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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시간> | ||||||||
일시 | 요일 | 출발지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도착지 | 도착시간 | 운임 | 항공사 |
02/26 | 화 | 대구 | 7:50 | 4:30 | 다낭 | 10:20 | 807,162 | 비엣젯 |
화 | 다낭 | 14:05 | 1:25 | 호치민 | 15:30 | 145,279 | 비엣젯 | |
03/11 | 월 | 낫짱 | 13:15 | 1:00 | 다낭 | 14:15 | . | 비엣젯 |
03/12 | 화 | 다낭 | 0:35 | 4:15 | 대구 | 06:50 | 105,962 | 비엣젯 |
2인 | 1,058,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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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 안창성, 힌경호 | |||||
일시 : 2019년 2월 26(화) → 3월 12일(화) : 14박 15일 | |||||
주요 여행지 : 호치민, 무이네, 달랏, 나짱. | |||||
<여행 계획> | |||||
일시 | 요일 | 여행지 | 활동 내역 | 숙소 | 비고 |
02월 26일 | 화 | 대구→다낭→호치민 | 대구(07:50)→다낭(10:20) | 호치민 | Vietjet |
02월 27일 | 수 | 호치민 | 투어예약(구찌
터널, 메콩델타, 오픈버스) | 호치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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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월 28일 | 목 | 호치민, 메콩 델타 | 메콩 델타 투어 (1박 2일) | 메콩델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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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1일 | 금 | 메콩델타, 호치민 | 호치민으로 귀환 | 호치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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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2일 | 토 | 호치민 | 호치민 시티투어, 벤탐시장, 자유여행 | 호치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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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3일 | 일 | 호치민, 무이네 | 호치민→(오픈 버스)→무이네 | 무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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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4일 | 월 | 무이네 | 화이트&레드 사구, 요정의 샘 투어 | 무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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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5일 | 화 | 무이네, 달랏 | 무이네→(오픈버스)→달랏 | 달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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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6일 | 수 | 달랏 | 달랏 투어 | 달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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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7일 | 목 | 달랏 | 달랏 투어 | 달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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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8일 | 금 | 달랏 | 시내관광, 휴식 | 달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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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09일 | 토 | 달랏, 나짱 | 달랏→(오픈버스)→나짱 | 나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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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10일 | 일 | 나짱 | 나짱 투어(진흙 온천, 사원 관광) | 나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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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11일 | 월 | 나짱, 다낭 | 나짱(13:15)→다낭(14:15) | 기내 | Vietjet |
03월 12일 | 화 | 다낭, 대구 | 다낭(00:35)→대구(06:50) |
| Vietjet |
< 여행의 출발 >
♠제 1 일 (2019. 02. 26. 화) 청도 - 호치민
작년 01. 28(일)에서 02. 01(목)까지 3박 5일로 베트남 중부의 다낭과 후예, 호이안 등을 살펴보았고, 10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 14박 15일로 하노이를 근거로 하롱베이와 사파를 비롯한 베트남 북부지방을 대강 둘러보았거니와 이번 남부지방 여행을 함으로써 베트남 여행은 마무리 짓고자 한다. 대강의 계획은 호치민을 근거로 해서 아래의 구찌터널과 메콩델타를 살펴보고 무이네를 거쳐 달랏에서 휴양하기로 했다. 나짱은 잠시 쉬는 정도로 해서 이틀 쉬고 마지막 날 다낭을 통해 귀국하고자 한다. 이미 왕복 비행기와 우리가 처음 가서 묵을 “아카시아 사이공 호텔” 이틀 분 예약은 해 두었다. 북부지방 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 요령도 생겨 큰 두려움은 없었다.
안선생 사모님의 배려로 새벽 5시 30분 청도에서 출발해 대구공항까지 자가용으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출국하려는 사람들로 공항 로비는 바글바글하다. 국제적으로 북미 관계는 틀어졌고, 국내적으로 경기는 불황이고 자영업은 몰락 직전이며, 전세는 깡통에다가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라고 하는데, 특히 경상도는 전라도에 비해 일자리가 전무하다는 가짜 뉴스도 나도는데, 여기 이 사람들은 어느 나라, 어느 지방, 무얼 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모두 우리처럼 연금생활자들인가?
일단 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씩 마시고 생수 작은 것 2병을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 중 하나가 생수(生水)는 비행기 탈 때 필수품이란 사실이다. 특히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하강할 때 기압차로 인해 귀가 먹먹한 경우 한 잔의 물은 바로 귀를 열어주는 구실을 하고, 아기들이 착륙 시 찡찡대거나 울 때는 귀가 먹먹해 그런 경우가 많으니 물 한 잔이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다. 빈 생수병을 미리 준비해 보안 검색 통과 후 면세 구역에 있는 음수대에서 물을 채우든지 면세구역의 상점에서 생수를 살 수 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비엣젯 871기로 07시 50분 정시에 이륙을 했는데 화요일이라 그런지 좌석이 많이 비어 있다. 다낭에 도착한 것이 시차 2시간을 계산해 10시 40분이다. 하지만 우리 몸이 느끼는 시간은 12시 40분이니 바로 점심시간인 것이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환전소에 가니 별로 환율이 좋지 않아 우선 오늘 쓸 100$만 환전했다. 국제선 터미널에는 식당이 2층에 있었는데 우린 못 보고 나와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 중 식당이 있어 들어가니 메뉴에 만만한 쌀국수가 보인다. 가격은 5.5K, 우리 돈으로 2,775원이다. 따끈한 쌀국수에 은근한 고수 향을 느끼니 비로소 내가 베트남 온 게 실감났다. 우린 오늘 중으로 호치민 숙소까지 이동해야 해서 다낭에서 14시 30분에 호치민 가는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는데 국내선 비행기 수속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뭐 그게 그거겠지 란 심정으로 일단 하이랜드에 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선별 구별 없이 그냥 줄을 서서 차례대로 수속을 밟는 듯했다. 국내선의 경우 노선 자체가 단순해 별달리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안내센터에 가서 비행기 바우처를 내밀며 유창한 영어로 물어보았다.
