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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사장님들 몇분을 만났다.
그 자리에 외국인도 두 명 포함되어 있었다.
종로에서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참 뜻깊은 자리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BJR'에 대한 얘기들이 화제에 올랐다.
외국인들이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익히는 단어는 "빨리빨리"란다.
그런데 가장 기억에 남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는 단어는 "BJR"이라고 했다.
내 가슴 한쪽에 구멍이 뻥 뚤리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동안 그 단어를 많이 들어왔고 그 말이 우리 사회에서 자주 회자되는 이유를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외국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기분이 요상했고 낯이 뜨거웠다.
한국인들의 BJR은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인구에 회자되어야 하는 걸까?
예쁘고 긍정적인 단어라면 오래오래 아끼며 사용해야겠지만, 버리고 싶은 단어이거나 사용하고 싶지 않은 말이라면
우리들이 힘을 모아 하루라도 빨리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2003년의 하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쟁같은 하투.
모두 다 길거리로 뛰쳐 나왔고, 저마다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쳐댔다.
대책도 없이 일손을 놓고 달려나가 정부를 향해, 사용자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제 자라를 잡고 묵묵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마치 바보가 된 듯한 형국이었다.
참여정부가 친노성향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가 그럴수록 노동계는 산업시설들을 더 아끼고, 정부나 사용자측과 시간을 두고 대화하며, 길게 보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참여정부가 친노성향이라고 해서 일거에 용암이 분출하듯이 저마다의 목소리 키우기에 바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한다면, 저 다양한 친노정책들이 어떻게 이 땅에서 계속 존립할 수 있겠는가?
심각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스런 연인과 일생을 두고 오랫동안 사랑하고 싶다면 시간을 길게 잡고, 조금씩 조금씩 그 사람을 알아가며 느끼야 한다.
내가 먼저 희생하고, 오래 기다려주며 상대방을 조건없이 포용해야만 한다.
그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고도의 전략이며 진득한 자신과의 싸움이요 절제가 묻어나는 삶, 바로 그것이다.
하물며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법과 질서를 어겨가면서 매번 강경일변도로 치닫는다면 끝내 골이 깊은
민심이반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고 당차게 출정식을 가졌던 사람들이 저렇게 준법정신이 박약하고, 폭력적이라면 어떻게 협상이나 교섭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선량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저들에게 언제까지 박수를 보내줄 수 있을까?
(3)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는 것도 좋고,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선정적인 기치를 앞세운 채 돌진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어떤 주장이나 이념의 표출도 BDR 상황안에서 해야 한다.
순차적으로, 질서정연하게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성급한 자 곧 필패한다'라는 고전의 가르침을 잊었단 말인가??
다수의 힘만을 등에 업은 채, 장맛비에 강둑 터지듯이 그렇게 밀고 들어가면 안 된다.
지금 당장은 다수의 큰 목소리때문에 승리하는 듯 보이지만 그러한 조직이나 단체는 훗날 꼭 패배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기르침이자, 수 많은 선조들의 진솔한 기록인 동시에 교훈이다.
우리는 BDR로 갔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조금 손해 보는 한이 있어도 꼭 BDR로 가야 한다.
좀 늦게 가는 듯 보이지만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빠른 길이며 순리라는 것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정직과 정도가 각 개인의 경쟁력임을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마음판에 새겼으면 좋겠다.
BJR이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사어가 될 날이 그리 머지 않았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파이팅.
WONDERFUL KOREA.
2003-07-01 / 현기욱
(참고)
BJR : 배째라
BDR : 법대로
외국인들은 일부 한국인들의 행동 특성을 이런 식으로 말하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