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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아름다운 위엄…설악의 ‘용아장성’ 일부를 옮겨 놓은 듯
(龍牙長城·공룡의 이빨이 성처럼 이어진다는 뜻의 설악산 지명)
주차장에서 본 군위군 고로면 아미산 암봉. |
■ 아미산은…
◇…아미산은 암괴석의 암봉을 오르내리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부드러운 육산을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산이다. 암봉만을 오르내리고 하산할 수 있는 코스, 방가산까지 능선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 등 다양한 길이 개척되어 있어 자기 역량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주차장을 기점으로 암봉을 올라 방가산 갈림길인 능선에서 병풍암삼거리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를 택하면 3시간 30분, 삼거리에서 무시봉, 정상을 왕복으로 돌아 나와 이 길을 따르더라도 5시간이면 충분해 당일 산행으로는 여유롭다.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도동분기점에서 대구∼포항간고속도로 와촌·청통 나들목에서 내려 신녕 방향으로 진행한 뒤 신녕면소재지를 지나 28번 국도를 따라 갑령재를 넘어 화수삼거리에 이른다. 우회전하여 908지방도로를 따라 인각사를 지나 약 10㎞ 거리의 가암교 못미처 오른쪽으로 주차장과 아미산 안내도가 서있다.
또,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가산 나들목에서 5번 국도를 따라 안동방향으로 향하다 간동삼거리에서 919번 지방도로로 우보까지 간다. 우보면소재지에서 28번국도 영천방향으로 의흥을 지나 화수삼거리에서 좌회전해 908번 지방도를 따르면 된다.
■ 볼거리
▲인각사(군위군 고로면 화북리 612번지)= 인각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 말사로 신라 선덕여왕 11년(642)에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됐다. 충렬왕 10년(1284) 일연스님이 90세 노모를 모시기 위해 국존(國尊)의 자리까지 버리고 이곳으로 내려와 노모의 마지막을 지키며 입적에 들기 전 5년간 ‘삼국유사’를 편찬한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내에는 보각국사 정조지탑(보물 제428호) 및 비, 삼층석탑(지방문화재자료 제427호), 석조좌상(지방유형문화재 제339호), 미륵당(彌勒堂)에 안치된 석조좌상(지방유형문화재 제426호) 등의 유물이 있다. 극락전은 현재 복원공사 중이다.
▲신비의 소나무(군위군 고로면 학암리 산33-2)= 군위군 고로면 학암리 뒷산(속칭 성황골)에 위치한 이 소나무는 수령이 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7m 가슴높이 둘레는 4.5m, 폭은 21m에 달하는 소나무다. 이 소나무가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함이 있다 해서 사람들의 발길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음력 7월에 마을 청년들이 김매기를 마치고 소나무에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고,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늦더위가 기성을 부리더니 시월이라는 계절 앞에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밤사이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낸 이슬이 아침 햇살을 받아 희뿌연 안개를 피워 올린다. 아침 안개는 낮에 기온이 오른다는 징조인데 정오쯤이면 더워지려나.
가을 산행에 고민거리 중 하나가 짐 꾸리기다. 맑다는 예보만 믿고 짐을 꾸려 집을 나선다. 이번 산행에 날씨에 신경을 쓴 것은 가족 산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며칠째 갑자기 차가워진 아침공기를 가르며 산행지로 향하는 내내 아이들이 걱정스러웠다. 갑령재를 넘어 군위군 고로면 경계에 접어들자 피어오른 안개는 어느새 하늘 높이 걸려 새털구름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쏟아내는 초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인각사를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준공돼 담수를 시작한 군위댐이 보인다. 댐 건설로 산허리를 따라 새로 생긴 길은 키 작은 코스모스와 가을의 전령 쑥부쟁이가 한껏 뽐내고 있다. 경북에서 오지라고 하면 청송, 영양을 떠올리지만 군위군에서는 고로면이 오지라고 한다. 수몰돼 흔적은 없지만 골골이 들어찬 물줄기는 ‘꼴짝’이라는 단어까지도 수장시켜버린 듯하다. 댐을 가로질러 골짜기와 골짜기를 잇는 교각이 서있고, 마을길은 물론 대문 앞까지 포장되었으니 이제 오지 ‘고로 꼴짝’은 옛말이 되었다.
