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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허 민 16세 중3 인간)
<2016. 7. 28. 목. 즈드라스트부이쪠!>
아침 8시쯤에 일어나 모닝페북을 하고 공항 갈 준비를 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일행을 만났다. 어색해서 허서현이랑만 얘기했다. 사전 모임에 안 가서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다. 안내책자와 손수건을 받고 앞으로 한 달을 같이 지낼 친구들의 얼굴을 흘끔 거리며 서준이와 장난치고, 허서현과 얘기를 했다. 티켓팅을 하고 있는데 인사동에서 산, 러시아에서 만날 고마운 사람에게 줄 선물을 안 가져온 것이 생각났다. 화물을 맡기고 게이트로 이동했다. 한 달 동안 한국을 떠난다는 게 별로 실감 나지 않았다. 준이가 유리벽 끝까지 따라와 인사했다. 게이트까지 이동하는 동안 여자애들과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그리고 기다리면서 3초 뒤면 까먹을 러시아어회화를 조금 보다가 핸드폰을 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비행기에 탔다. 파란색과 흰색이 조화로워 깔끔해 보이는 비행기였다. 자리에 타서 보니 복도 쪽 자리에 앉아있어 창문 밖 맛있어 보이는 구름 사진을 못 찍게 되었다. 내 옆에는 사투리를 쓰시는 모르는 남자 2분이 앉아 계셨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잠이 막 몰려왔다. 조금 자다가 승무원이 샌드위치를 나눠주시길래 깼다. 아침을 못 먹은 터라 비몽사몽 샌드위치를 입에 넣었다. 햄과 토마토가 들어있는 샌드위친 줄 알았는데 연어만 들어있는 샌드위치였다. 연어의 비린 맛 때문에 나중엔 빵만 뜯어먹었다. 그리고 수민이가 러시아에 오기 전 날 줬던 알사탕으로 입 속의 비린 맛을 없앴다. 된장찌개와 컵라면이 벌써부터 먹고 싶다. 샌드위치와 사탕을 급하게 입안에 우겨넣고 나니 딸꾹질이 나왔다. 갑자기 이어폰을 안 챙겨온 게 생각났다. 다시 잠이 들락말락 할 때쯤에 안내 방송이 나를 깨웠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승무원들이 의자 등받이를 올리라고 하는 걸 보아 착륙할 것 같았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공항에 내렸다. 공항 안은 아기자기 했다. 노란색과 하늘색이 하얀 벽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있었다. 또 창문 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은 내가 러시아에 왔음을 실감나고 기대되게 만들어주었다. 삼촌쌤이 한 명함에 찍힌 주소를 보여주시며 택시를 이용해 이 주소로 오라고 하셨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계단으로 내려가려는데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파랑, 노란색의 줄무늬가 러시아 여행의 시작을 설렘으로 물들여주었다. 짐을 찾으러 갔을 때 그 순간에 내 가방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공항 밖은 서울보다 시원했다. 선선하게 바람도 불어오고 햇빛도 기분 좋게 반짝거렸다. 삼촌쌤이 택시를 흥정하시는 동안 아직 서로 어색한 우리는 그냥 서 있었다. 삼촌쌤이 1200루블로 흥정하신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내가 조수석에 앉게 되었는데 이상한 곳으로 가면 어쩌나 하는 터무니 없는 걱정을 하며 졸린 눈을 부릅뜨고 바깥의 풍경을 구경했다. 기사 아저씨의 삼성 스마트폰, LG TV광고, 뽀로로까지 여기저기서 한국을 만났다. 건물들은 러시아의 문화를 대변하듯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가득했다. 비록 낡아 보이는 건물들이 많았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갔다. 그렇게 50분 정도를 달려 숙소에 도착해 내 돈 200루블을 얹어 1200루블을 내고 숙소 앞 계단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일행들을 기다렸다. 그렇게 앉아서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꼬리털이 풍성한 노란색 눈동자의 검은 고양이를 보았다. 계단 옆에 앉아서 쪼끄마한 손으로 야물딱지게 얼굴을 세수하더니 도도하게 꼬리를 흔들며 가버렸다.
일행이 다 도착하자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나를 포함한 여자 5명이 한 방을 쓰게 되었다. 조금 좁았지만 깨끗하고 좋았다. 여자애들과 친해지질 않았으니 할 께 없어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핸드폰을 했다. 그러다가 삼촌쌤이 핸드폰을 가지고 집합하라 하셨다. 핸드폰을 걷고 내일 다시 돌려준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이드 선생님을 소개해주셨다. 이름은 안젤리, 금발의 매력적인 꼬불파마를 하신 분이었다. 그분의 말씀을 잠깐 듣고 밥을 먹으러 레닌 동상 옆에 위치한 뷔페식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뷔페처럼 무제한으로 리필을 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메뉴마다 가격이 정해져 있고 먹고 싶은 메뉴를 쟁반 위에 올려 계산대로 가져가면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줄을 진짜 오래 섰다. 난 맨 마지막에 서있었는데 한 러시아 아주머니가 나한테 러시아어로 뭐라 뭐라 말을 하셨다. 난 당연히 못 알아들었고 음? 음? 거렸다. 내가 계속 못 알아듣자 아주머니는 어깨를 한번 끄덕 하시고 말을 걸지 않으셨다. 난 토마토 샐러드와 밥, 닭고기, 그리고 퍽퍽해 보이는 빵, 그냥 물인 줄 알고 집었던 탄산수를 골랐다. 토마토 샐러드에서는 발냄새가 났고 밥은 미끌거리고 짰다. 센과 치히로에서 나왔던 것처럼 생긴 닭은 덜 익어서 비렸다. 퍽퍽하게 생긴 빵은 예상대로 맛이 없었다. 진짜 맛이 없었다. 無맛. 그래도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맛있다, 맛있다,, 라고 최면을 걸으면서 밥을 먹었더니 진짜로 밥이 맛있어!!! 지긴 개뿔 맛없었다. 밥을 먹으면서 삼촌쌤이 러시아 사람들의 표정이 다 굳어있어도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고. 오히려 웃으면서 인사하면 나사 풀린 사람으로 본다고 그러셨다. 이런 츤데레 같은 나라..
