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의 비애(悲哀)
김덕용
샘골 초입에 느티나무 한그루 있다
비바람 불고 눈발이 날려도
의연하게 마을을 지켜온
수령 200년은 족히 된 고목이다
마을의 유래를 알리려는 듯이
노루 한 쌍이 사이좋게
주위를 한참이나 서성이다가
천변길을 따라 숲속으로 넘어간다
직선으로 큰 도로를 내느라
다지기로 메우고 높이다 보니
서너 자는 족히 낮아져서
우기에는 종종 물이 고이곤 한다
여러 해 반복되다 보니
더는 못 버틸 한계치에 다다랐음인지
무성하던 잎이 시무룩해지고
급기야는 반신불수가 된 듯하다
모르는 이들은 운치 있어 좋다지만
물창 들어 뿌리가 썩어듦인지
피가 통하지 않아 괴사 되어가는데
언제까지 견디어 낼 수 있을지
그 옛날엔 오가며 복을 빌더니만
시대가 변했다고 몰라라 하니
관심 밖의 천덕꾸러기로
요양원에 갇힌 부모 처지와 닮았다
외로운 섬
김덕용
이-섬 저-섬 그-섬 섬 섬
뭇 섬은 모여서 군도를 이룬다
나도 너도 우리는 모두
군중 속의 외로운 섬이다
섬은 바다에 산다
터전엔 밤낮으로 조수가 일어
심기에 따라 음양으로 울고 웃고
거센 폭우에 풍랑이라도 일면
다소곳이 겪어내야만 한다
늘 그러했듯이 품어 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기다린다
섬은 바다를 닮았다
넓은 마음으로 보듬을 줄 안다
서로의 거리만큼 존중하며
들락이는 새의 보금자리가 되어
평화를 누리게 내어준다
섬은 언제나 홀로여서 외롭다
그리움은 노을에 깃들고
이내 어스름한 달빛에 젖어
고즈넉한 운치에 잠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