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Emotion)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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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Emotion)

감정을 한 마디로 딱 잘라서 무엇이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사건(Event)이나 사물(Thing)에 의해 나타나는 불안정한 정신적 변화로 감정을 정의한다.  당연히 사람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감정(정서)란 것에 대한 얼추 비슷한 추상적 개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까지 뇌과학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감정 역시 대뇌의 활동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혹자는 감정은 심장에서 나오는 것이다. 가슴이 아픈 이유는 영혼이 아프기 때문이다... 라는 그럴 듯한 있어보이는 말을 하지만 사실 그런건 없다 

우리가 슬픔을 느껴 가슴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것은 격렬한 스트레스 반응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슬픔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슬픔을 느끼게 되면 아주 빠르게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교감신경절이 어디 있는지 기억하는가?  척수 바로 근처에 있다. 실제로 교감신경절은 주로 흉부 근처에 밀집되어있다.  따라서, 교감신경이 일제히 흥분하게 되면 교감신경절의 절전신경에서 엄청난 양의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 등)이 분비되는데, 일부는 효소에 의해 제거되겠지만 상당수는 외부로 새어나간다.

뇌나 척수였다면 외부로 새어나가는 신경전달물질을 성상세포(Astrocyte)와 같은 교세포가 없애주기 때문에 아무 문제도 되지 않지만 교감신경은 말초신경이다.  새어나간 신경전달물질들에 의해 교감신경절 근처의 늑간근과 같은 흉부 골격근들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고, 그 결과 감각신경에 의해 통증을 느끼게 된다. (떠올려보라. 슬픔에 의해 아픔을 느낄 때 마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던가?) 게다가 늑간근이 수축하여 폐를 압박하기 때문에 그 결과 숨이 막히고, 억지로 숨을 쉬려 하기 때문에 횡격막이 강하게 수축함에 따라 상복부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또한, 교감신경 활성과 함께 부신에서 코티졸이 분비되어 혈압이 짧은 시간에 매우 급격히 상승하는데, 말단 부위에서는 혈관이 팽창하면 신경을 누르기도 한다.  슬픔을 느낀 후에 아주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손 끝과 같은 말단 부위에서 저릿저릿한 느낌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리고 코티졸에 의해 지방이나 단백질이 빠르게 포도당으로 바뀌어 소모되는데, 한참 울고 나서 진정되어 코티졸 농도가 감소하면 혈당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태가 되어 허기를 쉽게 느낀다.  물론 스트레스의 보상으로써도 식욕을 느끼게 되므로 울고 난 후에 밥먹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감정에 관한 체계적 연구는 사실 그렇게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끽해야 20년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아가페적인 사랑과 에로스적인 사랑, 필리아적인 사랑을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다.  동물을 이용해서 실험하기도 곤란하다. 생각해보라. 쥐가 사랑을 느끼는지 느끼지 않는지 어떻게 알겠나(...)

여기서는 생물이 갖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 본능에 가까운 감정인 공포에 대해 주로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감정(특히 인간)은 뇌의 문제로만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몇몇 가설들 역시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있다.  본격적으로 뇌를 다루기 전에 먼저 심리학적, 생리학적 측면에서 감정을 어떻게 설명했는가를 살짝 살펴보고 가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19세기, 아직 뇌의학이 발달하기 전 감정은 주로 심리학의 영역이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임스(William James)와 덴마크의 랑게(Carl Lange)는 감정이란 신체의 생리적 변화에 반응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고, 이 이론을 제임스-랑게 이론이라 한다.  간단히 말해서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프다는 뜻이다.  누군가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때 우리는 흔히 "심호흡을 크게 하고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있으라(근육을 이완시켜라)"는 조언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방법은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생리적 반응에 의해 감정이 생긴다고 일반화시킬 순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이론은 당시 꽤나 인기가 있었는데, 20세기 들어서 미국의 생리학자인 발터 캐논(Walter Cannon)은 척수를 절단한 동물과 인간도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들어 이 이론을 반박했다. (물론 인간의 경우 멀쩡한 사람을 불구로 만든게 아니라 사고로 척추를 다친 마비 환자들이었다)  또 다른 하나의 근거로는, 실제로 우리가 불안할 때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은 교감신경 활성에 의한 일련의 반응이다.

그러나 이 반응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분노하거나 공격성을 나타낼 때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슬플 때, 공포를 느꼈을 때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반응이다.  따라서, 제임스-랑게 이론에 따르면, 불안과 슬픔과 분노, 공포는 모두 같은 반응이라는 뜻이 되어버린다.  캐논은 감각신호가 시상(Thalamus)를 지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시상에서 대뇌로 투사하는 신호에 따라 감정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제임스-랑게 이론은 생리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감각신호가 대뇌에 도착함에 따라 감정이 나타난다 는 설명이 되지만, 캐논은 감각신호에 의해 시상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감정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이론 역시 그다지 깔끔하진 않은데, 실제로 우리 몸의 생리현상이 그렇게 단순하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포를 느꼈을 때와 분노를 느꼈을 때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은 분명히 다르다. 교감신경의 활성화는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그 수준이나 반응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의식적으로도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게끔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감각이 불완전한 사람의 경우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나타낸다는 후속 연구 역시 제임스-랑게 이론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부여한다.

감정은 보통 의식적인 작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실제로 무의식적인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생각해서, 첫 눈에 반했다 라는 말이 그런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강한 호감을 느꼈다는 뜻이 아닌가.  특히 이성에 대한 호감이나 본능에 의한 공포는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감정일 때가 많다.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이 있는데, 피험자가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순간적으로 화난 표정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무표정한 얼굴 사진을 연달아 보여주면 피험자는 화난 표정의 얼굴을 보지 못 했다고 말한다.  

의식적으로는 화난 표정을 인식하지 못 했다는 뜻이 되는데, 그렇다면 우리 뇌는 그것을 정말로 인지하지 못 했을까?

 이번에는 여러 표정 사진을 무작위하게 보여주면서 화난 표정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손가락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이 때는 피험자가 화난 표정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화난 표정 사진이 나올 때마다 따끔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피험자는 화난 표정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전기 충격이 없어도 반사적으로 불안한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이건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똑같은 조건화 실험이다(...)  여튼, 그렇게 화난 표정 사진에 대한 조건화를 학습시킨 후에 처음과 똑같은 실험.  

즉, 피험자가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순간적으로 화난 표정 사진을 보여주고 연달아 무표정한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 피험자는 의식적으로는 화난 표정 사진을 보지 못 했다고 하지만 뇌에서는 화난 표정 사진에 의해 학습된 조건화 반응(불안)이 관찰된다(!)  이 실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PET를 통해 피험자의 뇌를 관찰했더니 화난 표정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편도체(Amygdala) 부위가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편도체가 불안하거나 공포 반응을 주관하는 중추라는 가능성을 뜻한다.

[향기]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필리아적 사랑은 처음 들었습니다
아가페 에로스 플라토닉 세가지 밖에 몰랐었는데
새롭게 사랑이 구분되어 있네요
덕분에 검색해서 네가지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님의 글에서 많이 배웁니다~~^6^

[그렇구나]

향기님
...
늘 감사드립니다

[향기]

감사는 제가 드려야죠 ㅎㅎ
편안한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