그렇게 살기 위해 먹은 식사를 마치고 아르바트거리를 산책했다. 어머 근데 러시아 남자들은 다 잘생긴 것 같다. 오래된 기차역을 지나는데 제복을 입은 남자가 너무 잘생겼고, 메인광장에 갔는데 걸어다니는 남자가 너무 잘생겼으며 건물 옆을 지나는데 건물을 경호하는 남자가 너무 잘생겼다. 메인광장에는 전쟁의 상징인 남자의 동상이 있었다. 그 옆엔 영화관도 있었고 백화점도 있었다. 독일인과 러시아인이 함께 돌을 쌓아 만들었다는 백화점에도 갔다. 또 커플들이 잔뜩 있는 공원도 갔다. 공원 옆에는 러시아 정교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배 모양의 해양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 닫을 시간인데도 사정을 했더니 들여 보내주었다. 박물관에 들어갈 때 감사하다는 의미로 쓰바시바 라고 말하고 들어갔는데 도와준 사람에게 욕하는 것 같아서 입 밖으로 꺼내기가 좀 그랬다. 박물관 안에는 제복, 방탄복 등등이 있었고 실제 배처럼 문도 동그랗게 되어있었다. 지나가기 조금 힘들었지만 현실감 돋았다. 솔직히 별 감흥은 없었다. 그냥 사진만 찍었다. 그렇게 박물관을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에 잘생긴 남자 진짜 잘생긴 남자 두 명을 보았다. 잠시 러시아로 이민 올까 생각했다. 다시 아르바트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엔 조그마한 분수들이 많았고 앉을 수 있는 벤치도 많았고 갈라놓고 싶은 커플들도 많았다.*^0^* 거리는 정말 예뻤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가게들이 많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엄청 큰 분수가 있는 곳이 나타났다. 앞엔 강? 바다? 로 보이는 것이 있었고 뭔가 축제를 하는 것 같았다. 아무르만 해변 앞에서 나는 나비였나.. 여튼 기타를 치며 한국노래를 부르던 사람도 있었고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 중국 부부도 있었다. 그렇게 가볍게 구경을 하고 계단을 올라가 숙소까지 계속 걸었다. 발이 아팠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숙소에 도착해서 조를 다시 짰다. 나는 전진현, 이가을, 김동호, 박현민 오빠, 지수랑 같은 조가 되었다. 방에 들어와 씻고 대충 짐정리를 했다. 일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너무 덥다.. 얼음물을 먹고 싶다..
<2016. 7. 29. 금. 느리게 흐르는 시간>
아침 8시 삼촌쌤 목소리에 잠이 깨 핸드폰을 받고 씻었다. 아침은 안 먹었다. 미팅을 하고 숙소를 떠나기 위해 짐을 챙기는데 어제는 없는 줄 알았던 에어컨을 발견했다. 시험 삼아 전원 버튼을 눌렀더니 위잉 소리를 내며 시원한 바람을 뱉었다. 아.. 우리 어제 뭐했던 거지? 짐을 챙겨 가이드 선생님 소개를 잠깐 듣고 빨간 버스를 탔다. 서태지가 공연했었다는 건물도 지나고 아무르만 해변에 위쪽에 내렸다. 비가 와서 모자를 쓰고 사진을 대충 찍은 다음 파라솔 안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옆엔 놀이터도 있었는데 초록우비를 입은 꼬마애가 놀고 있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애기의 엄마가 너무 무서워보여서 말을 못 걸었다. 그렇게 좀 비를 피하다가 걸어서 해변으로 내려갔다. 아까 그 초록우비 애기를 또 보았다. 돌을 던지면서 놀고 있었다. 계속 쳐다만 보다가 용기를 내서 돌을 하나 주었다. 그 꼬마애가 푸른색과 초록색이 섞여있던 눈으로 날 쳐다보면서 돌을 가져갔다. 그 아이의 엄마는 “@#%^&*^쓰바씨바” 라고 하셨다. 대충 고맙다라고 말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고개를 앞으로 까딱했다. 그렇게 좀 있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식당으로 갔다. Amstel 이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다. 가서 샤슬릭 이라는 꼬치구이를 먹었다. 하얀색 접시 위에 빵과 샤슬릭, 소스, 생양파가 있었다. 맛있었다. 그런데 포크가 플라스틱이어서 샤슬릭을 자르다가 부러졌다. 막내 세 명은 비둘기? 갈매기? 에게 빵을 주고 있었다.
먹고 버스를 탄 뒤 연해주 신한촌 기념비를 보았다. 가이드분이 역사에 관련된 설명을 해주셨는데 시험기간에 공부했던 것들이라 뭔가 친근했다. 기념비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하고 다시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독수리 전망대로 갔는데 올라가는 계단이 무서웠다. 계단 옆쪽엔 좁은 면적의 경사면이 두 개 있었는데 자전거를 위한 것인지 무슨 용도인지 궁금했다. 왜 두 개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올라간 전망대에는 중국인들이 진짜 많았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중국인들이 계속 사진에 나오고 끼어들어서 좀 짜증났다. 어제 해양박물관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금각만과 여러 가지 배들이 보였다. 날씨가 맑았으면 좋으련만. 흐린 날씨 탓에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뒤 쪽엔 러시아 키릴 문자를 만들었다는 키릴형제 동상이 있었고 자물쇠들이 많이 달려있었다.
단체사진을 찍은 뒤 다시 내려와 버스에 타서 아침에 씻느라 축축해진 수건을 가방에서 꺼내 버스 커텐 지지대?에 걸어놓았다. 40분 정도를 달려 라즈돌리노예역으로 이동했다. 고려인들이 이 역에 모여 강제이주를 당했다고 한다. 스탈린이 우리가 일본인의 간첩이 될 수도 있고 농사를 잘한다는 등의 이유로 강제이주를 시켰는데 많은 사람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죽었다고 한다. 설명을 듣던 중에 기차 하나가 지나갔는데 3분 동안 끝없이 이어졌다. 버스로 다시 가고 있는데 할머니 두 분이 커피와 빵을 팔고 계셨다. 삼촌쌤이 커피만 마시려고 하셨는데 옆에서 빵을 파시던 할머님이 빵도 맛있다고 꺼내셔서 삼촌쌤이 사주셨다. 50루블의 고로케 같은 빵이었다. 안엔 고기가 들어있었다. 다른 애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하시며 수줍게 웃어주셨다.
버스는 또 달려 고려인 문화센터에 도착했다. 고려인들의 삶이 담겨있던 영상을 봤는데 화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항일독립투쟁사에 관련한 내용도 정리가 되어있었는데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을 읽었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했다.
버스를 타고 발해 성터에 갔다. 끝없이 펼쳐진 평지의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길을 따라 가다가 서서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바람도 선선하고 낮잠을 자고 싶었다. 풀들이 일렁이는 소리와 적당한 바람소리가 자장가 되어주었다. 자연이 나를 안아주는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가도 한없이 넓게 펼쳐진 땅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작아진 느낌이 들어 꼿꼿해졌다. 내려가는 길에 벌인지 파리인지 모를 뚱뚱한 벌레가 윙 하며 날 계속 따라왔다.