상류를 따라 굽이쳐 오르면 오른쪽으로 삐죽삐죽 솟은 바위산을 만난다. 바로 아미산이다.
아미산(737m)은 팔공산(1,192m)에서 뻗은 팔공지맥의 끝자락에 있다. 높이는 나지막하지만 마치 설악산의 ‘용아장성’능선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다. 팔공산에서 이어져 조림산(638m)과 화산(828m)이 만나는 갑령재에 이르러 다시 치솟는다. 화산을 넘으면서 힘차게 방가산(755.8m)을 지나며, 팔공지맥 자락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빚어내는 산이다.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뜻하는 미(眉)에서 음을 빌려와 산이 높고 위엄이 있다는 뜻의 아미(峨嵋)라는 이름을 가진 아미산.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어느 산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듯. 들머리 앞에서 보이는 산의 형상은 크게 5개의 바위봉이 나란히 어깨를 맞댄 모습이다. 무시봉(667m)에서 정상으로 있는 능선은 흡사 눈썹을 닮은 듯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다.
들머리는 안내도가 있는 주차장 건너편으로 목조다리인 기암교를 건너면 된다.
첫 번째 바위봉을 오르는 구간부터 가파르다. 바윗길에 목재 계단과 로프가 설치돼 있다. 계단이 끝나고 능선에 오르면 바로 왼쪽으로 우뚝 솟은 첫 암봉을 만난다. 이 바위에 오르면 멀리 선암산(881m)줄기가 양지리 건너편으로 펼쳐져 있으며, 뒤로는 연이은 암봉들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첫 바위 봉우리를 내려와 암릉 길을 따른다.
5분 거리에 다시 두 번째 암봉을 만난다. 입구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가로막고 있다. 등산로 정비 전에는 바위를 올라 넘거나, 왼쪽으로 크게 돌아난 길이었는데 바위구간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봉우리를 에돌아 오르도록 새롭게 정비해뒀다. 군위군 관계자는 위험구간의 안전시설물과 아미산, 방가산 일대의 등산로 정비를 위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군비 4억여원을 들여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군위댐, 인각사, 아미산을 하나의 테마여행으로 묶기 위함이다.
로프를 따라 내려서면 ‘마당바위’ 갈림길 이정표가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으며,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르면 ‘앵기랑바위’ 앞이다. 앵기랑바위란 아랫마을에서 보았을 때 동자승을 닮은 바위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더러는 봉우리에 올라보는 이도 있는데 오랜 풍화작용으로 바위가 푸석푸석해 낙석 위험이 있다.
안부에서 다음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서는 오른쪽으로 20m 정도 내려갔다가 긴 로프구간을 올라야 한다. 출발부터 걱정이던 초등생인 딸아이가 바싹 따라붙는 통에 오히려 쫓기는 입장이 되었다. 로프구간을 오르면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는 펑퍼짐한 바위쉼터다. 소나무 그늘 아래 간식을 나누며 앉아 쉬기로 한다. 아예 퍼질러 앉아 하품이 나오도록 쉬어가도 뭐라 할 사람이 없고, 산에서 늦게 돌아온다고 뭐라 할 사람들은 이 소나무 그늘 아래 함께 앉았으니 그 걱정도 없다. 얼마나 쉬었던지 자리를 털고 일어난 건 한기를 느껴서다.
