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소셜포커스
당초 목표 100곳 중 7곳만 가동…달성년도 2년 미뤄
비현실적 검진단가 등으로 의료계 외면…재공모만 10여 차례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의 장애인 보건의료 정책이 또 말썽이다.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면서다. 100곳 중 16곳을 선정, 이중 절반만 운영 중이다. 의료계 외면 속에 매년 기관 재공모만 반복하는 양상이다. 특히, 조직 불협화음마저 포착돼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모두 16곳이 지정돼, 이 중 7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에겐 시설과 장비를 갖추는데 필요한 비용 일부가 지원된다. 지정 조건부 승인 시 시설·장비비 1억3천800만원이 주어진다. 또, 중증 장애인 검진 시 건당 2만7천760원이 추가 지급된다.
복지부는 지난 2018~2019년 기관공모로 16곳을 선정했다. 구체적으론 ▲서울의료원 ▲대전 대청병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강원 원주의료원 ▲경북 안동병원 ▲마산의료원 ▲양산 부산대병원 ▲제주 중앙병원 ▲부산의료원 ▲부산성모병원 ▲인천의료원 ▲전북 대자인병원 ▲순천향대 구미병원 ▲전주고려병원 ▲경남 조은금강병원 ▲서귀포의료원 등이다. 이 중 서울의료원 등 7곳에서 장애인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나머지 9곳은 지금껏 장애 편의시설 개·보수를 진행 중이다.
당초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목표치는 100곳이다. 2018년 8곳, 2019년 20곳, 2020년 20곳, 2021년 16곳, 2022년 30곳을 차례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 현장에선 반응이 싸늘했다. 2019년 모두 16곳을 공모했지만, 기관 참여저조로 3차례 재공모 후 8곳만 선정했다. 지난해에도 6차 재공모 끝에 경기 평택 박애병원 1곳을 지정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해 갑자기 은근슬쩍 말을 바꿨다. 목표년도를 기존 2022년에서 2024년으로 2년 미뤘다. 기존 16곳에 2021년 16곳, 2022년 20곳, 2023년 20곳, 2024년 28곳의 지정을 약속했다.
당장 의료계는 낮은 검진비 단가 등 비현실성을 짚었다. 애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과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중증환자 검진 시 추가지급하는 건당 검진비를 3만 원도 채 안되는 단가로 책정한 건 의료계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라 나온 정책”이라며 “장애인 동행과 안내를 위한 충분한 인력과 시설을 갖춰 운영하는 것부터가 병원으로선 섣불리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의원급 병원은 자가 건물이 아닌 임대입주가 대부분이어서 장애인 편의시설 구축을 위한 리모델링도 건물주 허락없이는 할 수 없다”며 “기관참여가 저조하다고 해서 무작정 신청대상을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보건당국은 부서간 협조가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기관참여를 높이기 위한 관건은 결국 검진비 단가 현실화에 있지만, 조직 내 유관부서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라 일방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장애인 건강검진 수요가 늘어나면 의료현장에서도 인식을 달리해 지금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