이상설 선생 유허비도 갔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향하기 전 러시아 정교회에 들렀다. 널어놓았던 수건도 얼추 말라가고 있었다. 거기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자아이 둘을 만났다.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수줍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정교회 바로 옆에 있는 영원의 불꽃을 보았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돌비석이 둘러 세워져있었고 그 가운데엔 상징적인 기념비와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밥을 먹으러 뷔페식 식당에 가서 음식을 골랐다. 어제 기억을 되짚어 맛없었던 밥을 안 받고 감자와 꼬치, 빵을 받았다. 맛있었다. 첫날 먹었던 뷔페가 하도 충격적이라 이젠 뭘 먹어도 맛있게 느껴진다. 요리를 못하시는 엄마의 어떤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있는데 너무 짜고 갈증 났다. 얼음물이 너무나 먹고 싶다. 연주랑 나는 스무디를 돈을 나눠 사먹기로 했다. 메뉴판이 위쪽에 달려 있고 그 메뉴판엔 여러 가지 맛의 스무디 사진이 있었다. 딸기맛으로 보이는 분홍색 스무디를 가르켰는데 메뉴판이 멀리 있으니 무엇을 가르킨건지 직원이 이해하지 못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메뉴판을 찍어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 직원 분이 갖가지 맛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색소통? 소스통?을 가져 오셨다. 딸기맛을 달라고 하고 스무디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스무디가 나왔고 연주랑 나눠먹어야 해서 빨대를 하나 더 달라고 바디랭귀지를 하며 음음 거렸다. 직원분은 빨리 알아들으시고 빨대를 하나 더 주셨다. 스무디는 딸기 사탕 맛이 강하게 났지만 맛있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양치를 하고 마트에 갔다. 자두와 레몬이 너무 먹고 싶었다. 마트엔 한국라면, 한국사탕, 한국과자도 있었다. 물을 사야 하는데 뭐가 탄산수고 뭐가 그냥 물인지 모르겠어서 가이드 아저씨에게 탄산 없는 물이 러시아어로 뭔지 물어본 다음 직원에게 가서 ‘니가스 봐다’ 가 어딨는지 물어봤다. 너무 마시고 싶었던 물을 마셨는데 발냄새 맛? 음식물 쓰레기 맛? 물맛이 꿉꿉하고 이상했다.
버스를 타고 ‘로지나’ 라는 고향마을로 이동했다.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미팅을 하고 마을 이장님의 인사와 마을 소개, 로지나서당의 선생님의 소개와 이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의 소개를 들었다. 방에 있는 이층침대는 모두 마을 이장님이 만드신 거라고 했다. 고려인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싶어 계속 기다렸는데 오지 않자 집에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방 배정을 받은 후 밀린 빨래를 했다. 그리고 일지를 쓰려고 하는데 연주, 유선이랑 수다를 떠느라 일지는 계속 못 썼다. 연주와 아직 2일차라고 2주일 지난 것 같은데 어떻게 이틀밖에 안 지났냐고 놀라워하며 연예인 얘기, 드라마 얘기, 학교친구 얘기를 하다가 새벽 1시 반 정도에 잠이 들었다.
<2016. 7. 30 토. 고려인 아이들과의 만남>
아침에 일어나 10분정도 뒹굴 대다가 씻으러 갔다. 빨래를 해서 널어놓고 집합했다. 잠시 명상을 하고 아침을 먹었다. 밥, 계란말이, 콩나물무침, 토마토오이무침, 국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한국음식이라 반가웠고 맛있었다. 아주머니께서 서툰 한국말로 많이 먹으라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양치를 하고 나와 보니 고려인 아이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성숙한 아이들이 있어서 놀랐다. 지수 같은 꼬맹이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나가서 어색하게 서로 쳐다만 보다가 안으로 들어왔는데 은색 가방을 맨 여자애가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함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했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그리고 강당에 모여서 고려인 애들의 자기소개를 들었다. 많은 아이들이 서툰 한국말로 귀엽게 인사했다. 우리의 자기소개를 하고 고려인 애들이 우리에게 러시아 이름을 지어주었다. 난 ‘밀라냐’ 가 되었다. 그렇게 소개가 끝나고 고려인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었다. 난 빅토리아? 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에게 필통을 주었다. 그리고 나가서 러시아식 피구를 했다. 러시아식 피구는 칸? 금? 밖의 사람들이 안의 사람들을 맞추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공을 잡으면 죽은 사람이 살게 되는 그런 식이었다. 파랑팀, 빨강팀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나는 동호, 유선이, 가을, 박현민오빠, 발레라, 엑소 백현 좋아하는 한 여자애, 강샤샤, 보바와 함께 파랑팀이었다. 피구와 줄다리기 모두 파랑팀이 이겼다. 빨강팀의 절을 받고 안에 들어가서 쉬다가 보바랑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부채질 부쳐주기도 했고, 고려인 여자애들과 엑소 얘기도 했다. 솔직히 엑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좋아하는 척 했다. 엑소 노래를 듣다가 떡볶이를 만들러 갔다. 나랑 연주, 유선이, 준서, 보바, 알리나랑 같은 조가 되었다. 고추장 넣고, 설탕 넣고, 라면 스프, 떡을 넣고 양파, 치즈도 넣었다. 떡을 넣을 때, 국물이 튈까봐 움찔움찔 거리면서 넣는 보바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보바는 떡볶이를 맛있다고 하면서 완전 잘 먹었다. 하관우 조가 1등 했는데 상품으로 설거지했다. 개이득*^0^* 물을 마시고 양치를 한 뒤, 강당으로 돌아갔는데 보바랑 아르쫑이 잡기놀이를 하고 있길래 내가 끼어들어서 같이 놀았다. 아르쫑 앞을 막았더니 날 발로 찼다. ㅠ.ㅠ 어제는 흐렸던 하늘이 오늘은 맑길래 방에 널어놓았던 빨래를 밖의 빨랫줄에 널어놓았다. 다시 강당으로 돌아와 수건돌리기를 했다. 내가 시범을 보이고 강이리나한테 수건을 줬는데 너무 빨라서 잡혔다. 벌칙으로 인디언밥을 맞았는데 형민이랑 지수, 지영이가 날 너무 세게 때려서 마이 아펐다 ㅠ.ㅠ 그렇게 수건돌리기를 계속 하다가 나랑 연주가 방에 들어가서 짐정리를 하고 잠깐 잠이 들었는데 그 사이에 애들이 보바, 아르쫑, 루쓰땀, 막씸, 알리나 빼고 다 가버렸다. 유선이가 우리 빼고 단체사진을 찍은 뒤 갔다고 말해줬다. 아쉽다. 