안개가 낀 날은 따뜻하다는 상식을 뒤엎고 한낮을 향해가는 시각임에도 기온은 오르지 않고 바람만 거세진다. 다음구간은 긴 계단을 올라 로프구간으로 이어진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조금 전에 만났던 소나무 그늘과 닮은 쉴 공간이 나온다. 지나온 앵기랑바위와 바윗길이 공룡의 이빨을 닮았다. 그래 붙여진 별칭이 용아장성이다. 그 너머로 화산과 조림산, 멀리 팔공산 자락이 아스라이 보인다. 소나무 위에서 재잘거리는 박새 한 마리를 보고는 딸아이가 무슨 새냐고 묻는다. 무심코 툭 튀어나온 대답은 “아미새”. 한바탕 웃고는 로프구간을 마저 오른다. 로프구간이 끝나면 이후는 밋밋한 바위봉으로 이어진다. 지나온 봉우리로 치자면 다섯 번째 봉우리인데 지형도상에 402m로 표기돼 있다.
지금까지는 산 밖의 골산(骨山)풍경을 감상하였다면, 이제 산속으로 스며들어 사뭇 다른 육산(肉山)을 감상할 차례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숲길로 10분쯤 오르면 연이어 묵무덤 2기를 지나고,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지나온 암릉길에서 아이들에 신경이 가 있었던 터라 이제야 긴장이 풀리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속도를 좀 내 빠른 걸음을 내디뎌도 딸아이는 늘 한 발짝 뒤에 따라붙는다. 경사가 숙여지더니 산허리를 돌다가 오른쪽으로 작은 능선을 만난다. 큰작사골삼거리인데 지나온 능선을 마주보고 하산하는 길이다.
5분 더 오르면 벤치가 설치된 안부에 오른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일 수 있는 평평한 공간이다. 점심 겸 간식을 챙겨 먹는 동안에 으스스 한기가 돌고 반소매를 입은 팔뚝에 소름이 돋는다. 휴식을 하고 다시 오른쪽 능선 길을 5분가량 따르면 절골삼거리인데 ‘무시봉 0.8㎞, 아미산 1.8㎞, 병풍암삼거리 1.3㎞’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이 삼거리에서 무시봉, 아미산 정상을 갔다가 다시 돌아나와 하산하게 된다. 정상까지 왕복하면 1시간 30분정도 소요되는데 큰 오르내림 없이 민둥한 숲길이 이어진다. 이번 산행은 아이들의 체력을 고려해 정상까지 왕복은 생략하고 오르던 길에서 직진방향의 병풍암삼거리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10분쯤 가면 무덤 몇 기를 지나고, 다시 20분 가량 더 내려서면 정면을 막아둔 T삼거리에 닿는다. 여기가 병풍암삼거리다. 왼쪽으로 ‘병풍암 0.1㎞’, 오른쪽은 ‘대곡지 1.4㎞’로 적은 이정표가 있다. 대곡지 방향으로 갈지자의 가파른 내리막길인데 잠시 종종 걸음으로 10분을 내려서면 계곡을 만난다. 수량은 많지는 않지만 이 작은 물줄기가 군위댐에 모여 식수가 되며, 일부는 위천을 유유히 흘러 낙동강에 합수된다.
계곡에 내려서니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숲길이다. 오솔길을 따르듯 20분을 더 가면 대곡지다. 저수지 둑 아래에 오른쪽으로 계단이 놓여있다. 큰작사골삼거리에서 하산하면 만나는 지점이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5분이면 닿는다. 맑은 가을하늘 덕분에 가족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올려다 본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아직 그대로다.
402m 봉우리를 오르다 돌아본 앵기랑바위. |
인각사. |
산행코스는 원점: 아미산 주차장-1~5봉-무시봉-아미산-병풍암-대곡지-주차장으로 약 7km정도 4시간(휴식시간 포함)
첫댓글
산행코스 (원점) : 주차장-무시봉-아미산-병풍암-대곡저수지-주차장 (약7km 4시간)
수고하셨습니다
45명예약선착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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