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절집 여행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우리나라 한개의 산마다 평균 열 개의 절이 있다고 한다.
참 많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절을 좋아한다.
간혹 산에 가면 근처에 있는 유명한 절을 들르곤 한다.
유명한 절을 들르면,
절의 고즈넉한 맛보다
엄청난 사람들의 먼지를 먹기 일쑤다.
요즘처럼 아주 추운 날 절을 찾으면 조용한 절을 만날 수 있지 모르겠다.
그래서 고즈넉하고 조용한 그런 절을 누군가 추천해 주었으면 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절들을 추천해주고 있다.
곱게 늙은 절집.
이 책은 제목이 절반을 먹고 들어간다.
제목에 끌려서 꼭 읽어보려고 했던 책이다.
이 책에서는 소개한 절은 모두 25개.
유명한 절도 있지만,
대개는 처음 들어보는 절이고, 가 보지 못한 절들이다.
내가 가본 절이 몇개나 있나 헤아려 보았더니,
고작 2개이다.
이 책의 지은이 심인보는 디자이너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 삽입된 사진들이 너무 멋지다.
각 절을 소개하는 사진과 글들을 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1. 우리나라의 절.
조선 시대의 숭유억불의 정책 때문인가?
그런 이유도 있지만,
속세의 유혹을 벗어나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보다는 산속이 유리하여 산에 절을 많이 지었을 것이다.
산 속에 절이 있어, 자연과 어울어지는 절이 보기 좋다.
지은 지 오래된 절은 절이 아니라, 자연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산 속에 있다보니,
산불이 한번 일어나면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
절들은 몇번씩 다시 지어졌다.
이 책에 나온 절들도 대부분 조선시대 또는 그 이후에 다시 중수된 것들이다.
몇년전 낙산사가 산불로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재작년에 복원중인 낙산사를 찾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이전에 찾았을 때의 옛스러움을 더이상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절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옛 모습 그대로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시멘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으로...
수세식 화장실이 아닌 푸세식 뒷간으로...
2. 쉼
절은 스님에게 수행의 장소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쉼의 장소가 되었다.
경쟁 시대에 지친 몸과 지친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곳.
산 속에 있는 절을 따라 가는 길...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디디면서,
속세의 찌든 때를 하나씩 하나씩 떨구어 놓고...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라.
그저 숨쉬고, 보고, 들어라.
그러면 어느새 깨끗해진 영혼을 느낄 수 있으리라.
그러다가 여유가 있으면 절집의 생김새도 한번 보고,
절집에 내려오는 전설도 한번 들어보아라.
3. 이 책의 이용방법
이 책에 나온 25개의 절이야기는 흥미롭다.
절마다 사연이 다르고,
절이름의 유래가 다르고,
절마다 내려오는 전설이 다르다.
이것들을 다 알고 있다면,
나중에 그 절집을 갈때면 그 절들이 다르게 보일텐데..
동행하는 이라도 있으면,
절에 대한 유래, 전설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밑줄 치면서 공부를 해서 외어봐?
괜한 집착이다.
집착을 버리라는 불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외워서 무엇하리...
절집 여행 할 때 이 책을 들고 가면 된다.
이 책에 소개된
불명산 화암사, 팔공산 은해사 백흥암, 팔공산 은해사 운부암,
지리산 화엄사 구층암, 천등산 봉정사, 봉황산 부석사,
상왕산 개심사, 비봉산 대곡사, 조계산 선암사, 운달산 김룡사, 월출산 무위사,
달마산 미황사, 무릉산 장춘사, 팔공산 은해사 중암암,
청량산 청량사, 운제산 오어사, 봉수산 봉곡사, 능가산 내소사
영귀산 운주사, 만수산 무량사, 계룡산 신원사, 능가산 개암사
선운산 선운사, 교룡산 선국사, 사자산 쌍봉사
에 갈 일이 이 책을 꼭 가지고 가야겠다.
읽어보지 않고, 절집을 한바퀴 돌아보고,
알지 못하게 보이는 절집의 풍경을 한번 보고,
절집 한켠에 앉아 그 절에 관한 글을 읽어보고,
알면 보이는 절집의 풍경을 보면 좋을 것 같다.
책제목 : 곱게 늙은 절집
지은이 : 심인보
펴낸곳 : 지안
페이지 : 471 page
펴낸날 : 2007년 3월 14일
정가 : 17,000원
읽은날 : 2010.01.04 - 2010.01.06
글쓴날 : 2010.01.06,07