“Where?”
아가씨가 바로 앞쪽 줄을 손가락을 가리킨다.
“Now?”
“Yes.”
이 얼마나 경제적이며 실용영어인가! 마음속으로는 나의 놀라운 영어회화 능력에 감탄하였으나 행동은 겸손하게 조용히 가서 줄을 섰다. 영어를 문법적으로 완전한 문장으로 구사하려니까 어려운 것이지 언어의 원래 목적인 “소통”만 생각한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영어는 실전이며 용기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나는 지갑이 두툼한 관광객이니 “갑”이고 상대는 나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을”이니 소통이 안 되면 나보다 상대가 더 답답한 것이다. 게다가 베트남에서는 대화하는 둘 다 영어는 외국어인데 그렇게 정확한 시제나 전치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노이 길거리 사탕수수 즙 짜서 파는 아줌마도, 사파의 좌판에 앉은 과일 파는 할매도 내가 알아들을 만큼은 영어를 하고 안 되니 계산기를 내밀어 판매를 위한 소통을 시도하더라.
< 바우처를 보이니 위와 같은 탑승권을 끊어 준다. 호치민을 아직 SGN, “사이공”이라 표기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
호치민 행 비행기 탑승을 위한 보안 검색 후 면세 구역을 이리저리 다니며 물건 값을 미리 파악하다가 접이부채가 디자인이 특이하고 예뻐 2개를 샀다. 하나에 30K니까 우리 돈으로 1,500원이다. 올 때 선물로 왕창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개해 봐야 15,000원이니 거저다. 그런데 GATE가 8번에서 11번으로 바뀌고 탑승 후 조금 지연되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호치민 공항에 도착했다. 자, 여기서부터 전투다.
< 공항에서 데탐거리로 가는 109번은 공항버스라서 그런지 깨끗하다. >
공항을 나와 일단 버스 정류소에 가니 매표하는 아가씨가 있어 1인 2만동으로 표를 사고 우리가 “탐 응우라오”에 간다고 하니 마침 도착하는 109번 버스에 태워 준다. “트리플”에서 말하길, 버스 차장도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해서 내릴 곳을 이야기하면 친절히 안내해준다고 했는데 개뿔.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정도의 어린 남자애가 차장이라서 “please drop me 팜 응우라오.”라고 했더니 들은 척도 않고 가버린다. 그래서 이리저리 각종 정보 수집을 위해 버스의 부착물 등을 살펴보다가 큰 글씨로 된 버스행선지 표를 찾았다. 거기에 “팜 응우라오”란 글을 발견하고 그 때부터는 버스가 서는 정류소가 행선지의 어느 정류소인지 파악하려 애를 썼다. 대강 파악이 될 즈음, 차장이 “팜 응우라오”라고 해 내리니 어쨌든 숙소에 가까워지긴 했겠지만 사거리에 서서 이리저리 둘러봐도 숙소의 방향조차 모르니 참, 막막하다. 물론 호텔 근처에 10월23일 공원(公園)과 종합병원이 있다고 구글 지도에 나와 있으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식의 지도와 현장의 3차원 공간을 인식하는 눈은 차이가 있어 이 둘을 일치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길가의 택시에 자꾸 눈이 갔지만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마침 이런 경우를 대비해 주소를 적어둔 종이가 있어 길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보이니 나름대로 아주 친절히 설명해 주는데 확실히 알아들을 수는 없고 대강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가야하는 것 정도는 알겠다. 차와 오토바이들이 달려오는 도로를 무신경한 척 우아하게 건널 수 있음은 북 베트남 여행의 경험이 아직 내 세포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 길을 건넌 후 제복 입은 사람이 있어 다시 종이를 보이니 오른쪽으로 가서 왼쪽으로 꺾어가야 한다는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왼쪽으로 꺾어 가니 공원과 광장이 나타났고 다시 길을 건넜다. 우리는 “탐 응우라오 거리”에 일단은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주소는 아주 복잡해 알 수가 없다. 다시 오토바이에 걸터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중년남자에게 종이를 보여주니 바로 앞 골목길을 가리킨다. 겨우 2m 정도의 좁은 골목 안에 3성급 호텔이 있을까란 의심이 들어 다시 골목 안 좌판을 편 아줌마에게 보이니 골목 안쪽을 가리킨다. 확실한 모양이다. 1분 정도 좁은 골목을 더 가니 거짓말처럼 “아카시아 사이공 호텔”이 나타났다.
드디어 우리는 대중교통과 자력으로 호텔을 찾아온 것이다. 말이 안 통할 것을 대비한 주소를 적은 종이가 큰일을 했고, 안선생이 질문해야 할 사람을 아주 현명하게 잘 선택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즉, 지나가는 사람은 할 일이 있어 대강 말하거나 그 동네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지만 앉아 있는 사람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면서 동네사람일 가능성이 많으니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물어야 하며, 일반인보다 제복 입은 사람이 지식 측면이나 봉사의식의 측면에서 우선 물어야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 여자가 제공하는 정보보다는 남자의 정보가 객관적이고 정확하다. 그래서 무얼 물어야 할 게 있으면 길가에 앉아 있는 제복 입은 남자를 찾아야 한다.
