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하여 외출 시 휠체어를 이용헤야 하는 이 모씨는 지난 2월, 퇴계동의 한 복합상가에서 출발해 귀가하던 중, 작은 균열에 바퀴가 걸려 휠체어가 급제동하는 바람에 넘어질 뻔 했다. 그는 "굴러서 차도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며 장애인들이 인도를 통행하는 데 불편함이 있음을 알려왔다. 춘천시에서 2018년 배포한 춘천시도로현황에 기반해 계산해본 결과 보도가 설치된 시 내의 도로는 약 383km이고, 이를 이용하는 춘천시의 장애인은 15,000명이다. 특히 보행에 큰 어려움을 겪는 중증의 시각/지체/뇌병변 장애를 가진 사람은 2,800여 명에 이른다. 모든 사람은 어떤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든 보도를 지날 수 밖에 없다. 이동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는 '보도'는 이들에게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탐사해보았다.
탐사는 이 모씨가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걸리는 부분이 있을 때 마다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퇴계동의 투탑시티부터 중앙시장까지 5.4km의 구간에서 24개의 파손 혹은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그 중에서도 도로의 폭 때문에 피해 지나갈 수 없는 균열이 4곳이었고, 일반 시민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균열은 8곳이었다.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먼저 휠체어의 작은 앞바퀴가 넘지 못해 급정거하여 넘어질 위험이 있는 이음매 등에 높낮이(이하 단차)가 생긴 유형이다. 이 단차들은 보도블럭의 연결점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균열이 생긴 경우에도 발생한다. 이 모씨는 이런 유형에 대해 "바퀴가 빠지는 것은 아니기 떄문에 낮을 때는 위험하지 않지만, 단차가 커지면 다른 유형들보다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특히 진행방향으로 길게 생기는 경우 바퀴가 단차를 넘지 못하고 휠체어의 중심축이 급격히 회전해버리기도 한다"며 위험성을 설명했다.
단차 유형의 예. 휠체어의 앞 바퀴는 작기 때문에 작은 단차에도 걸릴 수 있고(왼쪽), 횡단보도와 보도의 연결 지점에서 발생하기도 한다(오른쪽).
두번째 유형은 파손이다. 무언가에 찍히거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구멍이 생겨버린 유형이다. 이 유형의 경우에는 눈에 잘 띄기 떄문에 피하기 쉽지만 신경쓰지 못해 걸리면 그대로 휠체어가 멈추고 사람이 앞으로 튕겨나간다. 이 모씨는 "평소 바닥을 보고 다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위 두 개의 유형은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면 세번째 유형은 조금 다르다. 인도 아래에 묻힌 수도관을 보수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한 후, 제대로 복구가 되지 않은 유형이다. 이전에는 건널목에 단차가 없었으나 땅을 파고 다시 시멘트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단차가 발생하기도 하고, 보도에 존재하는 하수관을 정비하고 그 곳에만 새로 보도작업을 하여 울퉁불퉁해지기도 한다. 이 모씨는 "전체를 다 해 줄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원래대로 평평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탐사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보기에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신경쓰지 않으면 걸린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 날 탐사한 도로는 돌아가는 길이지만 상태가 그나마 좋아 운동 혹은 산책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 때 이 모씨가 자주 이용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허술하게 이루어진다.
불편함은 휠체어를 타는 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4조에 따르면, 교통시설과 공원 등을 연결하는 보도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4곳 있었다. 넓은 보도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 점자블럭이 없는가 하면, 점자블럭은 점자를 만지거나 느낄 수 있어야 하지만 완전히 마모되어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방치된 경우도 있다.
점자블럭이 설치되지 않은 효자동 버스 정류장(왼쪽)과 완전히 마모되어 기능을 하지 못하는 퇴계동 보도 상의 점자블럭(오른쪽 노란색 블럭).
보도는 소모품이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시설의 보수작업을 함에 따라서 충분히 파손되고 망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보수하는 것은 이런 불편함이 있는 시민들을 위해 시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일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 3조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들을 차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춘천시는 2020년 10월 '장벽없는 도시'라는 모토를 내세워 장애인들의 이동권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정기적인 보도관리에 관한 지침이 없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수시로 외부 순찰을 돌며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정기적으로 확인을 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도교통부에서 2021년 개정하여 발표한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은 10년에 한 번씩 보수하기를 '권장'하고 있을 뿐 강제하진 않는다.
강원도지체장애인협회 춘천시지회에 따르면, 춘천시는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는 빠른 대처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보도를 확인하지는 않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면 그 곳만 보수하고 그 근처의 다른 보도는 방치되거나 나중에 발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루만에 보수할 수 있는 것을 두 번에 걸쳐 진행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빠른 대처가 무색하게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 모씨는 "민원에 대한 빠른 대처는 감사하지만, 민원이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파악과 보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로맨틱 춘천'을 슬로건으로 시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러 건물들에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하고 문 턱을 없애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그 곳까지 가는 보도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만 하다. 보도를 통하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그들을 위한 사업의 결과물을 누릴 수 있도록, 현행 보도관리의 허점을 파악하고 '비 장애인의 로맨틱'이 아닌 '모두의 로맨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20197079 용경민
20207049 심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