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30 ~ 5월 4일>
애초 계획은 3박 4일
동안 '삼천리 자전거 포항 효자점'에서 시작해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종료하는 자전거 종주를 할 예정이었다.
1. 출발: 4월 30일 구례에서 포항으로 출발– 삼천리자전거 포항효자점 ~ 해맞이모텔 15.7km
황금연휴를 맞아 흥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국토 종주를 위하여, 지리산
종석대 산행[산행기]을
마치고, 구례에서 부산을 거쳐 우리가 생각한 현실적인 출발점인 포항으로 출발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섬진강을 구경하며 달려, 부산 터미널에서 30여 분을 기다린 후, 포항행 차로 갈아타 7시 33분에 동해안 국토 종주 출발지인 포항에 도착했다.
계획은 서울에서 자전거를 들고 내려가는 게 번거로우니 포항에서 자전거를 사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미 자전거가 있는 나는 중고나, 가장 싼 거로 사서 종착점에서
버리고 서울로 갈 생각이었고, 자전거가 없는 흥수는 쓸만한 자전거를 사서 종주 후 서울로 들고 갈 예정이었다. 해서 흥수가 서울을 떠나기 전 동해안 국토 종주 코스에서 가장 가까운 포항의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을 확인 후
미리 전화로 약속해 두었다. 터미널에 도착 후 바로 대리점으로 전화하고, 터미널에서 1.5km 떨어진 대리점으로 걸어갔다. 대리점에 도착해 이것저것 물어보니 예상대로 중고품이 없어 나는 새 제품 중 가장 싼 거로 사고, 흥수는 내가 산 거보다는 약간 더 가벼운 거로 샀다.
어설프게 두 대의 자전거 조립이 끝나고 주인장이 추천한 영일대 모텔 지역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와중에 길을 잘못 들어 약간의 우발사건도 겪으며 10시 12분경 영일대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의 유흥가였다. 문제는 자전거 조립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아무리 유흥가라도 식당이 문을 닫을 거 같아 서둘러 뒷골목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이슬이 반주로 삼겹과 볶음밥을 먹고 24시가
넘어 식당을 나왔다.
식당을 나와 잘만한 모텔을 찾아봤지만, 황금연휴를 시작하는 유흥가답게
방이 없었고, 있다고 해도 가격이 비싸 가난한 라이더가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해서 자전거 종주 도로를 따라 북진하다가 허름한 모텔이 있으면 거기에 자리를 잡기로 하고 밤 12시간 넘은 시각에 모텔을 찾아 북진했다. 그렇게 달려 영일대에서 6.2km가량 떨어진 곳에서 과거에는 화려했겠지만, 지금은 허름한
모텔을 발견했다. 해맞이 모텔(동해안은 다 해맞이다)! 흥수가 주인장과 하룻밤 3만 원에 협상을 마치고 방 하나를 얻어
자리를 잡았다.
2. 1일차: 5월 1일 - 포항 해맞이
모텔 ~ 울진 기성 망양 삼성 모텔 110.9km
모텔에서 7시가 못 된 시각에 기상해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를 감상
후 모든 짐을 들고 모텔을 나서 7시 20분경부터 자전거를
타고 북진을 시작했다. 그런데 명색이 국토 종주 동해안 해안도로임에도 전체 구간의 40% 이상이 해안도로가 아니라 산악도로에 가까웠다. 아침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산악도로에서는 억지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기보다는 동해안의 경치를 감상하면 끌고 올라가 정상에서 내리막의 속도감을 즐겼다. 이 패턴은 라이딩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굳이 타고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자 엉덩이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고, 끌고
가나 타고 가나 속도의 차이가 없어 끌고 가는 거로.
북진을 시작하기 전 아침은 편의점에서 간단히 때우기로 했던 차라, 달리며 편의점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달려 9시가 넘은 시각에 해안가의 리조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편의점에서 황탯국, 순두부 즉석밥을 사 아침을 때웠다. 그렇게
리조트에서 아침을 때우고 있을 때, 도로에서 들리는 굉음에 머리를 돌려 그쪽을 보니 할리 데이비슨을
탄 한 무리가 편의점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며, 우리도
저걸 끌고 돌아다닐 나이가 아닌가? 심각히 고민을!
