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6일 월요일
말김미순
아마 우리 지역에서 말이 있는 집은 우리집이 유일할 거다. 몸매가 늘씬하고 네 발이 쭉 뻗은 철웅이의 위용이 멋지고 대단하다.민식이는 눈을 뜨자마자 마굿간으로 달려가 철웅이의 안녕을 묻고 햐루 잘보내자고 약속한다. 아침 밥을 먹고 철웅이에게도 아침 밥을 먹이고 아침 산책을 나간다. 좁은 논둑을 천천히 걷고 논 상태를 살핀다. 백마지기를 다 살피려면 말걸음으로도 좋이 한 시간 반은 걸린다 철웅이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부모님, 아내, 자식들 모두 만져보고 싶어 마굿간을 기웃거린다. 자식들은 학교에 가기 전에 잘 다녀오겠다고 마굿간에 들른다. 두 아들이 다 활짝 웃음을 날린다. 그래도 절대 손은 못 만지게 한다. 철웅이가 그의 집에 온 건 삼년 전이다. 인근 판에 <승마체험장>이 생겼다. 개업 행사로 제일 말을 빠르게 타는 사람에게 그 말을 주는 행사였다. 자세는 보지 않고 그냥 달리면 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개업식에 참가했고 나도 갔다. 뭐든 참가하길 좋아하는 민식이는 당연히 빠르게 달리기에 출전했다.승부욕 하나는 최고였던 민식이는 일등믈 했다. 그런 관계로 청웅이가 민식의 식구로 오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철웅이는 민식이의 둘도없는 애인이었다. 다른 식구들의 손을 타면 안 된다고 마굿간을 열쇠로 잠가 놓았다. 열쇠를 푼 것은 별로 안 된 디섯 달 전이었다. 지역방송국에서 특집 프로그램으로 <반려생물로 삶을 치유하다> 를 기획하였다. 닷연히 철웅이의 일상을 찍어 갔고, 민식이는 돈을 벌었다. 마굿간에서 보기만 하면 3천원, 만지고 먹이를 주면 5천의 돈을 받았다. 그래서 철웅이는 산치ㅣㄱ을하고 바로 마굿간에 묶여서 관람객들이 주는먹이만 먹었다. 그때부터 식구들도 자연스럽게 철웅이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첫째 아들 우진이는 좋아했는데 텔레비젼에서 본 근사한 기수에 눈슬 붙이곤 했다. 민식는 우진이더러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고 햏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냐ㆍㆍㆍ말에올라타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추석 무렵 토요일 태풍이 왔다. 일요일 태풍이 물러갔다. 논에 벼가 다 쓰러지고 논에 물이 가득 찼다. 민식이는 부랴부랴 논으로 달려갔다. 멍하니 논둑에 서 있었다. 어찌야 할꼬? 비는 그쳤으나 최소 일주일은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워야 할 것 같았다.하루 일당 칠만원에 일꾼 십여명, 일주일이면 얼마나 들까 돈 걱정이 앞섰다. 털레털레 집 가까이 왔다. 갑지기 '휘잉' 하는 철웅이의 외침이 들렸다.'누가 만졌나?' 쏜살같이 집에 도착하니 마굿간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바닥에 누운 아들 우진이민식이는 우진이 얼굴을 세게 치고 바로 일어나 철웅이를 만지며 달랬다. 철웅이가 안정을 찾고 조용해졌다. 그러나 우진이는 눈물 콧물 다흘리며 누워만 있었다. 발로 툭툭 찼으나 허리를 세워 일어나지 못했다. 그때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민식이가 잘 안 타던 자가용에 우진이를 싣고 병원으로 달렸다. 그런데 한참 달리던 민식이 차가 옆 차선에 달리던 차를 긁어 버렸다.미처 차를 세우지 못하고 병원 앞에 섰을 때 교통사고를 당한 상대방 차까지 서 있었다. 민식이는 목과 허리에 중한 상처를 입었다. 목에 기브스를 하고 허리에도 이상한 복대를 한 우진이를 입원 시켰다.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민식이를 따라다니는 사람, 교통사고 피해자를 확인하였다."아이고 안 됐소. 뺑소니로 신고할까 했지만 당신 처지가하도 안 되어서 학으만 해 주면 깨끗이 해결해 주겠소"속사포같이 그 사람이 민식이의 주머니를 털어가려했다. 민식이는 삼백 만원에 합의했다. 앞으로 절대ㅇ관여하지 않는다는 각서도 썼다. 아내더러 인감 도장을 갖고 병원으로 오리고 하여 말끔히 해결했다. 그 세 달 동안 우진이는 병원에 꼼짝없이 갇혀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밥을 안 먹으려고 했다. 밥을 꼬바고박 먹어야 빨리 상처가 낫고 학교에 갈뗀데~ 어느날 벼원ㅈ간이침대에 앉아 민식이가 우진이에게 물었다."안 먹는 거냐, 못 먹는 거냐?""저~~" "말해 봐 ""기수가 되려면 몸무게가 적어야지요?"
"아빠가 말했지? 넌 변호사가 돼야 한다고? 우리 농민들의 아픔을 대신해 줄 변호시가 시급히 필요한 시절이야?"우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상황을 모면했다.추수 끝났다.황금빛 논이 텅텅 비었다. 낟알을 주워 먹으려는 새 떼만 분주히 오갔다. 드디어 우진이가 퇴원해서 문제의 자가용을 타고 집에 욌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마굿간으로 달려갔다.그러나 철웅이는 없었다. 관람객에게 알리던 알림판도 없어졌다."우리 장손 뫘는가? 고생했지?""할아버지, 철웅이는 어디 갔어요?""응 철우미, 예전에 살던 곳으로 데려다 줬단다"민식이는 우진이의 눈치를 보며 안채에 주방에 가서 맹물을 한 사발 들이켰다. 지켜보던 어머니가 민식이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이후 우진이는 학교에 갈 때만 빼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얼굴이 퉁퉁 붓고 꺼칠꺼칠 해졌다. 겨울이 오고 겨울방학이 가까워졌다. 전교에서 일등을 하면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겠다는 민식이 말에 우진이가 여나게 공부했다. 정말 일등을 했다. 어쩔 수 없다. 승마체험장으로 갔다. 상당히 큰 돈을 줘야할거라고 민식이는 우진이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위풍당당하던 철웅이는 안 보이고, 작고 볼푸없는 녀석들만 댓마리 마굿간에 묶여 있었다."이게 좋겠다. 철웅이보다 뭤하지만 잘 키우면 멋진 알이 될거야"주인이 우진이를 꼬셨다. 우진이는 밖을 쳐다보는 민식이를 두어번 쏘아보다가 "아니예요. 이젠 말이 필요없어요"민식이는 주인에게 한 쪽 눈을 찡긋 윙크를 날리며 자동차에 탔다. 먼 언덕에서 철웅이의 휘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