난 밀린 일지를 쓰고 있었는데 알리나가 와서 뭐라 뭐라 했는데 내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우리는 호수를 보러 나가야 해서 애들이 집에 돌아갔다. 넓게 평지가 펼쳐져 있고 노랗게 익은 곡식이 평지를 따라 펼쳐져 있었다. 한쪽엔 파릇파릇한 풀들이 있었다. 걷고 있는데 계속 차가 지나갔다. 차 안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옷을 다 벗고 있었다. 너무 덥고 카메라를 든 어깨도 무거웠다. 계속 그렇게 걷다가 엄청 큰 뚱뚱한 벌레가 윙- 소리를 내며 나한테 계속 붙었다. 팔을 휘휘 저어보아도 계속 나에게 붙었다. 막 뛰었는데도 쫓아왔다. 날 너무 좋아해 ㅠㅠ 간신히 벌레를 떼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이상한 길로 들어갔다. 여기가 정녕 길이란 말이오? 길다란 풀이 엄청 많고 벌레도 엄청 많은 정리 안 된 길이었다. 일행 중 누군가가 밟아 꺽여진 풀을 따라 걸어서 가는데 중간중간 물웅덩이도 있고 풀 때문에 따가웠다. 그렇게 도착한 호수는 음.. 뜨거웠다. 가이드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지름길로 오려 했는데 풀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하셨다. 짜증났던 것이 가라앉았다. 그래 이런 것도 다 추억이지 뭐. 호수를 잠깐 구경하고 다시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다시 산티아고를 걷는 느낌이었다. 내가 어떻게 이 뜨겁고 퍽퍽한 길을 8kg의 가방을 매고 하루에 8시간씩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한 달 동안이나. 2시간 정도를 걸어 숙소에 돌아왔을 때, 다시 안 올 줄 알았던 보바랑 아르쫑이 와 있었다. 보바! 하고 부르니 손을 모으며 안녕하심깍! 했다. 그리고 뒤이어서 막씸과 루쓰땀도 왔고 처음 보는 남자 아이도 왔다. 이름은 안드레이라고 했다. 안드레이는 이빨이 빠진, 딱 봐도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6살 꼬마아이였다. 막씸과 보바, 안드레이가 형제고 루쓰땀과 아르쫑이 형제라고 했다. 안드레이는 어려서 그런지 친해지기가 더 쉬웠다. 계속 술래잡기 하고 마이크로 강남스타일도 부르고.. 부채를 한 번에 펴는 방법도 알려주고.. 맞고.. 그랬다. 그리고 방에 들어간 사이에 애들이 집으로 가 버렸다.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가서 너무 아쉬웠다. 하루도 안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정이 든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배낭에 꾹 눌러 담아 짐정리를 하고 연주랑 나는 기차에서 씻기 힘들 것 같아 미리 양치와 세수를 했다. 그리고 조끼리 모여 하얀 천에 ‘지구여행학교 시베리아횡단열차’라는 글씨를 적어 현수막을 만들었다. 가을이가 디자인 한 대로 기차와 철로를 그리고 지수랑 같이 호수와 숲도 그렸다. 여백이 심심해 지수 얼굴을 그려줬는데 가을이가 다른 사람 얼굴도 그려달라고 해서 서툰 솜씨로 다른 사람 얼굴도 그렸다. 삼촌쌤이 1등한 조에게는 초코칩 쿠키가 주어진다고 하셔서 열정적으로 그렸다. 버스에 짐을 싣고 다시 모여서 열차티켓을 받고 설명을 들었다. 이제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느낌에 들떴다. 버스에 타 1등 조를 발표했는데 우리 조가 1등이었다. 연주, 성민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기차역에 내려서 대합실에 짐을 내려놓고 삼촌쌤이 여권이랑 티켓을 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갔다. 창구에 가서 주황색 티켓으로 바꾸고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한 아이의 손을 잡고계셨던 아주머니가 우리한테 와서 뭐라고 말하셨는데 못 알아 들어서 에? 시베리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창구 옆 문이 열리고 한 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박력있게 우리의 티켓을 확인하신 뒤 우리를 데려가셨다. 알고보니 일행이 출발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마터면 일행을 놓치고 기차도 못 탈 뻔 했다. 스바시바라고 인사한 뒤 얼른 가방을 챙겨 후다닥 나왔다. 나오면서 아까 우리에게 뭐라고 말해주셨던 아주머니에게도 스바시바 스바시바라고 인사하고 기차를 탔다. 여권과 티켓을 보여주는데 차장이 내 여권만 오래 들여다보았다. 왜 그런지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티켓의 여권번호와 재발급 받은 지금 내 여권번호가 달라서 그런 것이었다. 열차에 타서 공동짐을 우리방에 실었다. 근데 1층 의자를 어떻게 내리는지 몰라서 한참 애먹었다. 열차는 생각보다 쾌적했다. 의자는 뽀드득 소리 날 것 같은 미끈한 재질의 자주색이었고 폭신폭신 했다. 밖의 복도에는 충전기가 있었고 나무색의 벽과 흰색 기둥들이 어우러져서 뭔가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듯 했다. 내가 1층, 유선이랑 연주가 2층에서 자게 되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문을 닫으려 했는데 문이 안 닫혔다. 그래서 관우랑 현민오빠가 도와주었다. 문을 닫고 수다를 떨다가 연주랑 유선이가 컵라면에 물을 받으러 갔다. 나는 별로 땡기진 않았었는데 냄새를 맡으니까 배고파져서 연주 진라면 한 젓가락, 유선이 튀김우동 한 젓가락을 얻어 먹었다. 쓰레기는 침대시트가 담겨있었던 비닐봉지 안에 넣었다. 이불에 시트를 씌우기 귀찮아서 시트만 덮고 자기로 하고 소소한 주제로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엔 창문이 열려있었는지 너무 추워서 가방안의 물건들을 더듬어서 후드집업을 찾아 꺼내 입고 다시 잤다. 그렇게 덜컹덜컹 기차소리와 함께 우리의 본격적인 기차여행은 시작되었다.
<2016. 7. 31. 일. 하늘은 맑지만 내 몸에서는 비가 내린다.>
아침에 일어나 삼촌쌤에게 초코칩 쿠키를 받았다. 아침으로 짜장과 찹쌀밥, 흑미밥을 받았지만 어떻게 먹어야할지 모르기도 했고 초코칩 쿠키가 너무 달아서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양치랑 세수를 하러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은 냄새가 났고 물을 어떻게 틀어야 할지 몰라서 헤매다가 편성민한테 물어봤다. 변기물은 변기 아래의 페달을 밟으면 내려가고 물은 수도꼭지 뒤쪽에 버튼? 을 당기면 나오는 식이었다. 근데 버튼을 계속 당기고 있어야 물이 나오고, 찔끔찔끔 나와서 물로만 대충 얼굴을 씻었다. 방에 들어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정리하고, 음악도 듣고 바깥 풍경 사진도 찍고 쌤이 짐 챙기라 하셔서 짐을 싸고 공동짐은 꺼내기 쉽게 미리 빼놓았다. 길 것만 같았던 10시간이 별거 없이 훌쩍 지나고 열차가 하바롭스키에 도착했다. 우리가 내리는 문인 줄 알고 서 있었던 게 문이 아니라서 옆문으로 급하게 내렸다. 그리고 수염이 있는 가이드 샤샤를 만났다.