이 호텔은 우선 2박을 예약했는데 가격은 171,000동으로 1박에 우리 돈으로 42,750원이다. 우리가 묵을 205호는 방도 넓은 편이고 욕실도 깨끗하여 지낼 만하다. 우린 이 호텔에서 이틀을 자고 모레 메콩델타 투어 시 짐을 맡기고 떠났다가 돌아와서 무이네로 가기 전 이틀 동안 묵을 호텔을 예약해야 하는데 아직 조식을 먹어 보지는 못했지만, 일단 이 호텔이 지금까지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가급적 빨리 결정을 내려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리셉션에 가서 투어 예약이 가능하다고 물어보니 된다고 한다. 일단 데탐 거리 초입에 있는 “Sinh Tourist”로 가서 무이네와 달랏으로 갈 교통 편 등을 알아보고 유심 칩도 구매해야 해 나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나가 골목으로 2분을 가니 데탐 거리 입구라 조금 걸으니 여행사가 보이고 그 앞에 유심 파는 곳도 보인다. 호텔이 골목 안에 있는 게 조금 이채로웠지만 실질적으론 바로 도로에 인접한 것보다 유리한 점이 많았다. “Sinh Tourist”에서 대략 투어 비용을 알아보고 앞으로 행선지의 버스 관계도 파악했다. 더 할 일도 없어 100$ 당 환율 22,900동으로 계산해 300$ 환전을 했다. 바로 앞 가게에서 유심 칩을 물으니 3G짜리 한 달 사용에 170,000동이었다. 공항에서 8$가 비싸게 느껴져 그냥 왔는데 별 차이가 없다. 가지고 간 갤럭시 S4 빈 기계에 장착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화면에 2G라고 뜬다. 하지만 워낙 베트남은 와이파이가 잘 터져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가게는 물론이고 장거리 버스에도 와이파이 비번이 적혀 있다.
저녁은 트리플에서 맛집이라 소개된 곳 중 호텔에서 가까운 “Pho Hung”이란 식당으로 갔다. 새우 볶음면을 시키고 맥주도 2캔을 시키니 23만동인데 1인분이 우리 돈 5,750원으로 음식은 먹을 만하다.
< 열심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아카시아 사이공 호텔”을 이틀 더 예약하는 중인데 가격이 올라 180,000동이다. 조식 포함이니까 우리나라 모텔보다 싸다. 밖에 보이는 제복 입은 남자는 손님이 들어올 때 문을 열어주는 일을 한다. >
편의점 “Circle K”에서 맥주와 안주를 구입해 호텔로 돌아와 투어 예약을 했는데 2월 27일 오전에 구찌터널 투어가 2사람 70만동,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1박2일 메콩델타 투어가 214만동이다.
< “Kim Travel”이란 여행사인데 “Sinh Tourist”와 가격 차이가 별로 없어 호텔에서 바로 예약했다. >
< 첫날이라 여러모로 신경 쓸 일이 많아서 피곤하다. 호텔 룸에서 소맥 한잔하면서 하루를 돌아보니 모두 일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어 교만과 자만과 오만함을 내심 느끼면서 맥주 4캔에 소주 1병을 섞어 마신 후 취침했는데 언제 잤는지 모르겠다. >
♠제 2 일 (2019. 02. 27. 수) 호치민 – 구찌 터널 투어
< 그리 많은 종류는 아니되, 먹을 만한 것만으로 한 상을 차려두었다. >
6시에 기상해 씻고 1층 식당에 가니 깔끔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간도 적당하고 빵도 여러 종류에다가 현지화 되어, 빵을 싫어하는 내가 먹어도 별 부대끼지 않는다. 게다가 쌀국수가 주문하면 바로바로 나오니 어제 이 호텔 연장 예약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커피도 물을 조금 타서 마시니 딱 내 입맛에 맞다. 베트남 커피는 굉장히 진해 물을 2배 정도 섞어야 하는데 이 호텔은 1배만 섞으면 적당히 씁쓸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베트남 대표 커피 “카페 쓰어다”는 연유를 많이 넣어 진하면서도 달아 뻑뻑한 느낌이 들고 “코코넛 커피”는 단 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 입에 별로이다. 음식 욕심을 내지 않는 편인데도 이것저것 맛보다가 배가 부를 만큼 먹었다.
< 호치민의 아침 풍경, 맞은 편 붉은 건물이 “크레이지 버팔로”라는 술집인데 우리로 치면 승리의 “버닝썬” 정도랄까? 밤이 되면 이 거리는 음악과 술과 “해피 벌룬”에 취한 젊은이로 넘치는 향락의 거리가 된다. >
룸으로 올라와 짐 정리를 하고 라운지에 내려가 기다리니 8시 10분에 구찌터널 투어 픽업이 왔다. 소형 버스가 시내곳곳을 돌며 사람들을 태우는데 총 22명이 일행이 되어 한나절 여행을 같이 하게 되었다. 자유여행을 하는 여행객을 살펴보면 애인이나 부부처럼 남녀가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남자끼리, 여자끼리 오는 경우를 보면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은 거의 없고 여자의 경우는 전부 아가씨들이지 유부녀끼리는 거의 없다. 도중에 공예품 상점에 들렀는데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지뢰 같은 폭발물에 다리를 잃거나 다친 사람들이었다. 상품은 비싸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구매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는 어중간한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서양인 몇몇은 동양적 취향이 느껴져 좋은 듯 구매를 하였다. 바깥에 나오니 서양 아가씨들 대부분이 흡연을 하고 있다. 저 애들이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흡연으로 문제를 지닌 애들이 태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서양의 몰락은 여성의 흡연으로 시작되고 동양의 몰락은 중국의 미세먼지로 시작될지 모를 일이다.
