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들어선 목요일 야간산행 길은 엊그제부터 내린 눈이 곱게 다져져 있었다.
군왕봉에 다다를때까지 녹지도 얼지도 않아 뽀드득 거리는 하얀 길에서 호젓하기만 하다.
야자수잎으로 엮은 멍석길엔 녹아내린 얼음조각들이 굴러다니며 내게 다정히 속삭인다.
‘다르게 보라.’
오후 바이올린 레슨때 활을 바꿀때 부드럽게 하는 법을 알려주시다가 활 잡는 게 아주 틀린 것을 보시게 되었다. 진도를 멈추고 손가락으로 활을 컨트롤하는 연습 방법을 알려주셨다. 새끼 손가락에 근력을 키우는 운동법이었다.
집사람과 셋째가 함께 가자고 했지만 1시간이나 먼저 다른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봉우리의 소나무들은 크라스마스 트라마냥 화사하고 경쾌하게 눈을 이고있다.
뿌연 하늘 아래 가로등들이 구역을 나누고 도시의 칙칙함을 드러내려는지 동네의 불빛들이 희미하게 어른 거린다.
군왕봉 데크엔 플랑이 바람에 흩날리며 마른 나무의 바스락대는 소리를 불러대고 있다. 정상에서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럿이 다녀간 벤치엔 눈이 말라 따스하고 눈사람이 눈송이 뭉치로 흩어져 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도심을 바라보고 있자 돌아가고 싶지 않는 맘이 평화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