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푸른 섬을 가다, 경남 '남해 금산'
남해 8경 중 1경인 금산
국내외 여행지를 수없이 다녀보고 난 뒤에야, 결국에는 두 가지로 그 장소들이 기억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장소와 그렇지 않은 곳이다. 주변 사람들이
국내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할 때마다, 머릿속 목록에서 신중히 소거를 하다 보면 결국 남게 되는 장소들은
엇비슷하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울리기에 단골 추천 여행지로 매번 나오는 지역들 중 한 곳이
경상남도 남해이다.
우리나라 남단에 자리 잡고 있는 남해군은 가고 또 가도 언제나 새로움과 평온함을 선사하는 보물섬 같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푸른 남해 바다와 수려한 산들을 모두 품고 있는 경남 남해가 바로 이번 주 '주말여행
산이 좋다 2' 촬영팀의 목적지이다.
가천 다랭이마을
요즘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푸르게 변하는 신록의 계절이야말로 경남 남해를 찾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남해에는
산과 바다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명소들도 많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지역민들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지역 공간들이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매력적인 공간이다. 온 마을 전체가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으로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 입구를 지나 해안관광도로 중간 지점에 조성된 전망대에 올라서면 다랑이 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층층이 만든 계단식 논인 다랑이 논은 2005년 1월 대한민국의 명승 제15호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인상 깊은 풍경을 자아낸다.
남해 다랑논
면적이 매우 적은 논을 뜻하는 다랑논은 농사지을 땅이 별로 없는 산간지역이나 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에서 어떻게든 농토를 확보하기 위해 생각해낸 지역민들의 지혜가 모인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다. 논 형태가 길고 좁기 때문에 농기계를 대지 못해서 지금도 여전히 직접 또는 소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 이제는 남해군을 대표하는 체험휴양마을로 성공적으로 변모했다는
점에 특히 눈길이 간다. 다랑논 이외에도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암수바위, 밥무덤과 같은 민속자료 그리고
설흘산, 응봉산과 같은 산들이 이곳에 있어서 마을을 여행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경남 남해 바래길
남해 다랭이마을을 여유롭게 걸어보았다면 그 다음 장소로 추천하는 곳이 바로 남해를 대표하는 명산 금산(錦山)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유일한 산악공원이기 때문에 바다와 산 모두를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금산 쌍홍문
탐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쌍홍문과 보리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남해 8경 중 1경인 금산에는
볼거리가 넘쳐서 무려 38경(景)이나 된다. 문장암, 대장봉, 가사굴, 백명굴, 팔선대, 상사암 등 일일이 다 외우기
힘들 정도로 역사와 전설이 깃든 경치들이 금산에 유독 많다. 그중에서도 두 개의 돌문이 나 있는 쌍홍문은
쉽사리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다. 원효대사가 두 문이 마치 쌍무지개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곳은 전체적으로
보면 꼭 해골처럼 생겼다. 한여름에도 지나가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서 보는 재미, 지나가는 재미가 있다.
남해 금산 정상
보리암에서 10분 정도만 올라가면 금산 정상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정상에서 저 멀리
보이는 바다와 섬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정리가 될 것이다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으로 잡는 멸치
여행지에서 볼거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허기진 배를 채워줄 지역 음식일 것이다. 남해군의 삼동면
지족리와 창선면 지족리 사이에 있는 지족해협에서는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으로 멸치 등을 잡는다.
이 죽방멸치로 만든회와 쌈밥은 남해를 왔으면 꼭 맛봐야 할 별미 중의 별미이다. 여행을 마치고 떠나도
어느새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남해는 그야말로 특별한 여행지라고 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