테마 파크에 도착해 일단 넓게 판 구덩이 강당에 들어가 시청각 자료로 구찌 터널에 대한 강의를 일단 듣고 곳곳을 돌며 설명해 주었는데 영어로 이야기를 해서 1/3은 알아듣고 1/3은 눈치로 때려잡고, 1/3은 그냥 지나쳤다. 구찌터널 자체가 대단한 무기로 베트남 사람의 체구에 겨우 맞게 되어 있어 미군은 터널을 찾을 수도 없거니와 찾아서 터널에 들어가는 즉시 그의 몸집 자체가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대항하게 된다. 중간 중간 각종 “window trap”, “folding chair trap”, “rolling trap” 등 다양한 부비트랩이 있어 그기에 걸려 죽으면 얼마나 비참한 모습의 주검이 될지 상상이 되었다. 특히 문에 설치된 트랩은 문을 여는 순간 경첩으로 접혀 있다가 위에서 떨어지면서 남성의 성기 부분을 작살내는 구조라서, 여기에 당한 미군은 아이를 생산할 수 없게 된다는 가이드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지뢰에 부서진 미군의 탱크도 자랑스레 전시해 두었는데 1970년 즉, 내가 15살 때 부서졌다고 적혀있다. 관람하는 동안 어디선가 계속 총성이 들렸다. 나는 아마 전쟁이란 주제나 상황에 맞게 효과음으로 틀어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실탄 사격장이 있어 사격을 원하는 사람이 돈 내고 실제 총을 쏘는 소리였다.
< 동양인 여자는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그 뒤 반바지와 스커트를 입은 두 서양 여자들의 골반은 물론이고 떡 벌어진 어깨를 입구가 허락하지 않는다. 베트콩이 밉다면 대소변 정도는 눌 수 있겠지. 들어가서는 다시 낙엽으로 덮으니 입구는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다. >
실제 터널에 들어가 체험하는 부분에서 안선생이 과거 들어가 보니 폐쇄공포가 올 정도로 좁고 힘들더란 이야기를 해서 우리는 그냥 구경만 했는데 엄청 살진 서양 아가씨는 눈치도 없이 참가하려고 들어가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나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터널이 낮더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처럼 앉아 있던 나는 차마 “너 자신을 알라.”고는 할 수 없이 한마디 보태주었다. “And it’s narrow.”
적당한 식당도 없고 해서 시끄러운 사격장 옆 간이식당에서 컵라면과 만두 하나로 점심을 때웠다.
< 시끄러운 총성이 울려 퍼지는 전쟁터라도 그곳이 밀림이라면 이런 동물도 살아 있다. 자연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둘째 형 친구가 월남에 파병되었다가 돌아와 늘어놓는 무자비한 무용담을 들을 때, 나는 베트콩은 정글에 사는 마르고 까무잡잡하게 생긴 절대악(絶對惡)이라 여겼고 그들을 죽이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착한 일”로 여겼다. 북한 사람과 다른 점은 더운 정글에 사는 것 정도로만 여겼다. 그들은 공산당이란 사실만으로 우리와 다른, 악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로 사람의 형체를 한 악마 정도로 인식을 했다. 그래서 좀 철이 들어 1968년 베트남 중부 손미 마을 양민 504명을 월리엄 켈리 소위의 명령으로 부대원들이 학살했다는 이야길 들었고 우리도 사실을 평화를 위한 파병이 아닌 용병으로 참전해 무고한 양민에게 해서 안 될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아이들이 “콩카페”에서 자신들이 공산주의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겨 베트콩의 복장으로 서빙을 하고, 그들의 아버지가 어떻게 미군을 물리쳤는가를 설명하는 구찌터널에서 나는 까닭모를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념보다 민족을 택한 베트남과 민족보다 이념을 택한 한국의 현실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점심 후 버스로 호텔에 도착하니 3시 20분경이다. 좀 쉬다가 3월 3일 무이네와 5일 달랏 행 오픈 버스 티켓을 476,000동, 우리 돈으로 1인당 11,900원에 발권 받았다. 비록 정유(精油)는 못해도 산유국이라 이동거리에 비해 차비는 엄청 싼 편이다. 베트남은 나라가 길기 때문에 교통비가 비싸면 서민들 살기가 힘들겠다. 게다가 남쪽으로는 메콩강 지류가 워낙 많아 수상교통이 발달했는데 이 역시 기름이 싸니까 다행이라 하겠다.
