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민 학생에게,
수피아 여고에서 매년 이런 과제를 하나보네요. 지금까지 항상 같은 질문지를 세 번쯤 받은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미리 자신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계획을 세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긴 한데 제 직업(유아교육과 교수)에 대해 묻는 것인지 유아교사에 대해 묻는 것인지 애매합니다. 그래도 일단 양쪽에 걸쳐서 답변을 해 드리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귀하께서 현재 하고 계시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유아교육과 교수로서 하는 일은 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상담, 진로지도, 연구활동과 대학원생 지도 등이 있습니다. 유아교사라면 유아들과 함께하는 교육활동, 학부모 관계 활동들, 교육환경 준비, 유아교육기관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견학, 발표회, 공개수업, 학부모 모임 등) 준비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2. 귀하께서 이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원래 전공은 유아교육이 아니었으나 최초 전공과 관련하여 광고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새롭게 개원하는 유치원의 광고 업무를 잠시 맡았었습니다. 그 일을 위해 유치원 현장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교사들의 일과 유아들과의 생활이 흥미롭게 보여서 유아교육으로 새로 진로를 고민하면서 유아교육과에 새로 진학,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유아들과 함께 하는 일은 정말 힘들지만 흔한 말로 유아교육이 모든 교육의 기초라고 생각되고 하루하루가 역동적인 일이어서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3. 귀하께서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떠한 준비과정(요구능력, 학력, 전공, 자격증, 교육훈련기관)을 겪었습니까?
유아교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여 유아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유아교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면접을 통해 사립 유아교육기관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공립 유아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하여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나 공립 단설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하기도 합니다.
유아교육과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자격요건이 명시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개 학부 유아교육과 졸업 후 현장경력을 쌓으면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경험을 쌓은 후 대학에서 교수채용 공고가 날 경우 응시하여 선발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제 경우에도 유아교육과 학부를 마치고 6년 간 유치원에서 유아교사로 근무하였고 석사를 마친 후 미국으로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외래 초빙강사로 여러 대학의 강의를 하다가 전남대학교 교수초빙에 응시하여 공개 심사와 면접을 거쳐 현재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4. 귀하께서는 학교졸업 후 첫 직장을 갖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셨는지요?
위에 서술한 것처럼 유아교육과 관련하여서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였고 그 후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거쳤습니다. 교수 임용을 위해서는 학위 외에도 연구 성과가 중요하므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여 국내외 학술지에 연구논문이 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인 유치원 교사직은 교사 채용 예정인 사립유치원에 이력서를 제출,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채용되었습니다.
5. 귀하께서는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어떠한 과정(이직 또는 전직)을 거치셨습니까?
유치원 교사로 일을 하면서 석사과정에 진학하여 학위를 취득하였고 그 후 박사과정 진학을 위해 유치원을 사직하였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외래 초빙강사로(시간강사) 3-4군데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현재 대학의 교수초빙 공고를 보고 응시하였습니다.
6.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유아교사로서 보람 있었던 일은 담당했던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거나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었던 학부모와의 관계가 노력을 통해 개선되었을 때, 유치원 아이들이 졸업 후 연락을 주었을 때 등입니다. 특히 박사과정 진학을 위해 유치원을 사직하던 해 유아들이 저에게 일일이 손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려서 선생님 열심히 공부하시라고 격려해 주었던 것이 큰 보람과 힘이 되었습니다. 교수직을 수행하면서는 유아교사에 대해, 교육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깊이 있는 고민을 해 나갈 때,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때, 졸업 후 교사로 일하는 제자들과 다시 만나 새로운 교수방법에 대해 의논하고 노력할 때 등입니다.
7. 어려움이나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유아교사의 하루하루는 매 순간이 어려움과 고됨의 연속입니다. 한창 기운이 넘치는 20명이 넘는 유아들과 하루 종일 생활하면서 전체적인 유아들의 교육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그 중 특별한 요구나 성격을 가진 유아들이나 학부모들이 있으므로 그런 부분에도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매 순간 내가 좋은 교사인가, 나는 어떤 아이들로 교육하고 있는가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또한 교사들의 역할과 업무가 너무나 다양하여 때로는 내가 행정직인지, 교실을 청소하는 사람인지, 학부모님들과 갈등을 겪을 때는 무엇이 해당 유아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인지 고민스럽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초임교사들은 첫 1년이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달라서 오는 충격을 받기도 하고 자신이 정말 쓸모 있는 교사인가 회의하기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8. 이 직업의 특성을 살려 다른 일을 하신다면?
유아교사직의 특성을 살려 다른 진로로 가는 경우는 최근에는 유아 미술교사나 체육교사, 영어교사 등 다양한 방과후 교사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유아교사로서의 경력을 쌓은 후 교육전문직 시험에 응시하면 교육청에서 각종 교육정책을 수행하는 장학사가 되기도 하고 전공공부를 계속하여 저처럼 대학의 교수로 취업하거나 연구소의 연구직이 되기도 합니다.
9. 귀하께서 이 직업에 종사하시면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겠으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아교사의 일은 매 순간이 결정과 선택의 순간이므로 하루의 일과에 대해서 매번 돌아보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합리적이었는지, 또 무엇에 근거한 선택이었는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다양한 행정업무도 겸해야 하고 교육자료의 준비도 필요하므로 어느 정도의 IT관련 능력(각종 프로그램들을 다루는)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10. 그러한 능력들을 계발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유아교사였을 때도, 대학에서 교수직을 수행하는 지금도 나의 수업이나 다양한 활동들을 복기해 보고 되짚어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일기를 쓰기도 하고 메모로 남기기도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또 새로운 프로그램 관련 워크샵이나 연수가 있으면 참석하기도 합니다.
11. 귀하께서는 현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위에 말한 것처럼 자기를 돌아보는 능력과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자각이 꼭 필요합니다. 힘든 업무에 소진되기 쉬우며 교육활동에 익숙해 지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나의 현재에 대해 잘 평가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조금씩이라도 자기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2. 이 직업에 종사하시고 계신 분이 바라보실 때 이 직업(분야)의 전망은 어떤가요?
직업으로서의 유아교사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처우에 있어서 공립유치원 교사와 사립유치원 교사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공립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용시험 합격을 위해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13. 이 직업을 선택하고자 하는 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유아교사직은 매력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과 20명이 넘는 아이들과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지, 또 유아교사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아이들을 돌봄의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지, 자기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어쩌면 이런 훌륭한 답멜을 받을 수 있는지 지민이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그리고 이렇게 정성스런 답을 해 주신 교수님도 존경스럽다.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것을 계기로 성장 발전하며 좋은 인연으로 오래 남겨지길 바란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