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 황진영
2022년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이어,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였다. 그리고 올해 5월 25일 누리호 3차 실용위성 발사 성공과 다누리호의 성공적인 달 궤도 안착과 임무 수행 등으로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적 성원과 관심이 뜨겁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국가과 학기술연구회 산하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써 , 지 난 1 9 8 9 년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기관으로 설립되었고, 1996년 한국항공우주연구소로 독립한 이래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최선두에서 연구개발을 견인해 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역사가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이정표라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위성 분야
인공위성 분야에서는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실용위성인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광학탑재체, 해상도 6.6미터)를 개발한 이후, 2006년 해상도 1미터급의 ‘아리랑 2호’, 2012년 해상도 0.7미터급의 ‘아리랑 3호’ 그리고 2015년 해상도 0.5미터급 ‘아리랑 3A호’를 개발해 왔으며, 해상도 0.3미터급의 ‘아리랑 7호’ 발사를 앞두고 있다. 광학카메라에 이어 2013년에는 전천후 관측이 가능한 해상도 1미터급 레이다 (SAR) 위성인 다목적 ‘실용위성 5호’와 2015년에는 광학카메라와 함께 열 감지가 가능한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 3A호’를 개발한 바 있는 등 지구관측 위성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지궤도 위성 분야에서도 2010년 국내 최초의 기상위성이자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관측 위성인 ‘천리안 1호’를 개발하였고, 2018년에는 기상위성인 천리안 위성 2A와 2020년에는 환경 및 해양 관측 위성인 ‘천리안 2B호’를 개발하였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국토종합관리와 산업화를 목표로 차세대 중형위성 1호와 2호를 개발한 바 있다.
우주발사체 분야
우주발사체 분야에서도 ’93년 고체 ‘과학 로켓 1호’를 시작으로 ’97/’98년 2단형 고체 로켓인 ‘과학 로켓 2호’, 그리고 ’02년에는 액체 추진기관 로켓인 ‘과학 로켓 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바 있다. 2008년에는 러시아와 협력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100kg급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체인 ‘나로호’를 개발하여 2번의 실패를 딛고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나로호에 이어, 2010년부터 순수 국산 우주발사체인 ‘누리호’ 개발에 착수하여 ’18년 누리호 시험발사체를 발사하고, ’22년에는 1.5톤급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5월 25일에는 ‘누리호’ 3차 발사를 통해 차세대 소형위성과 7개의 큐브위성을 발사하여 세계 7번째로 1톤급 이상의 실용위성 발사 국가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주과학 및 우주탐사
인공위성 및 우주발사체 개발과 더불어 20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를 선발하여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려 초파리 노화 실험 등 13가지 전문 과학실험과 5가지 교육 과학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2022년 8월에는 국내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 호를 개발하여 ‘22년 말 4.5개월의 우주여행을 거쳐 달 궤도에 안착하였고, 고해상도 광학카메라뿐 아니라 우주 인터넷 탑재체, 자기장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탑재하고 달 탐사 업무를 수행 중이다. 특히 ’다누리‘에는 미국 NASA의 ShadowCam을 탑재하고, 달 극지방의 영구음영지역에 대한 고품질 영상을 촬영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Artemis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뉴스페이스 시대와 항우연의 역할
최근 들어 세계의 우주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에서 우주의 군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낭만적으로 바라보던 달과 화성에 인간이 영구거주하면서 현지자원의 활용은 물론 나아가 우주 광물 채광, 그리고 우주식민지 건설까지 머지않아 실현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민간이 주도하는 New Space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 있다. 아직은 Space X와 같이 미국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민간에 의한 우주 상업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세계적 흐름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민간의 우주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우주 상업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우주 시대를 열고, 기술 자립화의 기초를 쌓는 역할에 주력해 왔다. 과학 한국의 자부심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세계에 대한민국의 기술 역량과 잠재력을 보여 주려 노력해 왔다. 앞으로 30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더욱 진화하여야 할 것이고, 우리나라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항우연의 역할도 재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구축한 기술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민간의 우주기술 자립을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정부 우주 공공 수요는 과감하게 민간에 넘기고, 항우연은 민간이 하기 어렵거나, 경제성은 없으나 국가적 미래를 위한 반드시 해야 하는 부분에 전념하여야 할 것이다.
요즘 우주항공청 설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동안 많은 우주 전문가가 전문성, 지속성, 대표성에 기반한 우주개발 정부 전담 조직의 설치를 염원해 왔다. 우주 개발 전담 조직의 조속한 설치와 함께 새 시대에 맞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급변하는 세계의 우주개발 패러다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영국 Sussex 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 박사
(전) 항공우주시스템공학회 회장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
(전) 우주개발실무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