< 여기선 귤 꼭지를 남겨 싱싱함을 과장한다. 안에 씨가 있어 먹기 조금 불편하다. 불두과는 푸른빛은 덜 익은 것이고 누른빛이 나는 것이 익은 것이다. 울퉁불퉁한 껍질은 단단해 보여도 손으로 쉽게 벗겨지는데 안에 유백색 과육이 제법 달싹하지만 손에 무얼 묻히기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그리 매력적 과일이 아니다. >
과일가게에서 귤과 아떼모야(佛頭果, 釋果 - 과일 모양이 부처의 머리 모양이란 데서 연유한 이름)를 사고 Circle K에서 보드카 2병, 맥주 4캔, 과자 1봉지, 요구르트 2개를 288,000동에 구입 후 어제 저녁을 먹은 “Pho Hung”에서 소꼬리 곰탕에 국수를 만 느낌의 쌀국수와 과일주스로 저녁을 먹은 후 방에서 다시 하루를 정리하는 소맥을 한잔했다. 내일은 메콩델타 투어라 8시경 픽업이 예정되었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제 3 일 (2019. 02. 28. 목) 호치민 – 메콩 델타 투어
안선생은 호치민 시가지 산책을 나가고 나는 침대에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며 뒹굴뒹굴하다가 7시에 식사를 하고 7시 40분에 체크아웃을 하면서 가방을 맡기는데 안선생이 미리 종이에 영어로 “우리 캐리어를 맡아 달라.”는 것을 보여주니 종업원이 캐리어를 지우고 붉은 볼펜으로 “luggage”로 교정해 준다. 이런 경우는 TMK(Too Much Kindness)라 해야 하나? 기분 나쁜 친절이다. 어쨌든 가방을 말기고 8시 5분에 “ Kim Travel”에서 픽업을 와서 타고 출발해 중간에 휴게소 한 군데를 들린 후 10시 40분에 미토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갈아탔는데 하롱베이에서 탄 배의 부속선 정도 크기의 배였다. 선장은 혼자서 아주 유쾌한 중년의 남잔데 “our country”란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었다. 과일을 파는 배를 만나기도 하고 “rice paper”와 코코넛 증류주 만드는 곳, 그리고 우리처럼 곡물로 강정을 만드는 것도 살펴보았다.
< 좀 떨어져 보면 주근깨가 보이지 않는, 혼자 온 미국 처녀애와 은근히 한 덩치하는, 역시 혼자 온 독일 처녀는 바로 친구가 되어 붙어 다닌다. >
< 붙어 다닐 이는 어딜 갔는지 할배는 피곤해 객사(客死) 직전이다. >
그리곤 숲 속의 공연장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서는 민속공연과 베트남 악기 연주 등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언어 전달이 안 되니 재미있을 수가 없는 연극 비슷한 것도 하는데 나중에 팁을 얼마 받아 갔다. 공연 도중 과일 몇 종류를 서비스로 주었는데 그 중 처음 먹어보는 잭 플루트가 단연 맛이 있었다. 두리안 냄새 비슷하지만 그것보다는 아주 약한, 향긋한 냄새가 있으면서 아싹거리는 식감에 달면서도 쫄깃한, 그리고 손에 묻지 않는 기막힌 과일이었다. 난 잭 플루트를 자주 보았지만 그 큰 덩치 때문에 적극적으로 먹어보려 한 적이 없고 맛보기 전에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맛을 보니 드디어 오래 찾던 믿을 수 있는 열대과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어떤 이는 잭 플루트의 맛을 바나나와 망고와 파인애플과 사과가 섞인 맛이라 하니 과연 그 맛이 그만큼 오묘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래서 바로 인터넷에 찾아보니 잭 플루트 열매는 항산화, 항염, 항균 효과가 있고 일시적 성기능 강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혈당 조절 기능이 있어 당뇨환자에게 좋고 원기회복과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하니 여러 가지 효능이 우리에게 딱 맞아 떨어진다. 씨앗은 껍질에 싸여 있는데 그 모양은 땅콩 내지 연자육(蓮子肉)처럼 생겨 볶거나 삶아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여성의 젖이 잘 나오게 한단다. 어린잎과 꽃잎은 요리에 쓰이고 잎과 뿌리껍질은 피부질환, 궤양, 천식 치료에 사용된다고 하니 대단한 과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때부터 우리의 잭 플루트 사랑은 시작되었다. 오늘이 잭 플루트와 하루!
< 잭 플루트는 뽕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낭카”라 불린다. 나무는 키가 9∼21m까지 자라며 과일의 무게는 4.5㎏에서 20㎏까지 나간다고 하는데 아주 큰 것은 50㎏까지 된다고 하니 과일계의 덩치라 하겠다. 위 사진의 과일은 푸르지만 익으면 노란 색을 띄게 되는데 두리안과 모양이 조금 비슷하지만 두리안은 과일 껍질에 가시가 있어 다르다. 또한 두리안보다 대체적으로 크다. >
< 짱안 투어에서의 경험으로 사진 찍기 좋은 앞자리를 차지했건만 짱안의 거대한 자연과 달리 수로는 그리 찍을 풍경이 없다. >
다시 네 사람씩 쪽배 하나를 타고 수로 투어를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쪽배는 아줌마가 노를 저었다. 대체적으로 베트남에서의 노동은 여성이 75% 이상을 감당하는 것 같았는데 그 이유가 전통적인 남아 선호사상에다가 계속적인 타민족의 침략과 이로 말미암은 전쟁은 평화 시에는 남자를 잘 대접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보상심리로 이어진 것 같았다. 하긴 지금의 베트남을 보면 전후세대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을 다 출산하기까지 남자들이 일시적 성기능 강화를 위해 잭 플루트를 먹어가며 땀을 줄줄 흘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졌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 주머니를 베고 죽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만큼 씨앗은 중한 것이다.
