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세계에 축제가 열렸다. 인간이 죽으면 영혼만 갈 수 있는 곳이 저승세계였다. 이곳은 죽은 인간의 영혼뿐만 아니라 인간의 입장으로 보면 신의 세계이기도 했다. 그런 저승의 천상세계에서 정기 축제가 개최 되었다. 존엄하고 전지전능하신 최고 권력자이신 옥황상제님의 탄신일을 전후해서 열흘간 열리는 천상세계의 가장 큰 행사였다. 사실은 옥황상제님의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옥황상제님 자신조차도 본인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고 계셨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기간은 저승의 모든 왕국에서 독자적으로 각 국의 대왕이 주최가 되어서 즐겁고 신나게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옥황상제님의 직속인 천상 본국에서 가장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저승 각 왕국을 대표해서 뽑힌 선수들이 모여서 분야별로 장기와 재주를 뽐낼 수 있었다. 각 분야별 종목별로 대회도 있었다. 결승까지 진출한 대표 선수들은 옥황상제님과 황후마마 옥황상녀님이 참관하는 곳에서 결승전을 치렀다. 각 분야별 종목별로 장소는 일정하지가 않았다. 경기장이나 공연장 시설이 있는 왕국이나 장소가 선택되었다.
천상축제 마지막 날 이번 행사의 최대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하주공주가 주최하는 댄스 페스티발이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특별한 공연이기도 했다. 또한 공연 장소도 하주공주가 성주로 있는 황녀궁에서 열렸다. 천상세계에서는 댄스라는 종목도 생소했다. 더군다나 옥황상제님의 셋째 따님인 하주공주가 주관하고 공주 자신의 단독 시범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이번 천상축제는 온 천상세계의 이목과 관심이 모두 이 댄스 페스티발에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하주공주의 부모님이신 옥황상제님과 옥황상녀님의 관심이 유난히 더 높았다.
천상축제의 절정인 마지막 날의 열기는 가히 온 저승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하주공주의 황녀궁은 더욱 들뜨고 떠들썩했다. 황녀궁 안에서도 공주의 전용 댄스 홀 에델바이스 궁전은 천상세계의 귀빈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가장 좋은 위치에는 옥황상제님과 그 바로 옆에 황후마마 옥황상녀님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 아래쪽으로 염라대왕을 비롯한 저승세계의 각 왕국을 다스리는 대왕들의 관람석이 배치되었다. 그 건너 맞은편은 음악을 연주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주공주는 이런 귀하신 손님맞이할 준비하랴 댄스 페스티발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더군다나 하주공주 본인의 단독 시범까지 준비해야 했다. 이 모든 건 장승백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당초 댄스와 관련된 모든 게 장승백의 몫이었다. 장승백은 하주공주보다 더 바쁘고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공주와의 단독 시범은 물론 댄귀모의 포메이션 공연까지 지휘해야 했다.
드디어 옥황상제님과 옥황상녀님이 황녀궁에 도착하셨다. 두 분은 인간세계처럼 기계화 된 저승 자동차를 이용하시지 않았다. 대신에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열두 마리의 천마가 끄는 황금마차를 타고 행차 하셨다. 물론 전용 최첨단화 된 고급 리무진 승용차가 있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이 행사 참여 때만큼은 수많은 기간 동안의 전통대로 이 황금마차를 이용하시는 것이었다. 천상세계의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기 위함이었다. 하주공주는 에델바이스 궁 입구에서 두 분을 맞이했다. 계단 아래에 황금마차가 멈추자 말을 타고 뒤따르던 전속 호위 저승사자들이 에워쌌다. 근처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얼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단 하주공주와 그 수행 시녀들을 제외하고는. 또 한 명 장승백이 공주와 나란히 서 있었다. 공주 일행은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직속 수행 저승사자가 황금마차 문을 열어 주었다. 그 앞에서 하주공주가 두 분을 영접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그녀는 마차에서 내리는 두 분을 맞이하며 인사말을 건넸다. "오 그래그래. 우리 공주도 잘 있었지?" 옥황상제님이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흐뭇해 하셨다. 엄마인 옥황상녀님과 하주공주는 얼싸 안으며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무슨 오랜 기간 서로 못보고 떨어져 살아온 이산가족 상봉이나 하는 것처럼. 그런 후에 옆에 있던 장승백을 의식했다. "장선생 아바마마 어마마마께 인사 올려야죠." 하주공주는 엄마인 옥황상녀님한테서 떨어져서 장승백한테 말했다. "두 분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 장승백은 한쪽 팔은 등 뒤로 다른 팔은 배꼽으로 갖다 대고 허리 굽혀 깍듯이 예를 갖췄다. "오 그래. 그대가 이번에 우리 공주랑 댄스 시범을 보인다며. 잘 부탁하네." 옥황상제님은 허리 굽히고 예를 갖춘 장승백의 어깨를 툭 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옆에서 공주의 엄마인 옥황상녀님은 더욱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그를 쳐다보았다. 인간세계에서나 마찬가지로 천상세계의 전지전능하신 옥황상제님 부부조차도 자식 앞에서는 그냥 똑 같은 엄마 아빠로서 부모일 뿐이었다.
두 분을 맞이하는 예를 마치고 하주공주가 직접 부모님을 모시고 에델바이스궁 안으로 안내했다. 그 앞에는 옥황상제님 직속 수행 저승사자가 한 발 앞서갔다. "옥황상제님과 황후마마 옥황상녀님 납시오!" 천상 본국의 옥황상제님의 직속 내시 저승사자가 가녀린 목소리로 에델바이스 궁 안으로 들어가며 고했다. 미리 와서 대기하던 각 저승 왕국의 대왕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델바이스 궁 안의 모든 천상시녀들과 저승사자들도 일어나서 두 분을 맞이하는 예를 갖췄다. 또한 홀의 가운데 플로어에서 제너럴타임에 자유 댄스를 즐기던 남녀 저승사자들과 천상시녀들이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서 멈춰 섰다. 전면 오케스트라 석에서 지휘자의 짧은 지휘에 맞추어서 옥황상제님 부부를 맞이하는 환영 팡파르가 연주 되었다. 두 분이 자리에 앉자 연주가 멈추었다.
옥황상제님과 옥황상녀님은 댄스홀 에델바이스 궁전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호화롭고 휘황찬란한 내부를 보고 새삼 놀랐다. 옥황상제님이 거주하는 천상본국도 그 화려함이 둘째가라면 서러운데 이곳은 더 아름답고 화려했다. 하주공주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났다. 사방 벽면과 잘 꾸며진 높다란 천정은 죄다 황금으로 빛나고 있어서 눈이 부셨다. 바닥은 댄스를 할 수 있도록 최고급 천상 단풍나무로 깔려 있었다. 천정에는 샹들리에와 은은한 불빛에 반짝이는 보석들로 눈이 부셨다.
옥황상제님 부부가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옥황상제님이 아래를 향해 모두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제야 모두들 자리에 앉았다. 플로어에서 춤추다 제 자리에 서서 예를 갖추던 저승사자들과 천상시녀들도 다시 댄스를 시작했다. 그들은 오케스트라의 부드러운 연주에 맞추어서 제네럴타임을 즐기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게 자유스런 시간이 잠시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