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를 조이다
수연 김성순
삐걱거리는 상다리 볼트를 조이다
어디론가 또르르 굴러간 볼트 하나
장롱 밑 어딘가로 숨어 버렸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쓸어 올리며
납작 잎드려 손전등 눈을 들이민다
더듬더듬 볼트를 찾아낸다
머리가 아프다
환청인지 멀리서 들리는 징소리
로션 스킨 에센스 샘플들이 어지러운 화장대
더듬이 손에 걸린 약
두통약인지 복통약인지..
벽을 짚고 따라가 냉장고 문을 연다
언제 사다가 넣어둔 것인지
한참이나 유통기간이 지나버린 햄 소세지
눈치 없이 발 옆에서 꼬리치는 쵸코
참 개밥은 언제 주었나?
나사 풀린 기억력
무너지면 안돼
쓰러지면 안돼
멈춰버린 벽시계 태엽을 감고
잃어버린 내 인생 재활을 위해
느슨해진 내 삶의 볼트를 조여야겠다
성순이 핫팅!
우울증을 이겨내며
시집 『사랑, 아직 시작도 아니 한』 중에서
카페 게시글
회원 자작 시 감상
볼트를 조이다
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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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
23.04.29 07:0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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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봄비가 내리네요. 봄비는 만물을 소생시킵니다!
성순님의 인생후반전에도 봄비가 내리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제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쓴 것입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