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퇴장 2
<태평로> 2018. 5. 21.
95세에 타계한 윤보희 전 이화여대 음악과 교수는 독립협회 창립 주역인 윤치호의 딸,
흥남철수 때 피란민을 구한 현봉학의 형인 현영학 목사의 아내.
15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낸 그녀는 연명치료를 사양하고 미용실에 들러 마지막 단장을 했다.
그리고 식사량을 줄여서 스스로 삶과 이별했다.
고인이 남긴 유언은 세 가지.
1. 부의금 받지 마라.
2. 염할 때 몸을 끈으로 묶지 마라.
3. 얼굴은 보자기를 덮지 마라.
*빚지려나, 받게? 죄인인가, 묶게? 못생겼나, 덮게?
해피엔딩
-‘나 떠나는 날엔’ 최불암
신문기자로 살다 별안간 시한부 인생이 된 아들은 고향이자 아버지가 사는
강원도 삼척으로 내려온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믿을 수 없을 만큼 야윈 아들은
링거가 몇 개나 매달린 휠체어에 앉아 겨우 입술을 뗐다.
“미안합니다. 이제야 왔어요.”
부자는 함께 바다를 바라봤고, 아들은 아버지 곁에서 눈을 감는다.
평생 외면했던 아버지와 고향 품에 다시 안기는 것, 애써 부인했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며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아들의 해피엔딩이었다.
*미워했던 나를 끌어안을 때가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