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발 밑에 누운 알베르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따금 그녀의 몸에 무성한 나뭇잎이 불시에 이는 산들바람에 잠시 동안 파르르 떨듯, 가벼운 불가해한 흔들림이 지나간다. 그녀는 머리털에 손을 대고 나서, 뜻대로 되지않아 다시 손을 가져가는데, 그 손짓이 어찌나 정연하고 고의로 보이는지, 나는 그녀가 깨어났거니 여긴다. 천만에 그녀는 물러가지 않은 잠 속에 다시 조용히 빠진다. 그러고 나서 까딱도 하지 않는다. 가슴에 한쪽 손을 올려놓고, 그 팔을 축 늘어뜨린 품이 어찌나 어린애같이 천진난만한지, 어린애의 진지함, 그 순진함과 귀여움을 보고 떠뜨리고 마는 킬킬 댐을 나는 그녀를 보면서 참지 않을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알베르틴 가운데 여러 알베르틴을 알고 있는 나는, 더 많은 여러 알베르틴이 내 곁에 누워 있는 걸 보는 느낌이 들었다. 여태껏 못 보던 모양으로 활 같이 휜 눈썹이, 물총새의 보드라운 보금자리처럼 방울 모양의 눈꺼풀을 에워싸고 있다. 혈통, 격세유전,악습이 그 얼굴에 쉬고 있다. 머리의 위치를 바꿀때 마다, 그녀는 새로운 여인을 만들어 내는데, 흔히 내가 꿈에도 생각 못 한 새 여인이었다. 단 하나의 아가씨가 아니라, 무수한 아가씨를 소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숨결은 조금씩 조금씩 깊어져, 그 가슴을 규칙적으로 들어 올리고, 그 가슴 위에서는 물결치는 대로 흔들리는 쪽배나 닻줄처럼, 마주 잡은 손이, 진주 목걸이가 같은 리듬으로 고르게, 그러나 가슴과는 다른 모양으로 움직이기 시작 하였다. 그러면 그 잠이 한창이고, 의식의 암초가 이제는 깊은 잠의 난바다로 뒤덮여, 그 암초에 부딪힐 위험성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단호하게 소리 없이 침대 위에 올라, 그녀 곁에 몸을 눕히고, 한쪽 팔로 그 허리를 안아, 빰과 가슴에 입술을 붙이고 나서, 자유스런 또 한 쪽 손을 그 몸의 온 부분에 올려놓으면, 그 손 역시,진주 목걸이와 마찬가지로, 잠자는 여인의 숨결에 들어올려지고, 나 자신도,그 고른 움직임에 가볍게 흔들거렸다. 이래서 나는 알베르틴의 잠이라는 배에 몸을 싣는 것이었다.
그녀의 잠은 간혹 적잖이 불순한 기쁨을 맛보게 하는 적도 있었다. 이를 맛보기에 나는 아무 동작도 필요없이, 마치 노를 흐르는 물에 내맡기듯, 한쪽 다리를 그녀의 다리 위에 늘어뜨리고, 날면서 조는 새가 단속적으로 날개짓 하듯, 가벼운 진동을 이따금 노에 가하면 그만이었다. 평상시에 보지 못하던 그녀 얼굴의 일면, 매우 아름다운 일면을 골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무개가 써 보내는 편지가 모조리 비슷비슷하면서도 실제로 알고 있는 본인과는 딴 판인 모습을 그려 내어서, 두번째의 인격을 구성하는 일이 있음을, 부득이한 경우에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에 비하면, 한 여인이 다른 아름다움을 갖추어 그 때문에 딴 성격을 상상케하는 또 하나의 여인에, 마치 로지타와 도디카처럼 연결되어, 한쪽은 측면에서, 또 한쪽은 정면에서 봐야 한다면 이 아니 야릇한 일이야. 그 숨결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지면서 쾌감의 헉헉거림 같은 착각을 자아내어, 나의 쾌감이 극에 이르렀을때에, 그녀를 포옹하여도 그 잠은 중단되지 않았다. 이런 순간에 나는 그녀를 무언의 자연계의 의식도 저항력도 없는 사물처럼 더욱 완전히 소유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잠든채 이따끔씩 중얼중얼하는 말에 개의치 않았다. 그 말뜻이 내게 생소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또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이 생면부지의 누구이든 간에, 이따금씩 가벼운 전율에 생기 들어, 그녀의 손이 잠깐잠깐 경련을 일으키는 게, 내 손위, 내 빰 위였으니까. 나는 여러 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물결이 부서지는 소리에 귀기울이듯, 이해타산을 떠난 가라앉은 애정을 품고서 그녀의 잠을 음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