역 밖으로 나오니 햇볕도 창창하고 하늘도 맑았다. 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체크무늬 남방에 민트색 바지를 입은 남자가 우리를 쳐다보다가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우리 또래인 것처럼 보였는데 ‘니하오’ 라고 인사해주지 않아서 고마웠다. 그렇게 숙소를 걸어가는데 뒤에서 한 아저씨가 우리 사이로 뛰뛰 하시며 걸어가셨다. 숙소는 완전 좋았다. 에어컨, 드라이기, 냉장고, 빨래건조대, TV도 있었다. 짐을 풀고 빨래를 빨아서 널어놓은 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쇼핑몰에 가는데 풍경도 짱이고 날씨도 좋고 숙소도 좋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쇼핑몰은 에어컨이 빵빵해서 시원하니 좋았다. 원해는 맛집에 가려 했는데 일요일이라서 다 쉰다고 했다. 5층으로 올라가 조끼리 모여 핫도그? 햄버거? 핫도그 빵에 햄버거 치킨패티가 들어있는 것 같은 음식을 먹었다. 샤샤가 번역기를 사용해서 우리와 소통하면서 치킨핫도그 큰 사이즈 5개와 지수를 위한 작은 사이즈 1개를 시켰다. 지수 양말을 사기 위해 쇼핑몰을 잠깐 돌아다니면서 구경한 뒤 밖으로 나가서 벼룩시장 같은 게 열리고 있는 스포츠센터로 갔다. 좀 둘러보다가 바로 앞에 있는 호수로 갔다. 햇볕이 따뜻하다 못해 너무 뜨거워서 아이스크림과 콜라가 먹고 싶었다. 어제 갔던 호수보다 멋있었다. 파릇파릇했다. 중간에 좀 쉬었는데 옆에 있는 상인이 파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으니 갈증이 더 났다. 계속 갈증을 느끼며 걸어갔다. 예쁘게 단장한 말도 보고 꽃이 가득한 공원도 봤다. 그렇게 계속 걸었다. 한시간 반 정도 걸은 것 같다. 다이어트 캠프에 온 느낌이었다. 땡볕에서 계속 걸으니 카메라를 맨 어깨도 무겁고 덥고 지쳤다. 그렇게 계속 걸어 아무르강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뭔가 대회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좀 둘러보다가 연주랑 유선이랑 뭘 마시고 싶어 난 Pulpy라는 이름의 주스를 사서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 과일 알갱이가 들어있는, 너무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은 주스였는데, 갈증이 해소되었다. 연주는 아이스크림에 과일이 얹어져 있는, 이름은 모르지만 맛있어 보였던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돈을 냈는데 직원이 까먹은 건지 음식을 안 줬다. 언어가 안 통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행까지 눈에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주다은한테 일행 어디 갔냐고 물어보니까 모른다고 했다. 일행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계속 돌아다니면 오히려 엇갈릴 것 같아서 그 자리에 서 있었더니 전진현이 우리를 찾으러 왔다. 아무르 강 앞 모래를 걸어서 계단을 올라 낮은 담? 울타리?를 넘어갔다. 샤샤를 따라 계속 걸으면서 러시아 정교회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계속 계단을 올라가 정교회 앞 계단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그렇게 계속 앉아 있다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도서관을 지나가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에 탔다.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그냥 서서 갔다. 여기 버스안내원? 같은 사람이 직접 돈을 걷어가는 모양이었다. 남자였는데 돈을 안 내면 한 대 때릴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다. 숙소 앞의 스시집에 가서 밥을 먹으려 했지만 별로 안 땡기고 힘들어서 현민오빠한테 안 먹겠다고 말하고 연주, 유선이랑 음식점을 나왔다. 음식점을 나와 숙소 옆의 마트에 들러서 오늘 저녁 겸 내일 아침을 샀다. 마트 안에 있는 아디다스매장도 구경하고 유선이 샴푸도 샀다. 근데 이게 샴푸가 맞는지 모르겠어서 점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머리를 감는 시늉을 하며 샴푸 맞냐고 물어보았는데 점원이 웃으면서 맞다고 해주었다. 계속 생각났던 블루베리와 자두 6개, 딸기잼이 발라져 있는 쿠키, 그리고 아까 아무르강 앞에서 먹었던 맛있었던 오렌지 주스도 샀다. 자두 6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숫자 17을 누르니 무게에 맞는 가격표가 나왔다. 계산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 음식을 냉장고에 넣은 다음, 양말을 빨았다. 전진현은 분수 쇼를 보기 위해 나가고 난 혼자 남아 핸드폰을 하다가 추워져서 에어컨을 끄려 했는데 리모콘이 고장났는지 꺼지지가 않아서 그냥 코드를 뽑아버렸다. 씻으려고 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들기면서 나오라고 했다. 전진현과 삼촌쌤이 샤샤 차를 타고 분수쇼를 보러가자고 했다. 나가서 샤샤 차를 타고 분수쇼를 보러 가는데 샤샤가 음악을 틀어줬다. 시원하니 기분이 좋았다. 토니모리 매장을 보았다. 신기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달려 분수쇼를 보았다. 근데 차에서 썬크림 묻은 손으로 눈을 비볐더니 눈이 따가워 눈물이 계속 나왔다. 세 번째로 나왔던 음악에 맞춰 춤을 췄던 분수가 제일 예뻤다. 붉은 색의 물줄기들이 한데 어울려 하늘하늘 춤을 췄다.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샤샤가 이리로 오라고 한다. 귀신 분장을 한 사람이 있길래 같이 사진을 찍었다. 분수쇼 때문에 옷이 축축해졌지만 기분이 좋았다. 다시 차를 타고 숙소에 돌아가는데 잠이 쏟아졌다. 숙소에 돌아가 씻고 티셔츠를 널고 짐을 대충 모아놓은 뒤 잠이 들었다. 원래는 일지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냥 자버렸다. ^^;;
<2016. 8. 1. 월 하바롭스키의 밤바람>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원래는 8시에 일어나 빨래를 하고 일지를 정리하려 했지만 12시까지 자유시간이라는 생각에 몸이 느슨해져 10시에 눈을 떴다. 샤워를 하고 유선이 방에 가서 어제 샀던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블루베리, 자두를 가지고 가서 먹었는데 쿠키와 주스는 진짜 맛있었다. 블루베리는 냉장고에 넣어놨는데도 흐물흐물하게 다 녹았다. 알고보니 어젯밤 냉장고 코드가 뽑혀있었다. 다시 방에 돌아와 짐정리를 시작했다. 안 마른 양말은 드라이기로 말렸더니 금방 말랐다. 양치를 하고 짐을 챙겨 내려갔다. 방키를 돌려주고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하다가 짐을 밖으로 내놓으라고 해서 밖으로 내놓았다. 그러다가 또다시 짐을 호텔 안쪽의 창고에 갖다놓으라고 해서 다시 짐을 맡기고 밖에 있는 초록색 버스에 탔다. 버스는 굉장히 작았는데 간이의자를 펼쳐서 앉으니 인원이 딱 맞게 앉았다. 우리는 비둘기가 정말 많은 한 광장에 도착했다. 비둘기가 사람들한테 달려들었다. 다른 애들은 달려가서 비둘기가 몸에 앉고 그랬는데 난 너무 무서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난 비둘기를 진짜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누군가가 먹이를 주면 비둘기가 그쪽으로 한꺼번에 푸드덕거리면서 달려들었는데 비둘기의 빨간 눈과 푸드덕 거리는 날개짓 소리가 너무 무서웠다. 광장을 나와서 꽃을 보고 있었는데 날파리들이 계속 달라붙었다. 진짜 싫었다.