즉석밥으로 아침을 때운 후 20여 분 휴식 후 다시 북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10시 37분에
대게로 유명한 영덕 강구항에 도착했다. 항구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그동안 집안에 갇혀 있던 모든 사람이 몰려나왔는지 엄청난 차량과 인파로 자전거도 뚫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야 대게에 관심이 없어 어떻게든 차량과 인파를 뚫고 북진해 11시 32분 영덕 해맞이 공원에 도착했다.
그곳도 인파가 장난이 아니었지만, 정상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깐 휴식
후 내리막길의 속도감을 즐기며 점심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 달렸다. 해안가에는 이름 없는 포구와 해수욕장이
연이어 있었지만, 유명한 곳과 달리 식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있다고
해도 문을 열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식당을 찾아 계속 북진할 수밖에 없었고, 12시 20분경 포구 끝에 있는 식당을 발견하고 그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물회와 이슬이(예상을
깨고 동해안에서는 20도를 넘는 술을 구할 수가 없었다)를
시키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흥수가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
식당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흥수 시골 친구 부부를 만났다. 그 부부는
2박 3일간 해파랑길 영덕 구간("블루로드") 걷는 중으로 그때가 2일 차라고 했다. 세상 참 좁다!
나름 동네 맛집인 거 같은 식당에서 그나마 우리가 빨리 주문한 상태라 10분
정도만 기다렸다가 점심을 먹을 수 있었지만, 우리 이후 도착하는 손님은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주인 부부가
얘기했음도 계속 손님이 밀려들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 우리가 이슬이 반주로 물회를 먹는 동안 점심을
다 먹은 흥수 친구 부부가 나가며 우리 점심까지 계산해 결과적으로 오지에서 만난 친구에게 점심을 얻어먹었다.
점심을 다 먹고 자전거를 타고 다시 북상하다가 블루로드를 걷고 있는 친구 부부를 다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눈 후 우린 다시 빠른 속도로 북진했다. 우리가 앞서 나갈 때, 친구가
그 부인에게 우리를 가리키며 등산용 배낭을 짊어지고 자전거를 타는 대단한 친구들이라고 하는 얘기가 뒤에서 들렸다.
사실 그 배낭 때문에 이번 자전거 종주가 150% 이상 힘들었다. 내가 보기엔 그 부부도 우리 못지않게 대단한 게 이 더위에 텐트와 매트 등 야영 장비를 짊어지고 걷고 있었다.
친구 부부와 헤어져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앞만 보고 북으로 달렸다. 그런데
굳이 이벤트가 있을 게 없는 코스로 경치도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도 없지만, 길도 해안도로와 산악도로가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해안도로에서는 시속 20여 킬로미터로
달리고 산악도로에서는 시속 3.7km 정도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정상에서부터는
시속 30~40여 킬로미터의 속도로 내려 꼽는 패턴의 반복! 해서
흥수가 산악도로를 가리켜 눈썰매 타는 거 같다고 했다. 썰매 끌고 올라가 정상에서 타고 내려오는 눈썰매!
어쨌든 3시 22분에 그
지겨운 영덕을 탈출해 울진에 도착했다. 울진에는 내가 꼭 가보고 싶어 했던 후포항이 있다. 88년 여름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와 울릉도를 갔다가 온 적이 있는데, 그때
후포항에서 밤 배를 타고 갔었다. 그런데, 포항으로 내려간
기억, 후포항에서 배를 탄 기억은 있는데, 포항에서 후포를
어떻게 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아마 그때 취하지 않았을까 하는 게 지금 생각이지만. 3시 50분에 후포항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대게 식당들은 만원이었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여객선 터미널은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후포항을 뒤로하고 다시 북진하며, 오늘의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번화한 지역의 모텔은 가난한 라이더가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만큼 번화하지 않은
조그마한 해수욕장을 찾아 계속 북상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7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기사 망양 해수욕장에 있는 삼성 모텔에 도착해 방을 잡았다. 가격은 3만 5천 원! 샤워하고
속옷을 갈아입은 후 모텔 1층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바닷가
식당에 회가 없어 또 삼겹을 먹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메뉴 중에 닭도리가 있어 그걸 주문했다. 9시 25분경 식당을 나와 여관의 카운터로 가 맥주와 안주를 주문 후 우리 방으로 가서 맥주와 오징어로 2차를 했다. 그리고 뻗어 자는 거로 1일 차 자전거 주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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