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키기술의 환경은 어떤가?
한국의 스키는 스키분야와 관련된 모든 것이 예전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습니다. 장비도, 기술도, 환경도...
그런데 그 중에 기술은 그리 많이 변화가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카빙스키가 나온 초기나, 15년이 넘은 지금이나 크게 바뀐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도법은 더욱이요. 일반 스키어의 기술은 프로스키어를 흉내내는 듯한 모습이 많이 보이죠. 10여년이 넘는 동안 1~2년에 한 번씩 '기술의 테마'가 변화가 되었는데, 그것은 한국에 비해 스키 선진국인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입니다. 아직도 그들은 계속 진화하고 발전합니다만 우리는 좀 정체되어 있는 모습이죠. 그도 그럴것이 일본은 겨울 시즌도 길고, 스키인구도 많다 보니, 스키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스키어가 안정적인 편입니다. 그에 비해 겨울 시즌이 3개월 정도인 한국은 30대 중반만 되면 프로스키어도 눈을 떠나게 되지요. 다른 직업을 조금이라도 미리 가지고 사회에 나가는 것이 생활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40세가 넘은 프로스키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평생직장이 되지 못하니 아직도 스키계에서 업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 후배들에게, 또 주변 스키어에게 제 자리에 머무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도 하죠. 그러니 40~50세 사이의 베테랑 강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본만 해도 50~60대의 지도자가 많은데 말입니다. 이렇게 지도법의 깊이를 가진 베테랑 강사가 떠나고 없다 보니, 고참 강사라 해도 30세 전후의 강사들이 대부분인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그들도 본인들끼리 연구하고 공부하며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고, 또 조만간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손해일까요? 우선 겨울스포츠인 스키에 있어서 좋은 기술의 보급이 더디게 되고, 일반 스키어들도 폭넓은 스키 지식을 익힐 기회가 적게 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이제서야 베테랑의 나이에 입문하게 될 훌륭한 스키어가 언제 또 그만둘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그래서 전 통일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스키를 타다 보면 간혹 가족끼리, 또는 선후배끼리 가르치는 모습을 봅니다. 그 때는 그저 타고 내려가는 방법 정도만 가르치는 수준이라면 그러려니 하는데, 외부에서 왔는지 강사라고 나서서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놀랄 때가 가끔 있습니다. 15년 전의 기술을 지금 그대로 전하고 있으니까요. 어린 아이와 여성에게 '업다운(up down)'을 요구하며 "더더더더~" 하면서 뒤쫒아가더라구요. 저도 힘들어서 그만큼 구부리면서는 못탑니다. 이것은 그 강사 개인의 수준을 뭐라 하는게 아니고, 일선의 강사들에게 조차 기술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어 본인이 아는 정도에서만 초보자에게 기술 전수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모습이 안타까워서입니다.
결국 일반스키어의 스키기술의 낙후는 스키환경 전체의 침체가 되는 것입니다. 엘리트 선수 몇 명만이 스키계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발전이 아니니까요. 기술을 향상시키려는 매니아, 가족이나 친구와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스키어, 산과 눈이 좋아 찾는 이들 모두 즐기기 위해서는 기술이라는 수단은 필요한 것입니다. 어차피 필요한 수단인데 모두가 체계화해서 안전하게 익히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짧은 겨울의 나라에서 당장 스키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스키를 즐기는 매니아들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다음에는 스키기술에 다가서기 위한 방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