버스를 타고 시장 같은 곳에 가서 구경했다. 시장은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옷도 팔고 과일도 팔았다. 삼촌쌤이 블루베리와 체리와 산딸기를 사주셨다. 애들끼리 나눠 먹었다. 건물로 들어가니 생선과 고기를 팔고 과자도 팔았다. 삼촌쌤이 탄산수를 사주셨는데 난 탄산수를 싫어하는데 목이 말라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가다가 시식 해 볼 수 있게 되어있길래 빵과 꿀인 줄 알았는데 빵과 해바라기유였다. 빵은 딱딱하고 해바라기유는 미끌미끌 느끼했다. 그렇게 시장을 한 바퀴 구경한 뒤 어린이대공원 같은 곳에 내렸다. 햇빛이 쨍쨍했다. 삼촌쌤이 4시까지 모이라고 하셔서 연주랑 유선이랑 한바퀴 둘러봤다. 범퍼카랑 청룡열차 같은 것이 야외에 있었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다가 그늘에 앉아서 선크림을 바르고 약속한 장소로 갔다. 아까 시장에서 산 체리를 나눠먹고 막내들 놀이기구를 태워주러 실내로 들어갔다. 다리도 너무 아프고 지루했는데 표를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몰라서 계속 헤맸다. 가을이가 표를 끊는 것에 성공해서 막내들이 놀이기구를 태워주고 나간 뒤 기념품가게에 들어갔는데 모두 핸드메이드라고 했다. 지하에도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림들이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버스를 타고 유람선을 탔다. 어제와 다르게 아무르강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제 걸어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뻤다. 유람선에 타서 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있는데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계속 커텐을 치고 반대쪽 창문으로 풍경을 보았다. 위에도 한번 올라갔는데 파란색 강이 햇빛에 반짝여 일렁이는 것이 예뻤다. 다시 내려와 연주랑 사람들 혈액형 맞추기를 했다. 다시 아무르강에 내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다시 아무르강에 가서 일몰을 보았다. 파란색과 주황색이 그라데이션 되어있는 하늘은 정말 예뻤다. 그렇게 아무르강의 일몰을 느끼다 다시 버스로 돌아가는 길,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들뜨고 좋았다. 버스로 올라가는 길에 기념비와 꺼지지 않는 불도 보았다. 다시 버스에 타서 하바롭스키를 한 바퀴 돌아 드라이브 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몸과 마음이 편했다. 내 걱정과 고민을 창문 밖 하바롭스키의 밤바람에 실어 날려 보내는 느낌이었다. 내 뒷자리의 형민이와 스노우도 하고 얘기도 하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챙기고 숙소 계단 위의 넓은 공간?에 앉아서 기차표를 받고 자리를 다시 정했다. 선생님 4분과 지수, 지영이을 빼고 다 3등석이었다. 가방을 맨 채로 버스에 타서 조금은 불편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제 3일 동안 기차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고, 느리게 간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고마워졌다.
역에 도착해 공동 짐을 들고 기차 앞에 도착해 차장에게 여권과 티켓을 보여줬는데 내 재발급 받은 여권 탓에 어렵게 기차에 탑승했다. 그렇게 탑승한 기차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층에 어떻게 올라가는지도 모르겠고 가방 넣기도 힘들었다. 가방에서 짐을 꺼내다가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서웠다. 또 이층침대에 앉으니 머리 위쪽의 짐선반 때문에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너무 덥고 구부정하게 앉아있느라 허리가 아팠다. 이 기차에서 3일을 어떻게 지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자리는 유선이, 발 앞자리는 연주였다. 짐을 어떻게 꺼내나 걱정하고 있을 때 삼촌쌤이 “한번 해봐. 이 세상에 안 되는 건 없어.” 라고 하셔서 내 짐을 유선이 선반에 넣고 유선이 짐을 내 선반에 넣으니 짐을 넣고 빼기가 훨씬 쉬웠다. 내 밑에는 할머니 한 분과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삼촌쌤이 한번 말 해보라고 하셔서 러시아말로 “안녕하세요.. 한국인이에요..” 라고 했다. 그리고 올라가서 짐을 꺼내는데 이제 기차에 적응이 된 기분이었다. 인체의 신비란.. 짐정리를 대충 하고 세수를 했는데 세면대의 버튼을 누르면 몇 초 동안 물이 자동으로 나와서 편리했다. 시트를 받고 베개에 시트를 씌우고 매트리스에 시트 씌우는 건 박현민오빠가 도와줬다. 이불엔 씌우기 귀찮아서 그냥 시트만 덮고 잤다. 그렇게 기차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
<2016. 8. 2. 화.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밀려서 쓰는 일지인지라 몇 시에 일어났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양치를 하고...... 뭘 했더라? 일기를 꼬박꼬박 쓰지 못 한게 후회된다. 그냥 아침 먹고 계속 떠들고 사진 찍고 2등석 구경도 갔다. 기차 칸 사이의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몰라서 잠깐 헤매다가 문에 붙어있는 동그란 버튼을 누르니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올. 돌아오는 길에 셔츠를 안 입은 남자애기 두명이 있길래 몇 살이냐고 물어보니 6살이라고 했다. 기차에 여자애기들이 지나다니길래 친해지려고 그냥 막 들이댔다. 헬로, 즈드라스트부이쪠라고 인사했더니 첫째가 시크하게 받아서 인사해줬다. 첫째는 붉은기 있는 갈색의 앞머리가 없는 긴 생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다. 볼엔 주근깨가 사랑스럽게 나 있었다. 빛을 받을 때마다 잘 익은 단호박 색으로 변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8살이고 이름은 발럄이라고 했다. 둘째 이락은 노란 금발에 앞머리가 있었고 머리를 묶고 있었다. 눈동자는 맑은 파란색이었고 앞니는 빠져있었다. 이락은 다른 사람까지 따라서 웃게 만드는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6살이라고 했다. 막내 올랴는 앞머리를 분수처럼 묶고 친화력이 좋은 귀여운 아기였다. 우리끼리 카드로 도둑잡기를 했다. 서로 서먹서먹한 사이인데 기차안의 무료함이 좀 더 친해질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한창 도둑잡기를 하고 있는데 머리를 헤어밴드로 올린 영국인 애덤이 우리가 노는 모습을 아이패드로 찍은 다음 나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점심을 먹었던 것 같다. 햇반에 짜장을 먹었는데 어떻게 데울지 고민하다가 지퍼백에 뜨거운 물을 붓고 햇반과 짜장을 넣었다. 그랬더니 완전히 익지는 않았지만 대충 부셔졌고 조금 뜨끈뜨끈해졌다. 밥을 먹고 애기들한테 사탕도 주고 선물도 줬다. 막내와 둘째가 우리 쪽으로 올 때마다 우린 모두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서 애기들을 찍기 시작했다. 나랑 준서는 애기 어머니가 싫어하실까봐 차마 찍지는 못하고 눈동자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둘째한테 스노우카메라를 해줬다. 이락은 재밌었는지 내 옆에 붙어 스노우카메라로 놀았다. 저녁엔 나, 연주, 유선이, 관우, 현민오빠, 원이가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학교얘기 친구얘기... 어쩌다 우연히 시작한 이야기가 점점 번져 어느새 서먹서먹함이 거의 사라지고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얘기를 하다가 내가 제일 먼저 잤던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차에서의 3박. 아무리 지루하고 불편했다지만 밀린 일지를 쓰고 있는 지금, 그 순간이 너무 그립다.