<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더니 식탁 중앙에 서서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외치는 요리가 한국 사람이 베트남 오면 한번 정도 먹어보는 코끼리고기(elephant fish)라 불리는 ca tai tuong(까 따이 뜨엉)이다. 모닝글로리(공심채)도 보이고 바나나와 계란 플라이도 보이는데 아마 이 계란은 식당 주변을 돌아다니는 암탉들이 낳은 것이리라. 그리고 숟가락이 있는 쟁반이 닭요리인데 지방이 너무 없어 퍽퍽해 맛이 없다. >
우리는 다시 돌아가는 배를 타고 미토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당일 여행 팀은 호치민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11명은 다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가 빈랑 선착장에서 내려 미니버스로 옮겨 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컨터인데 이곳은 메콩강 최대 지류인 허우강(江) 남안에 위치한, 인구가 백만이 넘는 중앙직할시(우리의 광역시 개념으로 베트남에는 하노이, 호치민, 다낭, 하이퐁, 컨터 등 5개의 중앙직할시가 있다)로 대학과 국제공항까지 갖춘 큰 도시였다. 다시 도심에 도착해 호텔에 묵는 팀은 우리밖에 없고 나머지 9명은 민박(home stay)으로 다시 갈라졌다.
일단 Hau Giang2 호텔에 체크인한 후에 보니 2성급이라 조금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험하진 않고 시설이 살짝살짝 모자란 부분 더하기 모기 한 마리가 있다. 일단 씻고 침대에서 쉬다가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니 강바람도 시원하고 도시의 활기가 느껴진다. “S☆o Hom” 레스토랑에서 해물 볶음면 2개에 파파야 샐러드 하나, 매주 두 병을 주문했는데, 아! 우린 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볶음면 하나에 샐러드 하나가 적당했는데 음식의 양이 많아 볶음면 한 그릇 정도는 남겼다.
<새우와 소고기와 버섯에 각종 채소를 넣어 볶은 면요리는 큰 접시에 수북하여 둘이 먹고도 남을 양이다. 게다가 각자 맥주 한 병까지라니. >
식사 후 산책 겸해 식당 뒤로 나오니 넓은 도로가 환한 야시장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사람들은 그리 보이지 않고 배가 부른 우리가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는 저녁에 마실 맥주가 필요해 편의점이나 마트를 찾았는데 어쩐 일인지 이곳에는 전혀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다시 호텔 쪽으로 와 겨우 찾은 작은 상점에서 사이공 맥주 4개를 사서 호텔로 돌아와 오늘 산 코코넛 누룽지 비슷한 과자를 안주삼아 한잔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제 4 일 (2019. 03. 01. 금) 메콩 델타 – 호치민
7시 30분에 호텔로 픽업이 약속되어 우리는 6시 20분에 호텔 조식 뷔페로 갔다. 2성급 호텔이라 주위의 사람들도 베트남사람이 대부분이고 외국인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 차려진 음식도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아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도 별로 망설일 필요가 없을 듯하다.
< 볶음밥도 있었지만 쌀국수는 언제, 어디서나 옳다. 강제로 채식주의가 된 느낌이다. >
7시 30분에 가이드가 픽업 와서 선착장으로 가 유람선을 타니 어제 홈스테이 가서 헤어진 우리 팀이 아니고 또 다른 팀과 합류하게 되었다. “cai rong” 수상시장으로 배를 몰고 가니 그곳에 어제 헤어진 우리 팀이 다른 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합류했다. 그리고는 가이드도 바뀌어 다른 사람이 탔다. 이합집산(離合集散)이라더니 상당히 복잡하게 스케줄을 운영하는 듯했다. 수상시장은 과일과 야채 위주였는데 생각건대 새벽에 주된 거래는 끝나 그 배들은 전부 각자의 거래처에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떠나고 지금은 관광객 상대로 파인애플이나 과일을 파는 배들이 대부분인 듯했다.
< 하롱베이에서 탄 이런 큰 배도 있었는데 우린 그걸 몰랐다. 다음에 오면 저 배에서 하룻밤 묵는 투어를 알아 봐야겠다. >
< 미국 아가씨인 듯했는데 옷도 잘 입었고 몸매도 늘씬하고 인물도 아름다우면서 동양적 느낌이 나서 관찰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외모와 달리 지독한 골초라서 곁에 오면 니코틴 냄새가 났다. 나중에 보니 아예 종이에 담배 잎을 직접 말아 수제 담배를 만들어 피우는데 말고 침으로 마무리하는 솜씨가 전문가의 수준이었다. 내 여행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다. >
< 파인애플 파는 배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놀랍게도 그 안에 닭 3마리가 살고 있었다. 바닥에 모래까지 깐 것으로 보아 잠시 두는 정도가 아니라 이곳이 아예 닭장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배 안에 닭을 키울 줄이야, 별 희한한 일도 다 있네. >
< 내려서 관광 농장에 들렀는데 과수원 산책, 자전거 타기 식사 등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커피 두 잔을 시키고 이것저것 구경했는데 여기서 베트남의 실제 식당의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구워 주는 음식 메뉴판을 보니 제일 처음에 있는 것이 쥐다. 그리고 개구리, 새, 달팽이, 뱀(크기에 따라 2,500원, 5,000원, 제일 큰 것이 7,500원이다), 닭, 새우, 그러다가 생뚱맞게 1,500원짜리 팬케이크라니! 우리 옆 좌석에 아마 베트남 가이드인 듯한 사람이 유창한 영어로 자기 팀들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제법 많아 노인 축에 드는 사람인데도 목소리에 힘이 있고 술도 마셔가며 좌중을 압도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 베트남 전쟁에 관한 것도 있었는데 이 농장에 비행기에서 폭탄이 떨어져 생긴 웅덩이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의 이야기보다 그가 먹는 것이 뱀과 달팽이여서 힐끗거리며 훔쳐보았다.
