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신나는 방학과 휴가철이라 여행객들로 가장 붐비는 달이다. 이번 라이딩은 중랑천-당현천- 당고개역-수락산로- 중랑천- 신의교에 이르는 코스로 의정부시 신곡동에서 점심식사하고 복귀하는 코스이다.
중랑천 자전거길은 업 다운힐이 없는 평탄한 길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그러나 이코스는 볼거리와 나무숲 그늘이 없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라이딩하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 코스는 당현천과 수락산로를 포함시켜 무료하지 않도록 하였다.
오늘 라이딩 시발점은 살곶이 둔치로, 살곶이는 '화살이 꽂힌 자리'라는 뜻이다. 원래 이름은 '살꽂이' 였는데 어감이 거세서 살곶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중랑천 살곶이 다리는 조선시대 만들어진 가장 길고 오래된 석교로 국가 보물로 지정되었다.
살곶이란 지명유래는, 왕위 계승 문제로 불거진 아들 태종과의 갈등으로 함흥에 머물던 태조는 한양으로 돌아오다가 이곳에서 자신을 마중나온 태종에게 활을 쏘았다. 그러나 태종이 차일을 치기위해 세웠던 큰 기둥 뒤로 몸을 피하는 바람에 화살은 그 기둥에 꽂히고 말았다.
이에 태조가 천명임을 말하면서 이곳을 살곶이라 부르게 되었다. 역대 왕들이 동구릉. 사릉. 광릉 능행시 필히 살곶이 다리를 지나가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그리고 고종, 순종 장례행렬시 이곳을 거쳐가기도 했다.
하늘은 비를 머금은 채 잿빛구름이 가득하였고 날씨는 후텁지근하였다. 살곶이 다리를 건너 중랑천 동편길로 접어들고 의정부 방향으로 향하였다. 장안교를 지나면 돛단배 모양의 겸재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두개의 주 교량 주탑은 배의 돛을, 케이블은 돛줄을 형상화해 중랑천에 떠있는 돛단배의 모습을 띠고 있다. 상부는 차량, 하부는 도보로 분리되어 안전하고 편리한 특수교량이다. 그리고엘리베이터와 램프 등를 설치하여 중랑천 수변공원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겸재 정선과 인연이 없는 곳에 겸재교라고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내가 생각컨데 겸재 정선을 반추(反芻)하기 위하여 붙여진 이름같다. 중랑교를 지나면 이화교가 예술작품처럼 눈에 들어온다.
이화교는 중랑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V자형 아치형 교량이다. 이화교에서 참참하면서 콘닥 부부가 준비한 토마토, 당근, 오이 그리고 바이크 손이 가져온 연양갱으로 입을 즐겁게하고 당현천으로 향하였다.
월계1교를 지나면 중랑천의 지류인 당현천과 만난다. 그리고 당현천를 따라 계속 상행하면 상계역에 이른다. 당현천은 수락산에서 발원하여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사이에 흐르는 생태하천이다.
당현천은 당고개가 한자로 당현(堂峴)이라 표시된 것에 연유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과거에는 이 물줄기를 '마전내'라고 불렀다. 고개를 넘을때 산짐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돌을 들고 넘었으며 그 돌을 쌓아둔 곳이 성황당으로 변해 당고개라 부르게 되었다.
하천에는 아름다운 벽화, 물넘이교 다리, 정자, 각종 조각상을 설치하고 수중연못을 만들어 운치있게 꾸며 놓았다. 특히 당현천 중간쯤에 설치된 가족 조각상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높은 둥근 원판위에 걸터앉아서 아빠는 기타치며 노래부르고,
바람머리 엄마는 아기를 품은 채 책을 보고 있으며, 소년은 천진난만하게 바지가랑을 내리고오줌을 싸는 모습이 낭만적이면서도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하천변에 정자를 지은건 당현천 뿐인 것 같다. 콘크리트 기둥위에 지은 정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운치가 돋보인다.