<2016. 8. 3. 수.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어제 내가 제일 일찍 잤던 것 같은데 내가 거의 꼴등으로 일어났다. 준서 빼고 우리 일행이 다 깨어있었다. 연주가 나에게 샌드위치를 먹으라고 말해주었다. 퍽퍽한 빵 안에 토마토와 상추, 소스가 들어있던 샌드위치였다. 샌드위치를 먹고 막내, 둘째와 스노우를 했다. 한창 스노우로 놀고 있는데 앞에 있던 영어를 잘하는 커플들이 먹고 있던 과자를 막내가 먹고 싶어했다. 여자분이 봉지를 막내가 먹기 쉽게 봉지를 뜯어 막내 앞에 놓아주셨다. 그랬더니 막내는 과자를 집어먹고 노란색 설탕이 붙어있는 사탕을 커플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첫째도 나에게 그 사탕을 주었다. 맛은.... 설탕을 뭉친 후 레몬향을 한방울 떨어뜨린 맛이었고 식감은 푸석푸석했다. 둘째랑 나랑은 계속 스노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막내가 오더니 자기가 스노우를 하겠다고 내 무릎 위에 앉아있던 둘째를 밀치면서 싸웠다. 난 사이에 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막내가 울려고 하자 둘째가 양보를 해주었다. 막내가 울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둘째는 연주한테 가서 푸게임을 하고 이어폰으로 노래도 듣는 것 같았다. 렌카의 더 쇼 라는 노래와 방탄소년단 노래를 좋아했다. 저녁으로 햇반, 참치, 고추장을 꾸역꾸역 먹고 이락이 나한테 와서 야옹야옹 흉내를 내며 스노우를 해 달라고 했다. 핸드폰을 내어주고 내 침대 밑의 아주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이락이 스노우를 하며 노는 것을 엄마미소 지으며 봤다.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스노우를 되게 신기해하시고 재밌어 하셨다. 분명 기차에서 한 일이 많은데 기록해놓지 않아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내 소중한 추억을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이 아깝다. 일지를 꼬박꼬박 못 쓴게 정말 너무 후회가 된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해서 짐정리를 끝내고 잠이 들었다.
<2016. 8. 4. 목.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새벽에 유선이가 시간을 잘못 계산하고 날 깨워서 1시간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잤다. 그리고 1시간 뒤에 일어나 시트를 정리하고 세면도구를 챙겨 씻으려고 했는데 화장실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 이르쿠츠크로 예상되는 곳에 내리는데 내리면서 발럄, 이락, 올랴의 부모님이 바바이 라고 인사 해주시고 이락과도 짧게 인사를 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벌써부터 애기들이 보고 싶었다. 하긴 반나절 만났던 보바도 보고 싶었는데. 저 가족은 모스크바까지 간다고 했으니 모스크바에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상상도 하며 아직 잠에 취해 몽롱한 정신을 깨우고 있는데 가이드인 듯 가이드 아닌 가이드 같은 사람이 삼촌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인 줄 알았는데 가이드라고 한다. 이름은 지텐드라였는데 기타를 매고 있었다. 나중에 안 건데 가수지망생이라고 했다. 역에서 나와 봉고차에 짐을 실고 차에 타려는데 기사아저씨가 니하오 하셨다. 그래서 까레이아 라고 했더니 기사아저씨가 차를 가르치시며 까레이아 걸 하셨다. 난 우리보고 까레이아 걸이라고 하시는 줄 알았더니 까레이아 카 라고 하신거였다. 봉고차를 타고 우리의 숙소에 도착했는데 완전 좋았다. 처음에 호텔 외관만 보고 아.. 이런데서 잘 리가 없지.. 마고 있었는데 진짜 차가 그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가길래 너무 기분이 좋아서 기차에서 3박 4일동안 쌓였던 피로가 싹 날라갔다. 아직 6시 반이라 체크인은 못 하고 호텔 창고에 짐을 맡겨놓은 다음 밖으로 나와서 아침을 먹었다. 남자애들은 서브웨이로 가서 먹었고 여자애들과 꼬맹이 3명, 삼촌쌤은 레스토랑에 와서 먹었다. 영어 메뉴판을 들고 손짓 발짓을 다해 힘들게 주문을 하고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배가 부르진 않았지만 맛있어서 용서. 그렇게 아침을 먹고 이르쿠츠크를 돌아다녔다. 전사자들 기념비도 보고 강도 걷고 동상도 많이 보았다. 좀 힘들었다. 숙소에 들어와서 체크인을 하고 씻은 뒤 집합하러 나갔다. 아 숙소에 있는 슬리퍼도 가방속에 넣었다. 집합하러 슬리퍼를 신고 갔다가 삼촌쌤이 신발 갈아 신고 오라고 하셔서 슬쩍 방에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않고 그대로 빈둥거리면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근데 배는 고팠기에 숙소를 나와 이 동네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물어 마트를 찾아냈다. 그곳에서 주스를 두병 정도 사고 연주는 초코빵을 나는 초콜렛을 샀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계속 쉬다가 잠이 들었다. 여유로운 하루였다.
