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1기 46. 이웃들의 이야기
아침에 차씨 부인이 우리 집에 와서 내 머리를 염색해 주었다.
그녀가 미용 경험은 없지만 나는 고마워서 일부러 산파블로까지 가서 파인애플을 사다가 주었다.
또 박씨네 집에는 25kg들이 쌀자루를 씌워 놓은 잭프릇이 너무 커져서 자루가 찢어지려고 한다.
게다가 뒤뜰에 놓아둔 빈 박스안에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임자 없는 닭이 알을 아홉 개나 낳아 놓고 그걸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병아리가 나올 거라고 하니 정말 부러워 죽겠다.
2호집 제리 박사가 곧 스웨덴으로 곧 돌아간다고 한다. 그동안 한 주일에 두 세 번씩 만나 한글 공부를 했는데, 그가 더듬거리며 한글을 읽는 모습도 내 기쁨 중의 하나였는데 그들이 이제 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곧 고모님이 다인이와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로 되어 있고, 그들이 오면 서로 시간을 갖기가 어려울 것 같아 미리 2호집 식구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 두 식구에 그들이 다섯 식구이니 아무리 조촐하게 준비를 해도 야단 법석이다.
제리가 우리에게 줄 정보라며 스웨덴에 가서 머물 수 있는 비자기간 등의 내용을 빼곡하게 프린트 해 놓았다.
그는 스웨덴어로 되어 있는 그것을 영어로 다시 프린트해서 우리에게 주겠다고 한다. 언제라도 스웨덴으로 와서 1~2년을 살아보라고 권한다.
우리가 그곳으로 가서 머물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그의 마음은 정말 고맙다.
아이들은 우리 집에만 오면 자기 집인양 활발하게 뛰어 논다. 내가 외할머니쯤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모양이다. 나는 그래서 더 고맙다.
(2009. 6)
사진은 얼마 후, 다인와 2호집 아이들이 함께. (왼쪽부터. 다인, 아미, 미루, 사라수)
첫댓글 낮선 곳에서 적응 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이웃과 사귀는 것도 매우 잘 하시는 것 같네요.
다정한 마음씨가 외국인 이웃과 정을 나누는 모습이 대단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