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냉면과 빈 방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먹고
아들과 함께 먼길을 나섰다.
본래 딸래미가 같이 가기로 했었지만 감기에 걸려 컨디션 난조란다.
계획이란건 원래 틀어지기 마련인 것.
돌아오는 길에 혼자 먼길 운전하기 심심하여, 말동무 삼으려고 했건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진주가는 길, 평일 아침인데 여기저기 길이 막힌다.
왜그런고 보니
여기저기서 사고가 났다.
조심해서 약 네시간을 달려
진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진주냉면집 '하연옥'에 도착했다.
그래도 진주에서 한 학기 혼자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라, 아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삼층짜리 본관에 이층짜리 별관까지 거창하다.
평일 점심인데도 대기표를 주었다.
대기표 주는 아저씨가 반말로
"구십칠, 구십팔 번 별관" 이라고 외쳤다.
서울같았으면 난리 났을텐데
사람들이 군말없이 지시에 착착 따른다.
별관에 도착하여 착석, 물냉,비냉,육전 각 하나씩 주문을 했다.
육전이 먼저 나왔는데,
뭐라 형용하기가 어렵다. 양념없는 계란부침 같은 맛이라고 할까?
다행이 아들은 맛있단다.
냉면은 내가 물냉, 아들이 비냉을 시켰다.
그리고 서로 조금씩 바꿔 먹어봤다.
일단 양이 많다는 것이 이집 냉면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입맛에 맞는 사람에겐 감사할 따름이고, 안 맞는 사람에겐 고역일 따름일 것이다.
아들이 냉면도 맛있다고 했지만, 배부르다며 육전과 냉면 모두 남겼다.
육전에 곁들여 나온 선지국이 있는데, 내 입에는 그나마 맞았고, 메인 메뉴 세가지는 우열을 따지기 힘들었다.
결론을 내보자면
'진주냉면, 육전은 지역민들에게 인기있는 별미이다.
그러나 타지역 사람들에게는 부디 권하지는 말자.'이다.
맛이라는 것은 지극히 특수하고 주관적이라서 익숙한 이들에게만 별미일 수 있다.
마치 '홍어삼합'이 일부에게만 별미인 것 처럼...
경상대에 도착하여
무슨 아파트단지 처럼 생긴 기숙사 앞에 짐을 부려 놓고 아들과 이별을 했다.
여기저기서 학부모들이 차량에서 이삿짐을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기숙사 건물 안에 학생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여, 현관 앞에서 어깨 한번 두드려주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평일이지만
왠일로 길이 막히질 않아서 네시간만에 귀가에 성공했다.
오늘 운전 시간은
모두 8시간 25분 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주인없는 빈방을 바라보았다.
뭔가 허전하다.
아내도 한마디 거들었다.
"장가 보내도 기분이 이럴 것 같아."
아들이 진주에서 잘 지내길 바란다.
사랑한다 박O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