리 뒤로는 깍지를 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