< 메콩 강은 풍부한 수량으로 넉넉히 갈래갈래 찢어져 흐르고 스티로폼, 플라스틱, 비닐로 뒤덮인 강변을 가르마 가르듯 배는 흘러가는데 선선한 바람은 강변을 향한 나의 눈을 자꾸 감으라고 한다. >
다시 배를 타고 rice paper, 코코넛 캔디, 코코넛 와인 등을 파는 판매장에 들렀는데 이제 구경한 것과 중복이 되어 물건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메콩강의 출발지점인 컨터 항구에서 내려 버스로 옮겨 탄 후 여행자 거리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 점심값이 투어 경비에 포함되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다. 성격이 급한 안선생은 주문 받으러 온 꼬맹이 아가씨에게 옆 테이블의 일행을 가리키며 “We are team.”이라고 강조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것은 한국적 문화의 단면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같이 온 사람이니까 같은 비용의 음식을 달라는 요청이 아니겠는가. 경비에 포함된다면 어느 정도까지 시킬 수 있는지, 무엇을 주문해야하는지 가이드로부터 설명이 있어야하는데 가이드는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다. 한참 망설이는데 같이 온 일행은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시키는 것을 보고 각자 지불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서 “조금 여유를 가지자.”라는 또 하나 여행의 교훈을 얻는다. 그래서 조금 씁쓸해진 우리도 쌀국수에 파인애플 주스를 주문했다.
옆 테이블의 독일인 부부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남자는 상체발달이 지나쳐 오히려 하체가 부실해 보이는 전형적 독일인 스타일이고 아내는 운동으로 하체가 발달해 어디까지가 엉덩이이고 어디부터가 허벅지란 구분이 뚜렷한, 탄탄하면서도 건강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반바지 레깅스를 입고 있었는데 엉덩이가 워낙 발달해 그녀의 히프 위에 보이는 조그마한 흰색 역삼각형이 팬티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담배 피우러간 남편이 돌아와 볶음밥 한 쟁반을 둘이 같이 먹더니 아내는 그냥 흰 쌀밥만 한 그릇 시켜 아무 반찬 없이 한 숟갈씩 폭폭 퍼먹고 있다. 전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아마 그녀는 쌀밥을 요리의 한 종류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 제일 위 지워진 부분은 2 쌀국수 40만동, 2+50=10만동, 2+25=5만동, 계 15만동이라 적혀 있다. 쌀국수 1그릇에 20만 동이라하면 우리 돈으로 1만원이란 이야기이다.>
우리를 바보로 아는지 쌀국수를 20만동씩 받다니! 잔득 흥분해 따졌더니 윗부분을 지우고 그 아래 다시 적어 준다. 자세히 보면 +가 아니라 ×이고 둘째 줄의 “1”이라 적은 것도 이상하다. 그렇다. 첫째 줄도 “4”가 아니라 “1”이라 적은 것이다. 쌀국수는 다시 2,500원의 착한 가격을 되찾고 우리는 나라마다 숫자마저 같은 유형으로 쓰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특히 “1“은 거의 삿갓처럼 적고 ”7“은 허리에 반드시 짧은 ”\“를 긋는다.
버스를 타고 출발해 두 번이나 환승해 호치민에 오후 5시 30분경에 도착해 원래 묵었던 아카시아 사이공 호텔에 다시 이틀 체크인을 180만동에 했다. 401호는 방이 더 넓고 참 깨끗하고 좋다. 세탁물을 맡기고 안선생이 예전에 가본 적 있는 “Pho Quynh”란 맛집에 갔다. 오늘은 삼시세끼를 쌀국수로 때우게 되어 좀 고기가 많은 것을 주문했더니 1그릇에 74,000동인데 비싼 만큼 과연 고기가 푸짐하다.
< 먹다가 중간에 찍어도 고기가 여전히 덮인다. 육수 맛도 깔끔해서 감탄하던 중 깨끗이 청소된 식당 한쪽에서 어디서 왔는지 퉁퉁한 쥐가 관절염이라도 있는지 조금 절룩거리며 사라졌다. >
< Vin 마트에서 요구르트, 맥주 8캔을 사고 오는 길에 봐두었던 손질한 “잭 플루트”를 5만동에 샀다. 이때부터 귀국할 때까지 우린 매일 밤 “잭 플루트”를 먹었다. 오늘 하룻밤도 한잔 술의 아릿함에 어두워 간다. >
♠제 5 일 (2019. 03. 02. 토) 호치민 시내 휴식
안선생은 5시 반에 일어나 씻더니 아침 산책을 나가고 나는 빈둥거리다가 7시 조금 지나 호텔의 조식 뷔페를 먹었다. 빵 조금, 쌀국수 한 그릇에 희석한 모닝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오늘은 하루 쉬는 날이라 느긋하게 룸에서 한숨 더 잤다. 9시 반 경에 깨어 데탐거리 입구 환전소에서 23,140동에 200불 환전을 했는데 이곳의 환율이 가장 세다. 커피나 한잔하고 시간을 보내려 Highland Coffee점에 들어가다가 입구에서 지나가던 한국 젊은이 둘을 붙잡고 무엇을 묻고 있는 난방열사 겸 이재명과 바람난 것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슬픈, 염색해 검은 긴 머리의 김부선을 발견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그녀는 언제 와서 무얼 했는지 깡마른 피부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소매가 없이 어깨가 드러나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왼쪽 어깨에 문신을 지웠는지 붉고 큰 흉터가 흉터답게 흉했다.