<2016. 8. 8. 월.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기차>
아침 꼬맹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정확히는 연주가 “허민 누나 아직 자고 있잖아!”했고 편성민이 “아직까지 자?” 하는 소리에 깼다. 더 자고 싶었는데 꼬맹이들이 시끄러워서 그냥 깨어있기로 했다. 머리를 정리하려는데 머리가 아주.. 다 뻗쳐있는 게 신기하고 예술이었다. 세면도구를 들고 가고 있는데 편성민이 너 머리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세수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서 다른 애들이 아침으로 빵을 먹었는데 난 안 먹고 대충 바나나랑 물로 위산을 잠재웠다. 그리고 꼬맹이들이랑 가을이, 성민이, 연주, 유선이랑 우노를 했다. 그리고 벌칙으로 쪽팔려를 하고 있는데 삼촌쌤이 날 부르시더니 지금까지 우리가 뭘 했는지 3등석 애들한테 브리핑 하라고 하셔서 점심으로 도시락 라면을 먹고 삼촌쌤이 사주신 아이스크림까지 먹은 뒤, 연주랑 유선이랑 지수, 형민이랑 7번 칸으로 향했다. 7번칸의 가을, 범수, 동호, 원이는 게임을 하러 1번칸으로 와 있는 상태여서 없었고 현민오빠, 준서, 성민, 관우, 보리오빠, 벼리만 있었다. 일지 쓰다 수다 떨다 일지 쓰다 수다 떨다를 반복했는데 거의 수다 위주였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일지를 쓰다가 다시 칸으로 돌아갔다. 칸으로 돌아와서 유선이는 남자애들이랑 같이 레스토랑에 가고 나와 연주는 수다 좀 떨다가 잤다. 1시간 정도 잔 것 같다. 한창 꿀잠 자고 있었는데 꼬맹이들 목소리에 깼다. 이런 사랑스러운 알람들 같으니라고 호호^^;; 깨고 일지를 쓰려고 했는데 우리 방은 이미 꼬맹이들에게 점령당한 상태라 쓸 수가 없었다. 연주랑 일지를 챙겨 레스토랑에 갔다. 범수, 가을, 관우, 준서, 동호, 원이, 유선이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8월 2일 일지..를 계속 쓰다가 레스토랑 아주머니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셔서 각자 칸으로 돌아갔다. 기차가 정차해 있어서 밖으로 나갔다. 바깥 공기를 쐬고 찌뿌등한 몸을 움직인 다음 방으로 돌아갔는데 책상에 복숭아 터진 물이 흥건하길래 복숭아를 처리하기 위해 삼촌쌤에게 가져갔다. 삼촌쌤은 애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셨다. 가을이한테 갖다 줬더니 복숭아를 씻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씻어서 가져다 줬더니 잘 안 씻긴 것 같다고 다시 씻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 씻어다 줬더니 칼이 있으면 깍아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냥 먹으라고 했는데 한 입 베어 물더니 맛 없다고 하면서 안 먹었어요. 이를 거야. 3등석 애들한테 복숭아 나눠주고 왔더니 우리 방이 게임하는 애들에게 점령당해있었다. 일지만 꺼내서 문재환, 김종심 선생님의 방으로 가서 일지를 썼다. 그렇게 일지를 쓰고 있는데 삼촌쌤이 영화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 레미제라블이었는데 옛날에 봤던 영화라 조금만 보려고 했는데 2시간 반 동안 다 봤다. 영화를 다 보고 방에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우노를 하다가 연주를 위한 깜☆짝☆선물을 준비했다. 연주를 위해 준비한 나방♡ 연주는 너무 놀라 화장실로 도망쳤다. 일지를 한 줄 정도 쓰다가 잤다. 거의 다 도착했다는 말에 깨서 배낭을 매고 기차에서 내렸다. 밤공기가 좋았다. 그때 수염이 나신 한 남자분이 나한테 “코리아?” 하시길래 내가 맞다고 했더니 하이파이브를 하시면서 자기소개를 하시고 호텔까지 이끌어주실거라고 하셨다. 이름이 아르쫑이었다. 숙소는 기차역 바로 앞이라 너무 좋았다. Marins park라는 이름의 숙소였는데 넓고 깨끗하고 좋았다. 점점 기차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마의 시간처럼 보였던 32시간을 우리만의 방법으로 재밌게 견디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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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를 외우는 형민이
<너무너무 그리운 러시아-여행을 마치고>
러시아에서 돌아온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이제 러시아에 대한 향수도 점점 흐려지고 추억들도 내 머릿 속 깊숙한 곳 어딘가에 쌓이고 있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날, 창피하지만 하루 종일 울었다. 내 주변 모든 것이 러시아에서의 추억과 연관 지어졌고 그럴 때마다 러시아가 너무나 보고 싶어 눈물이 나왔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까지 거의 일주일동안 밤마다 러시아를 그리며 울다가 잠이 들었다. 러시아에서 썼었던 시계도 그 시간 그대로 잘 걸어놓았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 한국 오면 동생 줘야겠다 생각했었던 힙색도 그대로 걸어놓았다. 심지어 회색이 되어 돌아온 내 하얀색 운동화도 빨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러시아에서 묻혀온 먼지 한 톨까지도 버리기 싫었다. 그만큼 이번 시베리아 여행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추억들을 안겨주었다.
처음 엄마에게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라는 것에 대해 들었을 때 솔직히 별로 가고 싶지 않았었다. 그때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몰랐다. 시베리아 라는 것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막연했었고 그러다 보니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금, 시베리아는 나에게 굉장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은 내가 항상 동생이었다. 항상 언니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는데 이번 여행은 내 또래가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헤어지기 더 아쉬웠었다. 나랑 동갑인 아이들과 함께 길을 물어물어 관광지를 찾아가고 숙소 주소와 지도 앱만 믿고 숙소를 찾아가고 버스정류장을 찾다가 사람들 말의 휘둘려 왔다갔다 갈팡질팡 하고.. 그때는 너무 힘들고 짜증났던 것이 지금은 소중하고 행복했던 추억이 되어있다. 그렇게 길을 물어물어 숙소를 찾아가고, 기차역을 찾아가고 했던 과정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여행 첫 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사람들의 무뚝뚝함에 많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러시아 사람들의 정서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무뚝뚝함 안에 따뜻함이 숨겨져 있음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러시아라는 넓고 차가운 땅에서 그런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우리의 30일 일정이 무사히 끝난 것 같다.
여행 기간 동안 일지를 꼬박꼬박 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씻으면 온 몸이 뻐근해져 일기를 쓰지 못한 채로 잠들기 일쑤였다. 또 일기를 길게 쓰다 보니 일기 한편 쓰는데 적어도 1시간은 잡아야 했다. 그래서 더 쓰기가 싫었고 일기가 밀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미뤘었다. 한국에 돌아와 밀린 일지들을 쓰려 하니 기억도 잘 나지 않을뿐더러 쓸 시간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10편 정도의 일지만 싣게 되었는데 너무 아쉽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여행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고마운 것이 참 많다. 내 경솔했던 말과 행동들을 이해해주고 참아주어 고맙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에서 만나길 바래본다.
첫댓글 나름 성실히 제출한 학생의 글을 공유합니다. 수정보완 교정교열 편집작업에 들어가서 사진 등과 함께 책을 낼 예정에 있습니다..... 아직 책을 낼수 있는 원고량이 충족되지않아 대기중입니다... 문집에 실을 원고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친구들은 제출부탁드려요... 책을 만들수 잇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출판이 어렵게 된답니다. 또한, 본 글이 나오기전에 한번 더 당사자가 검토해서 제출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괜찮다면 그냥 진행할께요. 수고하셨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