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4회
한 남자가 그 앞으로 다가온다. 그는 오만 원 권을 그에게 건네며
“시간 있을 때 식사라도 하시지요.”
한다.
사내가 한 손으로 그의 손에 들린 돈을 받으며 다른 손이 주머니로 들어가더니 무엇인가를
꺼내어 그에게 건넨다.
“저! 이거 농을 들어내다가 눈에 띄어서요.”
그의 손바닥에 들려 있는 것은 반지였다. 그가 결혼 선물로 아내에게 해 주었던 2캐럿짜리 다
이어 반지. 그는 손으로 받아 들면서 문득 아내를 생각한다.
아내는 작은 몸매에 얼굴도 작은 여성스러운 여자였다. 말도 많지 않았고 그렇다고 외출도 잦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시장이나 다녀오고 요즈음 다른 부인들처럼 무슨
모임이 있어서 외출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는 여자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현대적 여성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활동적이지도 않았고,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애교가 넘치는 것도 아닌. 그저 남자에게는 너무 편한 여자일 뿐이었다.
어떨 때에는 너무 애교가 없는 아내를 보면서 언젠가 옆에 앉혔던 술집의 여성을 생각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내도 일 년에 꼭 한 번은 외출을 했다. 그것도 하루 종일, 죽기 일 년 전에는 밤늦게
들어오기도 했던 외출이었는데, 바로 동창회였다. 동창회가 있기 전 날은 아내에게 무척이나 바쁜
날이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그는 언제나 아침과 저녁을 집에서 먹었기 때문에 아내가 비우는 하루를 위해 미리
음식을 준비해야 했고. 물론 아내는 그에게 그 날 만큼은 외식을 할 수 없느냐는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이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그가 먹을 음식과 간식을 준비하고 미용실을 다녀
오고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동창회에 가는 것이다.
그는 그런 아내를 보면서 때로는 같은 직업을 갖는 부부는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국문학을 함께 전공하고 함께 작가가 되는 부부는 작품을 준비할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연예
인 부부는 연기에 대하여 서로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그의
아파트 상가의 통닭집을 보면서 한 생각이었는데,
그 통닭집의 남편이 부러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닭 집 남편은 대체적으로 오후 2-3시에 가게 문을
열어주고 대충 청소를 해주면 주말을 제외한 날들은 거의 제 시간을 갖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일에
생맥주라도 한 잔 하러 들러보면 남편이 보이는 날 보다 보이지 않는 날이 더 많았고, 그가 어디 갔느냐고
물으면 무슨 모임 무슨 모임 등등 핑계를 대면서 외출한다는 말이 되돌아오곤 했던 것이다. 통닭 집 여자
는 그러한 말을 하는 가운데 양념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혹시 알아요. 어디 예쁜 여자 하나 숨겨두었는지요.’
아내의 반지가 먼지 묻은 상태로 그의 손 안에서 한 바퀴 구른다. 그 날, 그러니까 아내가 동창회 간다고
집을 나서던 삼년 전, 그날 아내는 엘리베이터 낙하 사고로 죽었다. 그것도 그 반지 때문에, 그러니까 아내의
동창회가 열리기 한 달 전 쯤 아내는 반지를 잃어 버렸었다. 저녁에 그가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는 저녁 준
비도 하지 못한 채 반지를 찾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첫댓글 안타깝네요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날씨가 매우 춥다는군요.
따뜻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아픔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