상계역을 지나 당고개 유래비를 확인한 다음 당고개역에서 유턴하고 수락산 당고개 지구공원을 거쳐 수락산길로 접어들었다. 당고개가 꽤 높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야트막한 고개에 불과해 실망이 컸다.
수락산 당고개 지구공원은 소나무숲과 느티나무숲, 그리고 산자락에 정자가 들어앉아 있어 풍경이 고즈넉하면서도 운치가 가득하였다. 수락산(水落山)은 옥류동, 금류동, 은선동의 세 폭포가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어 물이 떨어진다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수락산에는 호랑이 소굴로 말 목장 피해가 커서 양주 녹양리 목장을 살곶이로 옮겼으나 매일반이었다. 정조 때 300일 기도를 올려 순조의 탄생을 보게 했다는 내원암이 있으며, 신라 진평왕 때 원광법사가 창건한 흥국사가 있다.
계곡이 수려할 뿐만아니라 교통이 편리해 서울 시민과 인근 주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수락산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도로 양편에 마련되어 있으나 일부 구간에 얌체 운전자들이 점령하고 있어 통행에 불편하였다.
짧은 업 다운힐이 몇 군데 있었지만 힘이 벅찰 정도는 아니었다. 노원구 상계동 도심을 통과하여 중랑천으로 재진입(엘리베이터, 계단, 육교)하고 의정부 신의교에서 원할머니 보쌈족발 식당으로 향하였다.
작년 5월22일에 방문했던 식당이지만 부대찌개의 원조인 의정부에서 직접 맛보긴 처음이다.
매콤하면서도 농탕한 국물에 여러가지 식재료를 혼합해 만든 음식이라 별식이었다. 술을 마실 때 서로 잔을 주고 받으면서 따라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주문화인 수작(酬酌)이지만 요즘은 자기 잔에 따라 마시는 참작(參酌)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상대방의 술 주량을 헤아려 알맞게 따라 주어야 한다. 술은 감흥(酣興)이 일 정도까지만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나 베어 킴은 인음증(引飮症)이 심하여 비교적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타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술을 마시면 몸이 더 풀풀난다. 손놓고 내리막길을 달릴 때도 있어 내가 몸을 움츠러들며 깜짝깜짝 놀래키도 한다.
그래서 나한테 콧방을 맞을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따라 베어킴이 나오지 않했다. 다정다감한 분위기속에서 맛과 향이 있는 음식과 취흥에 빠져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겁게 보냈다.술 한 잔 걸친지라 혹속혹지(惑速惑遲)하며 페달을 밟고 살곶이 다리로 내닫았다.
오후 들어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에 바람 한 점 없었다. 창동교를 지나면 녹천교(鹿川橋)에 이르게 된다. 녹천의 유래는 이곳 산의 모습이 마치 '사슴이 냇물을 마시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말도 있다.
현재 이마을에는 사슴이 목욕하고 갔다는 곳은 남아 있지만 그 자리에 노인정이 위치하고 있어 녹천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월계1교를 지날 즈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그치고 하늘이 반짝이는 변덕스런 날씨다.
장안교에서 마지막으로 휴식한 다음 군자교에서 쇄도우수 김명수와 먼저 작별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나머지 대원들은 살곶이 다리를 건너 라이딩을 마무리하고 7월 15일(토) 잠수교 북단에서 오후 5시에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응봉역에 다가올 즈음 천둥 번개 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억세게 쏟아져 비를 흠뻑 맞았지만, 온 몸이 시원하여 기분이 상쾌하였다. 올 여름철 라이딩은 이것으로 종료하고 9월 부터 새로 시작된다.
그러나 번개통신으로 2-3명 단위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으며, 또한 각자 스케줄에 따라 운동할 수도 있다. 매주마다 돌아오는 라이딩을 기다리는 것이 내 삶의 락(樂)이었는데 여름방학이라니 한편 섭섭하기도 하다. 일요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해봐야 겠다.
성동고16 바이콜릭스(Bikeholics)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