Highland Coffee점 이층까지 올라갔지만 자리가 없어 나오다가 보니 아직 입구에서 젊은이 둘이 김부선에게 무엇인가 가르쳐 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김부선과 함께 어디론가 향해 가기 시작하는 저 젊은이들이 희생양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지 모르겠다. 할 일도 없는 우리는 그들을 미행해 보기로 했지만 그들이 길을 건너가는 것을 보고 포기하고 말았다. 혼잡한 길을 따라 건너갈 정도의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방향을 잃은 우리는 차이나타운으로 들어 왔는데 이곳에 왁싱 전문점이 있었다. 브라질리안 왁싱이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결국 해적카페라는 곳에 들어가 1잔에 6만동인 25온스 짜리 커피를 시켰는데 양이 750ml정도이니까 맥주 한 병 양이다. 마시고 나니 화장실 두 번 정도 가야했고 그날 밤 잠도 오지 않았다.
< 돈을 받고 오토바이를 주차, 관리해 주는 사내에게 엄청 못생긴 아줌마가 오더니 둘은 잘 아는 듯 보온병에 든 찻물을 얻어먹고 있다. 카페에 앉아 이런 풍경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행의 행복한 “틈”이다. >
맛집 검색 결과 점심은 “145 부이비엔”이라는 분짜집에서 먹기로 했다. 여기서 여행의 필수 팁이 있는데 이 집은 주소 자체를 상호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부이비엔 거리 145번지 식당이란 뜻이니 주소만 들고 이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베트남은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어 일단 “거리”만 찾으면 된다. 이쪽이 “홀수 번지”라면 길 건너편은 짝수 번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일정 번지를 기준해 “오름수”인지 내림수인지를 알면 방향도 결정되는 것이다. 143-1, 143-2와 같은 것은 아마 옛날 143번 지번에 여러 가게가 쪼개어지면서 만들어진 주소 같았다. 별로 어렵지 않게 분짜집을 찾으니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 맛이 깔끔하고 담백한데 나의 입맛에는 단맛이 거슬린다. 가격도 싸서 2,000원이고, 면은 추가주문도 가능하다. >
돌아오는 길에 혹 앞으로 갈 “무이네”에 가게가 신통찮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30° 보드카 4병을 구입하고 오늘도 손질된 “잭 플루트” 하나를 사서 호텔로 돌아와 짐 정리와 휴식을 취했다. 주변에 “September 공원”이 있어 벤치에 쉬기 좋았다. 인구 850만의 호치민 시는 도로에는 차와 오토바이와 사람이 넘쳐나지만 이 공원은 포도(鋪道)에나 나무에 이구아나 비슷한 놈이 살고 있고 밤이 되면 내가 50년 전 어린 시절 대구의 밤하늘에서 보던 그 박쥐들이 곡예비행을 하며 날아다닌다. 열대라 하여 그리 덥지도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공기 유통이 좋아 그런지 떠나오기 전 날마다 TV에서 보도하던 미세먼지라는 용어 자체를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자연환경이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지가 걱정이다. 이는 위정자와 깨어 있는 국민들의 몫이라 생각하니 성장을 얻고 자연을 잃은 한국을 롤 모델로 삼은 베트남의 앞날의 풍경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 도마뱀인지 이구아나인지 또 다른 종류인지 이런 놈들이 가끔씩 눈에 띈다. >
공원에는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외국어가 생존 필수 스킬이라는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외국인에게 질문하기도 하고 경청하기도 하는 등 외국인을 중심으로 앉거나 서거나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그와는 반대로 트래블걸 (travel girl)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외국인 남성 노인 관광객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꽃뱀이라고 해야 할지, 40대 가까운 현지 여성들이 혼자 앉아 있는 외국노인에게 접근하기도 하고 벌써 붙어 앉아 이야기를 하는 커플도 있었다. 이 외국인 노인은 여자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동안 지나가던 젊은이들이 영어로 말을 붙이면 냉정하게 거부하고 그녀를 기다리는 추한 모습을 보였다.
안선생은 전신 마사지는 싫어하니 발마사지만 받기로 하고 집 주변의 30분에 11만동이라 간판에 적힌 마사지 숍에 들어갔다. 그런데 남자 마사지사가 안선생 발을 만진 순간 아주 역정을 내며 거부해서 그야말로 “갑분싸”가 되고 말았다. 남자가 왜 자기 몸을 만지냐는 것이다. 글쎄? 설마 성추행하기 위해 만진 게 아니라면 마사지하기 위해 만졌겠지. 옛날 남자 노인에게 마사지를 받아보았는데 아주 싫었다는 것이었다. 그럼 시작 전 여자로 바꾸라는 이야기를 했으면 되었을 텐데 안선생의 숨겨진 과거를 알 수 없었던 남자 마사지사는 뻘쭘해져 씩씩대다가 화를 가라 앉힌다. 결국 남자 마사지사를 대신해 남자 마사지사 보다 더 남자처럼 생긴 여자 마사지사가 발을 마사지해 이 소동은 끝이 났다. 나오며 팁으로 10만동 더 주고 나와도 별 좋은 기분이 아니다.
< 어디서나 언제나 쌀국수가 진리이듯, 볶음밥 역시 진리다. >
호텔에서 쉬다가 5시 경에 주변 맛집 중 “Five Oyster”이란 식당으로 가 모닝글로리 볶음, 마늘 볶음밥, 오징어 튀김에 맥주를 시켜 바깥을 보며 저녁을 먹고 다시 공원에서 쉬다가 호텔로 돌아와 호치민 마지막 밤을 한잔 술로 보냈다.
< 2부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